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언론 상에 '한총련 수사'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직사건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BS>는 29일 경찰이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활동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이 아무개씨 등 한총련 간부 5명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지난 2005년 9월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와 11월 부산 APEC 반대 시위 활동에 참가한 한총련에 대해 경찰이 한총련 13기 간부 김 아무개씨가 2005년 3월 북한에서 범청학련 북측본부 부의장을 만나 북한 조선학생위원회와 주한미군 철수 투쟁 등을 연대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지난 3월부터 수차례 이아무개씨 등 한총련 전 간부 3명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조아무개 씨 등 다른 간부 2명을 조사했다고도 했다.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경찰이 내세운 혐의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황 국장은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05년 맥아더 동상 철거와 11월 부산 APEC 반대 활동은 북한과 아무런 상관없이 남한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획해서 함께 했고, 한총련은 단순하게 참가한 뿐인데, 북한의 지령이라는 것은 완전 코미디"라며 "부산 APEC 반대 활동은 한총련이 방북하기 이전에 이미 결정돼 있었다. 5월이 넘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기획됐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준비가 모두 마친 상태 이후에 (한총련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황 국장은 2005년 3월 한총련의 방북에 대해서도 "6.15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공동준비위원회를 결성하는 행사에 갔던 것이고, 통일부의 승인 아래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갔다"면서 "합법적인 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삼는 것은 향후 (남북 간의) 민간급 교류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3년 전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냈다는 것은 촛불보복이라고 말고 달리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는 한총련의 활동을 끼워 맞추기 위한 전형적인 기획수사이다. 경찰의 촛불탄압 흐름 속에서 촛불의 배후론을 들춰내면서 '빨갱이', '친북좌파' 등 색깔을 덧씌워서 촛불을 잠재우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경찰 측은 이에 대해 아직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총련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청 한 관계자는 <통일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없다"며 "나중에 (혐의 등이) 확인된 상태에서 말할 수 있을 때가 있을 것이다"고만 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전에도 과거 국가보안법 혐의로 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한총련 전 간부였던 장아무개씨를 대상으로 지난 8월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내사를 진행한 사실 등은 한총련에 대한 수사가 단순한 사건이 아닌 규모가 큰 조직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10월 들어 '전교조 죽이기'를 위한 보수단체들의 대연합과 보수단체들의 '친북좌파 척결'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는 한편, 한총련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촛불탄압'과 '촛불 색깔 덧씌우기'라는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촛불배후론'을 주장해 온 경찰의 '한총련 수사'의 종착점이 어디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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