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기괴한 경축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63돌 경축사가 이번 8.15 행사의 이름만큼이나 기괴하다. 올해 8.15 광복절 행사가, 정부가 새로 명명한 ‘8.15 광복 63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기념식’이라는 기괴한 이름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 응당 들어갈 법한 남북관계의 현안인 ‘대북대화 제의’나 한일관계의 현안인 ‘독도문제’가 빠져있다. 지금 한국사회가 부딪히고 있는 근본문제는 ‘민족문제’와 ‘통일문제’ 그리고 ‘외세와 자주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를 되찾은 날, 마땅히 들어갈만한 경축사에 그런 내용이 일체 없다. ‘의도적’이지 아니라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통일’이라는 단어만 몇 번 얘기했는데 이도 공허하기 짝이 없다. 더욱 기괴한 건 8.15 경축사에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이번 경축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철부지’ 대통령의 경축사라 하면 너무 지나칠까?

지금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러기에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 채널 마련이 선차적으로 나선다. 남북간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곧이어 그 분위기에 기대 대북 대화를 제의해야 한다. 남측이 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북 대화 제기를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남북관계가 정지하는데 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결자해지 원칙에 따라 남측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화 분위기 조성이란 무엇인가? 남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경축사엔 6.15공동선언의 ‘6’자나 10.4선언의 ‘10’자도 들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남측이 먼저 대북 대화를 제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대화와 경제 협력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며 거꾸로 북한이 대화에 나서를 촉구했다. 본질도 외면하고 순서도 바꾸는 건 철부지 생각 아닌가?

대통령의 철부지 행각은 계속된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고 나아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우리는 유라시아-태평양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면서 “남북한이 통일되면, 해양과 대륙이 연결되어 한반도는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었다. 계속해서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대륙횡단철도를 따라 중앙아시아, 서유럽까지 갈 수 있다”면서 “해양시대와 대륙시대를 동시에 열면서 통일한국은 세계중심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잔뜩 구름만 잡았다. 갑자기 웬 ‘통일’이고 ‘통일한국’인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지금 당장 할 일이 있다.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에서 대화는커녕 찬바람마저 불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대륙횡단철도의 가능성이 있었다. 북측에 한마디 말도 못 걸면서 무슨 대륙횡단철도 타령인가? 아무런 내용도 없이 뜬 구름 잡듯 ‘통일’ 소리만 내고 또한 북측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대륙횡단철도 운운하는 것도 철부지 발상 아닌가?

이 대통령의 철부지 행각은 경축사에서 부시 미 대통령을 끌어들임으로서 절정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저는 얼마 전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 ‘북한이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한국과 미국이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대북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달 초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에 온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천연덕스럽게 말한 것이다. 그런데 웬 뚱딴지같은 소린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안 하고 있는가? 북한의 고립이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의 소산임은 이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가? 게다가 8.15에 민족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제3자인 미국은 왜 끌어들이는가? 지난달 정부가 민족 내부문제인 금강산 피격사건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으로 가져가는 바람에 국제적 웃음꺼리가 되었다. 8.15 경축사에 미국을 끌어들여 ‘한.미간 대북지원’ 운운 하는 것도 집안문제에 외부인을 안방까지 끌어들이는 것처럼 줏대없는 철부지 행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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