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쉽게 가셔지지 않는다. 감동은 명화의 한 장면처럼 눈가에 어른거리고, 명곡의 여운(餘韻)처럼 한동안 귓가에 남아있다. 지난달 26일에 있었던 뉴욕필의 평양공연이 그렇다. 10여일이 지나고 있는데도 뉴욕필이 공연한 동평양대극장의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객석에서 무대를 향해 오른쪽에는 북한기(홍람오각별기)가, 왼쪽에는 미국의 성조기가 각각 깃대에 걸려 있고 그 사이로 북한의 ‘애국가’와 미국의 ‘별이 빛나는 깃발’(‘성조기여 영원하라’) 국가(國歌) 선율이 흘렀다.

◆ 놀라운 광경이었다. 정치군사적으로 백년숙적이라 불린 두 나라가 음악예술적으로 백년해로를 할 듯한 광경이었다.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은 카리스마가 넘쳐났으며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하기에 앞서 “앞으로 언젠가는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곡도 나올지 모른다”는 감동의 메시지를 날렸다. 특히 앙코르 연주가 모두 끝나고 단원들이 모두 퇴장한 후에도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기립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다. 감동은 당사자들에게도 남아있는가 보다. 마젤과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의 김병화 지휘자가 비슷한 시기에 자신들의 견해를 밝혔다.

◆ 로린 마젤 지휘자는 평양 공연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잊지 못한 듯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maestromaazel.com)에 여행일기를 올렸다. 마젤은 동평양대극장 연주에 대해 “이번 공연은 역사”였다고 평했으며, “아리랑 연주로 흘린 눈물은 미국인과 북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감동적인 표현도 했다. 마젤은 마지막 날인 2월 27일 마스터 클래스를 이끌 때 조선국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 실력과 지휘봉을 따라 움직이는 유연성에 놀랐다고 감탄했다. 그는 “이들은 음악에 몸을 흔들기 시작했고, 우리는 음악을 통해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 김병화 지휘자도 조선신보(3.8)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뉴욕교향악단의 공연에서는 ‘파리의 미국인’이 가장 성공한 연주가 아니었나고 생각한다”며 평도 했으며, 뉴욕필 공연이 북한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것과 관련해 “미국의 교향악단공연은 처음이지만 우리 인민들은 흥미 있게 보고 들은 것 같다”고 평양의 분위기도 전했다. 그 역시 2월 27일 뉴욕필-조선국립교향악단의 모란봉극장 협연과 관련해 “연주가 끝난 후 무대 뒤에서 요란했다. 흥분한 미국의 연주가들이 우리 연주가들을 부둥켜안고 처음 만난 사람끼리 이렇게 연주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감탄을 터뜨렸다”고 협연 분위기를 전했다.

◆ 두 지휘자의 이같은 발언을 단순한 후일담(後日譚) 정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감동이고 여운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여운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감동이다. 이제 북한과 미국은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 2.13합의와 10.3합의의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전인미답의 길이기에 숱한 난관과 장애물이 나서고 있다.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과 크리스토퍼 힐이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뉴욕필 평양공연의 감동과 뉴욕필-조선국립교향악단의 협연에서 이뤄진 앙상블을 기억한다면 그 난관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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