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의 대북 화해 제스처가 요란스럽다. 그간 박근혜 대표의 ‘1인 보여주기’에서 이제는 한때 ‘개혁적 성향이었던’ 의원들에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금강산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소속 의원 25명은 4일 7.4 남북공동성명 32돌 기념 ‘통일염원 합수제(合水祭)’를 지냈다. 이 행사는 남측 16개 시.도의 물을 생수통에 담아 가져가 금강산 골짜기에 뿌려 금강산 물과 ‘합수’하는 통일 기원행사였는데, 이러한 이벤트 못지않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 것은 이 자리에서 있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이다.

이 행사를 준비한 박계동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민들 속에서 반통일 세력으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면서 “7.4 남북공동성명 32주년을 맞아 변화된 모습으로 진정한 통일꾼이 되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합수식 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른바 한나라당 ‘3선 3총사’인 이재오 의원은 자작 축시 ‘겨울꽃’에서 “조국강토에 겨울꽃을 피우자, 통일의 꽃을 피우자”라고 읊었으며, 김문수 의원은 “남북이 더 가까워지기 위해 교류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으며, 홍준표 의원은 “남북간 경제협력이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 한나라당 발전연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북한 최고인민회의 측에 바로 이날 이 장소에서(7월 2일부터 4일까지 금강산) 남북경협 방안 등을 놓고 공동세미나를 갖자고 제의한 바 있으나 북측이 서한 접수조차 거부함으로서 무산된 바 있다. 예전 같으면 북측을 비난하고 금강산행을 포기했을 법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존심을 구긴 채 금강산에 온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한나라당과 이들 의원들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이를 아직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기’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변화의 계기는 엿보인다.

먼저, 한나라당에 있어 지금까지 북한 땅은 금단의 땅이었다. 금강산조차 금족령이 떨어졌었다. 게다가 금강산관광사업을 ‘대북 퍼주기사업’으로 규정하고 현금지원 중단 및 대북지원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하며 줄곧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이는 곧 민족화해에 역행하고 통일에 반대하는 세력이자 당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 결과는 두 차례의 대선 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햇볕정책’을 편 김대중 정부와 그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에게 각각 패배한 것이다. 정당 존재의 목적인 대권획득을 향한 근본적인 전략의 전환으로 읽혀진다.

또한, 이를 위해 1972년 남북이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을 한나라당이, 보다 정확하게는 박근혜 대표가 선취한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의원들은 ‘통일염원 합수제’를 지내면서 거기에다 7.4 남북공동성명 32돌 기념을 함께 치렀다. 아마 박근혜 대표는 7.4 남북공동성명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trade mark)로 삼으려는 듯하다. 그 이유는 지난 2002년 5월 방북에 앞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합의했던 7.4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이 한반도에서 완결되도록 하는 것이 동시대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녹아있다고 보여진다.

이렇듯 박근혜 대표의 7.4 남북공동성명의 ‘자기 상표화’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북 화해 제스처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인들이 표심(票心)이나 당리(黨利)를 얻기 위해서 무엇인들 못하랴마는 그래도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과거 민족화해에 어긋나고 때로는 반통일적이기조차 했던 대북관과 대북정책에 대한 개인적이고 당 차원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도 아닌 민족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조금의 사심도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이번 금강산 합수제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해 대북 적대정책에서 화해정책으로 그리고 반통일세력에서 통일세력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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