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정치학 박사/ 사,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전략국가, 조선> 저자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사실상’ 북의 신년사인 제8기 9차 당 전원회의 결정서가 몰고 온 파장은 매우 크다. 이에,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신년사 분석에 이어 진보운동의 과제에 대해 두 차례 연재하고자 한다.

▶진보진영, 4월 총선을 넘어서는 ‘운동정립’이 필요하다(상)
▶시론(時論), 정세변화와 남측 진보운동의 나아갈 길(하)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필자 주


<조선일보>는 ‘사실상’ 북의 신년사인 조선로동당 제8차 9기 전원회의(이하, 전원회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한 발언(이하, 시정연설), “적대적 두 국가관계”와 “통일 포기”를 근거로 2024년 1월 17일 자신들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

1.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은 ‘변혁적’상상력이 필요할 때다

<조선일보>는 우리-진보진영의 약점을 그렇게 매우 잘 파고들었다. 왜냐하면 북이 비록 “대한민국 것들”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이기는 하지만, 우리 남쪽을 향해 이제 더 이상 남쪽은 자신들과 같은 동족이 아닌 섬멸해야 할 “제1적대국”으로 규정했는데도, 그런데도 너희들은-진보진영은 계속하여 북을 동족으로 대하고 통일해야 될 주체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기 때문이다.

조롱 섞이기는 했지만 참으로 곤란한 질문을 받은 셈이다. 아직, 북으로부터 던진 질문도 제대로 답을 못하고 있는데 너무나도 빨리 질문을 역습받은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 우리-진보진영은 그 두 질문에 답을 할 것이고, 그래서 이 글은 그 두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전, 답을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전 몇 가지 떠오르는 단상이 있어 이를 몇 자 서술한다.

첫째는, 북의 질문에 대한 부분이다. 모르긴 몰라도 충격을 걷어내고 차분히 그 의미를 되새겨보면 의외로 답은 복잡하지 않고 매우 간단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북의 생각이 너무나도 명확히 드러났고, 그것은 공개된 두 회의-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이 다음과 같은 인식을 보여줘서 그렇다.

“결론에서는 불신과 대결만을 거듭해온 쓰라린 북남관계사를 랭철하게 분석한데 립각하여 대남부문에서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할데 대한 로선이 제시되였다.(전원회의)”, “쓰라린 북남관계사가 주는 최종결론은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있고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증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통일의 길을 함께 갈수 없다는것입니다.(시정연설)”

 

[‘로선’과 ‘최종결론’이 의미하는 것은...]

 

첫째, ‘대한민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제1적대국으로 규정한다.(“현재 조선반도에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가 병존하고있는데 대하여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다.”(전원회의))와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시정연설))” 둘째, 연방·연합방식의 통일정책을 폐기하고, 대신 ‘영토완정’으로 조국을 통일시킨다.(“헌법에 있는 《북반부》,《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여야 한다고 봅니다.(시정연설)“와 ”전민항전으로 나라도 지키고 혁명적대사변도 맞이하자는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구상입니다.(시정연설))” 셋째, 군사분계선을 국경선으로 변경하고, 제1적대국을 점령해 그 영토를 편입, 귀속시킨다.(“우리 국가의 남쪽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령토,령공,령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것입니다.(시정연설)”와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령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시정연설))”

열쇠 말은 “로선”과 “최종결론”에 있다. 일시적(전술적)이 아니라, 조국 통일전략에 있어 최종적으로 ‘새로운’ 노선이 정립되었다는 것이다. 해서, 그 의미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리-진보운동은 절대 혼란스럽지도, 아니 오히려 더 우리-진보운동이 ‘새롭게’ 구축해 나가야 할 노선이 명확해진다.

둘째는, 위 조선일보 질문 부분이다. 어쩌겠는가? 분단 반세기를 넘기고 근 한 세기가 다 대도 변하지 않는 엄연한 사실은-조선일보의 조롱과는 상관없이 실제 우리-진보운동이 민족의 재결합을 이뤄내지 못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는 걸, 그러니 그러한 수모와 멸시를 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지 않겠는가, 이다.

그럼에도 우리-진보운동은 그 조선일보식의 조롱을 넘어서야만 한다. 늘 그래 왔듯 우리- 진보운동에 ‘그냥’ 지는 패배는 없었다. 오직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혹은 전진하기 위한 좌절이었고, 그러한 좌절은 반드시 승리의 밑바탕이 된다는 ‘승리’ 사관이 오늘날까지 우리-진보를 있게 한 역사관이자 운동관이다.

물론 전제가 없지는 않다. 작금의 남북관계 대전환 시기에 맞춰 기간 자주통일운동을 성찰적으로 잘 고찰하고, 그 총화의 결과가 패배주의와 청산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적 높이, 완전히 새롭게 변환된 북의 대남·통일정세의 규정성에 맞는 그런 정세 인식과 그 정세 인식으로부터 ‘앞으로의’ 모든 자주통일운동이 자주적 관점에서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그 방향에서 강력한 자주통일운동 구심을 ‘새롭게’ 만들어 내야 한다는 그 전제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래야만-새롭게 요구되는 시대의 높이에 맞는 변혁적 운동역량으로 재구축되어야만 조선일보의 조롱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분단 이후 우리 민족이 너무나도 일관되게 숙명처럼 지켜온 “동족” 개념을 당대에서 사라지게 한 그 당사자가 되어 마치 역사에서 ‘죄인’과도 같은 남쪽 진보운동, 자주통일운동사에 있어 ‘죄인’과도 같은 ‘우리’일 수밖에 없다.

진보운동, 자주통일운동사에 절대 그런 우리, 후대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 핵심에 작금의 상황을 ‘전쟁’ 가능성을 전면 부정해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는 것은...]

 

북은 자신들의 이번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남쪽을 민족, 동족 관계로 대하지 않을 것이고 “미 제국”과 이들 추종 세력 “대한민국 것들”의 전쟁 추구에는 정정당당하게 압도적 군사력으로 맞설 것이며 기어이 저들이-“미 제국”과 추종 세력 “대한민국 것들”이 군사 책동으로 전쟁을 발발시키면 그때에는 ‘비평화적’ 방식의 전쟁과 통일대전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북은 또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으로의 고조”를 내세우며 각종 군중대회-평양 군중대회 등에서 ‘인민 경제생활 향상’, ‘농촌혁명 강령’, ‘농촌진흥의 대시대’ 등의 구호를 전면에 내걸고, 시정연설에서는 그 제목이 ‘공화국의 부흥발전과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였다는 사실만 봐도 북이 군사적으로는 자신들의 당면 목표가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로부터 국가안전보장과 평화 수호 의지를 최강의 관점에서 끌어올렸지만, 또한 자신들의 부흥과 인민 복리, 도시와 농촌의 동반발전이 담보된 사회주의 전면 부흥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은 한반도(조선반도)에서의 전쟁 국면보다는 전쟁 억제 국면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까지 다 담아내는 총체적 인식이 필요함이다. 그러면 그 결론에 ‘전쟁의 발발과 사회주의 전면 부흥 및 인민 생활 향상은 절대 상호 양립할 수 없다’이고, 만약 이 둘이 서로 양립한다면 그것은 모든 것들을 파괴해 ‘사회주의 전면 부흥 및 인민 생활 향상’을 요원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과 같은 것이니, 북의 이러한 언명은 한반도(조선반도) 정세가 오히려 안정되길 바라고 있다는 것으로의 해석이 필요하다, 이다. 결과,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정세를 오판하여 전쟁을 도발하지 말 것을 최강의 높이에서 그 경고를 날렸고, 그런데도 이 경고를 못 알아듣고 기어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이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고 전면적 대응을 통해 “남반부”에서 영토 완정을 종결시키는 통일대전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그런 의미로서 “전쟁”을 이해해야 한다. 좌·우 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김광수, “진보진영, 4월 총선을 넘어서는 ‘운동정립’이 필요하다”, <통일뉴스>, 2024.1.17.)

또 있다.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을 역사적·맥락적 이해 없이 ‘두 국가관계’에만 초점을 둔 분단적·지역적 관점도 안된다. 더해서 북의 메시지에는 우리-진보진영을 향한 엄청난 충고와 경고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대신, 종착지는 성찰적 총화를 바탕으로 주체의 관점에서 정세 인식을 올바르게 내오고, 피동이 아닌 주동적 자세와 태도로 작금의 정세 상황 및 운동 조건-조성된 자주통일운동에 맞게 적극 개입하고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

2. 북의 인식변화와 그 변화가 갖는 함의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아래 사진 한 장면이 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왼쪽은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이 있기 전 ‘조선’을 표시한 것이고, 오른쪽은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이 있고 난 후 ‘조선’의 모습이다.)

[자료 - 김광수]

2-1. 북의 인식변화는 왜 일어났는가?

전원회의와 시정연설로 본 그 결정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쟁은 일어난다, 이다.(“적대세력들이 감행하고있는 대결적인 군사행위들을 면밀히 주목해보면 《전쟁》이라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 추상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현실적인 실체로 다가오고있습니다.(전원회의))”

둘째,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예속성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이다.(“지금 남조선이라는것은 정치는 완전히 실종되고 사회전반이 양키문화에 혼탁되였으며 국방과 안보는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속국에 불과합니다.(전원회의)”와 “현실은 외세의 특등주구집단인 대한민국이 극악하고도 자멸적인 대결망동으로 써놓은 북과 남의 명백한 현주소이며~(전원회의))”

셋째, ‘대한민국’은 대북 적대정책, 즉 흡수통일과 자신들을 향한 정권붕괴 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못한다, 이다.(“력대 남조선의 위정자들이 들고나온 《대북정책》,《통일정책》들에서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리의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이였으며 지금까지 괴뢰정권이 10여차나 바뀌였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는것이 그 명백한 산증거이다.(전원회의))“

넷째, ‘둘째’와 ‘셋째’로부터 민주(민주당)든 보수(국민의 힘)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연방·연합제로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다.(“장구한 북남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우리 당이 내린 총적인 결론은 하나의 민족,하나의 국가,두개 제도에 기초한 우리의 조국통일로선과 극명하게 상반되는 《흡수통일》,《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것들과는 그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수 없다는것입니다.(전원회의))”

그런데 이 결정이 갑작스럽고 충격적이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 관점에서 보면 북의 대남·통일전략변화는 이미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인식의 범주였다. 다만, 우리-진보운동은 그것을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 번째는, 시계열적 외면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 2019년 12월 말 제7기 제5차 당 전원회의에서 소위 ‘새로운 길’ 천명: 한미와의 대화와 협력의 노선을 한미와의 장기 대립과 자력갱생으로 전환 →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대남정책을 ‘대적 사업’으로 전환 → 2021년 제8차 당대회: “조성된 형세와 변천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남문제를 고찰”했다며 당규약에서 당원 임무 중 ‘조국통일 투쟁’을 삭제하고 ‘우리민족끼리’를 제외했으며 ‘힘을 통한 평화와 통일’ 명문화 → 202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이 앞으로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 천명 → 2023년: 한국을 ‘남조선’ 또는 ‘남측’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고 호칭, 이러한 과정에서 대남문제는 점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통일전선부 대신 외무성이 담당.

두 번째는, 정책적 신호 외면이다. 2019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표적 남북협력사업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비판했고, 이것이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10년도 아니고 반세기를 훨씬 넘는 장구한 세월, 그 어느 하나도 온전한 결실을 맺지 못했으며 북남관계는 접촉과 중단, 대화와 대결의 악순환을 거듭해왔다”라는 총화를 있게 했다.

[선대 수령들의 유훈은 폐기될 수 있는가?]

 

‘수령제’ 사회주의 체제에서 선대 수령들의 유훈은 절대 폐기될 수 없다. 그렇다면 위 정책적 실패(?) 규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다른 데 있지 않다. 그 실패 규정의 의미가 선대 수령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원칙에서 완전히 벗어난 근본적 탈선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만, 시대적 변화나 정치 상황에 따라 그에 맞게 전술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적극적’ 수용의 의미를 띤다, 할 수 있다. 의미로는 마치 김일성 주석의 ‘비핵화’ 유훈이 핵 보유를 통한 ‘세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해서, 결과는 위 “1.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은 ‘변혁적’상상력이 필요할 때다”에서 정의된 ‘[‘로선’과 ‘최종결론’이 의미하는 것은...]‘과 “2-1. 북의 인식변화는 왜 일어났는가?”에서 정의된 ‘첫째, 둘째, 셋째, 넷째’와 같고, 이의 최종 총화는 “대한민국 것들”과 “미 제국”이 군사적 대결을 기도한다면,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한민국’ 전 영토를 “점령, 평정, 수복”하겠다, 이다.

2-2. 북의 인식변화가 갖는 함의

첫째는, 북의 자신감 발로이다(혁명적 낙관주의; 승리 사관). ‘고난의 행군’ 승리에 따른 사회주의 체제의 승리 확신, 핵 보유를 통한 미 제국과의 대결 승리 확신, 이 둘로부터 확인되는 사회주의 강국으로서의 전략국가 위상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말이다.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대남·통일전략도 공세적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1950년 Ver.2’ 방식으로 말이다. 다른 말로는 ‘비평화적 방식’으로의 “영토완정”전략이다.

여기서 잠깐, 북이 “영토완정”전략을 쓸 때는 2가지 조건이 and로 조합할 때인데,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들의 체제가 확실히 안정돼 ‘대한민국’ 체제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 ▷둘째, 국제정세와 정치환경이 유리할 때다.

다만, 이번 결정이 1950년대와 차이가 있는 것은(그래서 Ver.2’이다.), 그것도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은 1980년부터 2023년까지와 같은 ‘평화적 방식’의 통일이행(연방·연합방식의 통일) 전략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그 조건을 매우 높여 놨다는 점이다.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하여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것은 더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생각합니다.(전원회의)”와 “나날이 패악해지고 오만무례해지는 대결광증속에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통일의 길을 함께 갈수 없다는것입니다.(시정연설)”

확인받듯 ▷첫째, ‘주적’을 철회한 ‘대한민국’. ▷둘째, ‘외세(구체적으로는 미 제국)’로부터 자주권을 회복한 ‘대한민국’. ▷셋째,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을 포기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는 한 ‘비평화적’ 방식으로의 “영토 완정” 실현이 자신들의 조국 통일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이다.

그래 놓고, 그 변천사-조국 통일전략 변화 과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단계가 나온다.

19501970(1단계)

19802023(2단계)

2024~(3단계)

비평화적 평화적: 이중전략

평화적: 단일전략

비평화적: 단일전략

자신들이 initiative를 가졌을 때

주도권 상실

주도권 다시 회복

대한민국에 대한 입장: 동족

동족

()동족

미 제국직접 상대 (×)

 

미 제국직접 상대(0)


둘째는, 전쟁에 대해 “실체”가 있다고 했으니,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 대해 미리 남쪽에 예방주사를 놓은 것과 같다, 이다. 즉,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해 전쟁이 발발한다면-근거는 “명백히 하건대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것입니다.(시정연설)”에서 보듯 전쟁에 대해 “실체”가 있다고 했으니, 전쟁이 일어나기는 일어날 텐데 그 전쟁은 북 자신들의 ‘선제공격’이 아닌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해 일어나고, 그때는 자신들이 규정한 정의의 전쟁관에 입각해서 그 전쟁을 ‘통일전쟁’이자 ‘해방전쟁’의 성격을 명확히 갖는 ‘정의의 전쟁’으로 명명해 사전 불필요한 ‘잘못된’ 인식과 혼란 방지. 즉, “대한민국 것들”에 속하지 않은 진보운동 포함 민중들에 대한 인식 상의 혼란을 막고, ‘긍정적’ 심리작용을 미리 구축하고자 했다, 함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북이 추구한 핵 보유를 통한 ‘공포의 균형’은 치명적 약점 하나를 갖게 했다. 다름아닌,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은 언제든지 자신들을 공격할 수 있지만, 남쪽이 “동족”으로 남아 있는 한 자신들은(북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과 북은 ‘적대적’ 교전국이니 언제든 무슨 무기를 사용해 공격해도 전혀 이상 할 것 하나 없다. 하지만, 미국과의 군사전략과 일체화되어 있는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핵기지나 전략본부를 선제타격한다면 자신들은 ‘같은’ 민족 남쪽을 향해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그 질문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딜레마이다. 북은 바로 그 질문에 이번 전원회의와 시정연설에서 그 답을 내놓은 것이다. 어떻게?

’같은‘ 민족을 향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남쪽을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해 지배된 괴뢰 ’대한민국‘으로 그 성격을 명확히 하고, 그런 ’대한민국‘이라면 자신들의 핵 독트린에서 밝힌 제2의 임무를 수행해도 괜찮겠다, 하는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 자신들이 만들어 낸 핵 독트린 교의(敎義)의 ’커다란‘ 논리적 구멍을 그렇게 메꿨다, 이다.

셋째는, 주체적 측면, 즉 진보운동의 측면에서 해석하고, 이해해 내어 할 부분이다. 다음과 같은 결정들 때문이다.

상층 통일전선조직으로서의 통일전선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뿐만 아니라 하층 통일전선운동 조직으로서의 범민련 북측본부와 6.15 북측위원회 등을 폐쇄하고, 그 역할을 하기 위한 선전·선동 매체 ‘메아리’, ‘내나라’, ‘우리민족끼리’ 등도 전광석화 같이 폐지 함은 물론, 더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있는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는 등의 대책도 실행해 공화국의 민족력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라고 하면서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우(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하겠다고 했다. 무엇을 의미할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게만 주는 경고가 아니라 남쪽의 운동역량들-범민련 남측본부, 6.15 남측위원회, 진보정당, 대중조직, 통일전선조직 ... 등등에 대한 실망과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들어있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는 ‘근 80년간 남쪽, 너 뭐 했노?’이고, 환골탈태가 없는 한 단절을 의미한다.

‘깊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고, 결과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대전환과 ‘실천’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평화’ 담론에서 ‘통일’ 담론으로의 대전환이다. ▷둘째,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하고, 그 바탕에서 “미 제국” 반대, 즉 ‘자주’ 담론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첫째,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다름아닌, 향후 우리 자주통일운동의 재구성은 철저하게 운동(권)의 논리와 인식 문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유는 우리 자주통일운동이 북의 위와 같은 진단, 근 80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 왔음에도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변혁(운동)의 고유한 논리와 인식 문법이 아닌, 즉 우리의-운동의 논리와 인식 문법이 아닌 정치 논리와 인식 문법으로 운동을 풀어 왔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마치 이는 자기 몸은 ‘운동’에 서 있으면서도 머리는(思考는) ‘정치’ 모자를 쓴 것과 같은 불일치이다.

언제부터? 노무현 정권 이후부터 우리 대중운동, 자주통일운동이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가진 운동의 논리와 문법 대신, 남의-타인의 것인 정치 논리와 인식 문법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오늘에 이르게 했다면 이제는 다시 운동의 기본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둘째, 정치적 강령의 대전환이다. 의미로는 한반도(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단연코 막아내야 하겠지만, 동시적으로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해 전쟁이 일어(“실체”)난다면 이때의 ‘평화’는 학술적, 평화적 담론체계로서의 ‘전쟁 반대’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정의의 전쟁 개념에 입각한 계급해방과 분단극복(민족모순)의 관점에서 반미‘자주’를 투쟁의 주선으로 틀어쥐는 강령적 뒷받침이다.

그 인식 문법은 필자의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에도 나와 있듯 한반도(조선반도)에서의 ‘완전한’ 평화는 분단극복(통일)을 통해서만 실현된다는 평화관과, 최후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통일전쟁이 일어나 그 전쟁으로 ‘결과로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대전환, 견월망지(見月忘指)이다.

3. 그럼, 진보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북의 위 두 회의 총화와 최종결론-“1. 들어가기에 앞서: 지금은 ‘변혁적’상상력이 필요할 때다”에서 정의된 ‘[‘로선’과 ‘최종결론’이 의미하는 것은...]’과 “2-1. 북의 인식변화는 왜 일어났는가?”에서 정의된 ‘첫째, 둘째, 셋째, 넷째’에서의 결론이 결국 우리-진보운동에 “2-2. 북의 인식변화가 갖는 함의” 중 ‘셋째는’에서 갖는 그런 의미가 있다면 우리-진보운동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 변화 두 가지를 내와야 한다.

첫째는, 진보운동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을 그 목표로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왜?

다른 데 있지 않다. 먼저는,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만이 헌법에 보장된 주권재민의 온전한 실현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반도(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북이 ‘평화적’ 방식으로의 통일이행 전략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첫째, ‘주적’을 철회한 ‘대한민국’. ▷둘째, ‘외세(구체적으로는 미 제국)’로부터 자주권을 회복한 ‘대한민국’. ▷셋째,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을 포기한 ‘대한민국’이 되어야만 하는데, 이는 남측에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될 때만이 가능하다.

둘째는, 위 ‘첫째는’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새 형의’ 주체역량 강화를 반드시 내와야 한다, 이다. 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북이 ‘기존의 조직방식으로는 남북 관계가 새롭게 열리지 않는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고. ▷둘째,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조직 운동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진보운동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인식을 가져와야 한다. 근본은 주체역량 ‘구심’(강조 필자)을 형성하고, 그 두리에 ‘진보정당’, ‘대중조직’, ‘통일전전조직’의 3각 편대를 정확히 역할 배치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진보의 이념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는 주체역량 구축의 핵심이 모든 조직들의 ‘구심체’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그 중심에 이념의 일치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변혁운동의 이론에 따른 것이어서 그렇다.

[이념의 일치성은...]

 

‘자주와 민중’ 제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분단극복 없이는 민주주의 없다’와 ‘분단극복 없는 평화 없다’라는 강령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둘째,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정치적 목표를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에 두고, 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미 제국”에 의한 한반도(조선반도)지배 종식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한 정부가 수립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셋째, 조직 운영의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중심에 민주집중제에 기반한 ‘단결 원칙’을 확고히 하고, 그 바탕에서 대중적 진보정당은 ‘대중 정치운동의 진지’가 되어야 하고, 대중조직은 ‘변혁적’ 대중조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하고, 통일전선조직은 ‘진보정당과 대중조직의 가교’ 역할을 잘 해내어야 한다.

▷넷째, 대중운동을 완전 새롭게, ‘전투적(혹은, 투쟁적)’ 대중운동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중 운동방식으로는 기존 ‘교류와 협력’ 방식에서 탈피해 ‘전투적’ 대중운동, 자주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구호로는 “미 제국” 반대, 즉 반미‘자주화’ 투쟁을 전면에 내걸고, 그 아래-‘자주화’가 전략적 구호라면, ‘그 아래’는 당면 구호이자 ‘전술적’ 측면에서의 구호인데, 다음과 같은 원칙과 입장에서 그 구호를 시의적절하게 배치해야 한다.

다름아닌, 우리-진보운동은 ‘북이 전쟁을 결심했다’하여 ‘전쟁으로 통일(영토완정)을 이뤄내자!’ 그렇게 구호를 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중운동, 자주통일운동은 북이 연방·연합방식의 통일전략으로 되돌아올 수 있게끔 전력을 다해 강제해 내어야 하고, 그러려면 “미 제국”과 “대한민국 것들”에 의한 지배를 종식해 내는 투쟁을 중심에 두고, 북과 연대·연합해 낼 수 있는 조건과 토대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북 바로알기운동’을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가 그렇고, 동시적으로 북에 대한 적대감을 톤-다운(tone down)시켜내야 한다. 또한, ‘우발적’ 전쟁이 발발하지 않기 위해 9.19 군사합의서 복원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 등 군사적 충돌 재발 방지를 위한 투쟁도 적극 전개해 나가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몇 마디 남긴다.

작금의 남북 관계, 자주통일과 관련해서는 분명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성찰은 반드시 ‘현상’에서 하지 말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본질’에서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철저하게 논의의 구동존이(求同存異)는 보장하되, 차이를 이겨내야 한다.

결과, 우리 스스로들에게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해야 하고, 더해서 루쉰이 얘기한 “같이 가면 길이 된다”로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 가장 많이 회자했던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희망이 된다”를 다시 기억해 내어야 한다. 그렇게 이 위기의 강을 건너야 한다. <끝>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전략국가, 조선』(2023)을 비롯하여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거쳐, 지금은 부경대에서 ‘강사’ 직위를 갖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민생민주부산시민행동 건설 주도(제안자) 및 상임집행위원/ 전 6.15 부산본부 공동대표·집행위원장·정책위원장/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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