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사건들이 그러하고, 이 점에서 서울방송(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는 특별하다. 의혹이 있거나 이상한 사건을 이야기하기(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내는 이 방송은, 역사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SBS의 김현희 사건 방송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음 주 11월 2일 목요일 늦은 10시 20분 1987년 김현희-KAL858기 사건을 다룬다. 예고편에는 당시 김현희 씨를 수사했던 안기부 수사관 등 정부 수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다음 주 11월 2일 목요일 늦은 10시 20분 1987년 김현희-KAL858기 사건을 다룬다. 예고편에는 당시 김현희 씨를 수사했던 안기부 수사관 등 정부 수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2023년 10월 26일 방영된 예고편에 따르면, <꼬꼬무>는 다음 주 11월 2일 목요일 늦은 10시 20분 1987년 김현희-KAL858기 사건을 다룬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 사건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KAL858기가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라진다. 1987년 11월 29일, 갑작스러운 실종은 수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가정보원)는 북쪽 공작원 김현희 씨가 비행기를 폭파시켰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포함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수많은 의혹이 존재한다고 알려진다.

이런 측면에서 <꼬꼬무>가 KAL858기 사건을 다룬다는 계획은 늦었지만 고마운 일이다. 다만, 예고편에 따르면 방송 내용이 정부의 공식 수사결과를 지지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많아 우려된다. 예고편에는 당시 김현희 씨를 수사했던 안기부 수사관 등 정부 수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방송 내용이 기존 수사결과를 지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시사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

물론, 본 방송이 아닌 예고편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렇더라도, 지금껏 시사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중요한 문제들을 주로 기존 입장에서 다뤄왔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21년 7월 4일 방영된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그렇다. 이 방송 역시 KAL858기 사건을 다뤘는데, 수많은 의혹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다루기보다 주로 기존 수사결과를 재확인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시사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은 예능 성격을 지닌 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시사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은 예능 성격을 지닌 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갈무리 사진 - 통일뉴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예능 성격을 지닌 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곧, 사실 및 진실 ‘검증’보다는 ‘재미’가 우선일 수 있다(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 편견일 수 있다고 다시 한번 밝힌다).

KAL858기 사건으로 석사와 박사 논문을 쓰고 관련 당사자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입장에서 이러한 방송을 진심으로 우려한다. 아직도 불확실한 ‘사실’과 규명되지 않은 ‘진실’을 웃음과 극적 효과로 대신해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주에 방영될 <꼬꼬무>에 적어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으면 한다.

방송에서 다루었으면 하는 내용

첫째, 당시 안기부가 사건을 여당 대통령 후보(노태우)의 당선을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한 ‘무지개 공작’ 사과 부분이다. 안기부 수사관이 인터뷰까지 했으니 혹시 이런 내용이 담겨 있진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둘째, 당시 정부가 공식적으로 열흘 동안만 수색에 나선 부분에 대한 사과다. 커다란 비행기 동체와 115명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어떻게 열흘만 수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블랙박스 같은 핵심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색이 중단된다. 방송에 이런 내용도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셋째, 미얀마(버마) 앞 바다에 있다고 보도된 KAL858기 기체 추정 물체 수색 부분이다. 2021년 초 정부가 수색단을 파견하려 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특히 미얀마 쿠데타 발생으로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무작정 시간만 가는 상황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애를 태울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수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방송에서 이 부분도 다루고 있을지 기대된다.

<꼬꼬무>의 꼬리를 무는 의혹

SBS <꼬꼬무>가 무슨 소재를 어떤 관점에서 다루든, 그것은 방송사의 자유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방송이 너무 무거워도 문제겠지만, 역사적 무게를 잊지 않고 <꼬꼬무>가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그러지 않으면, <꼬꼬무> 관련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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