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유지와 분단획책이라는 양면을 지닌 유엔사(United Nations Command:UNC)에 대한 설마하던 우려 사항이 한반도 안보위협에 현실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70년전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1953.7.27) 미국 워싱턴에서 유엔사 참전국 16개 국이 합의한 한반도 유사사태 발생시 유엔 안보리 결의 없이도 자동 군사 개입한다는 소위 ‘워싱턴선언’이다.

이 선언은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전문가조차도 그러한 선언이 있는 지 조차도 거의 모른다. 정부와 국회가 알았다면 국민을 무시한 처사이며, 책임자는 헌법위반으로 탄핵감이다. 이 선언은 유엔헌장 제2조 3항(분쟁의 평화적 해결의무)과 4항(무력 사용 및 위협 금지) 및 제51조(자위권행사)를 명백히 위반한 국제법 위반이다. 더구나 이 선언은 대한민국 국내에서 외국군대 주둔은 헌법상 국회비준 동의사항으로 헌법에 반한다. 이 선언은 소위 조약법상 제3자적 효력 원칙 원리에도 위반한다. 대한민국 국회비준 동의 없이 한국에 외국군 주둔 의무를 지우는 일방적 선언으로 이루어진 국제선언은 원인무효이다.

드디어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가 오는 11월 14일 “한반도 유사시 자동 개입 재확인”(1953년 워싱턴 선언 재확인)을 위해 서울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유엔사 17개국 회원국 국방장관급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며, 유엔사 회원국은 한반도 유사시 재참전 의지를 1953년 7월 27일 ‘워싱턴선언’ 재확인으로 표명한다고 한다.

유엔사 참전 회원국(군대파견국)은 원래 16개국인데, 에티오피아와 룩셈부르크가 자국사정으로 탈퇴하고, 대신 의료지원국이었던 3개국이 가입해 17개국이 참여한다. 이번 회의에서 참전국 회원국에 전쟁당시 비군사적 지원(의료지원)을 했던 국가도 참전국 자격을 공식 부여할 예정이다.

일본은 유엔사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들 유엔사 후방기지(오끼나와)가 유사시 주일미군을 비롯한 미군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담당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 참전회원국 자격을 사실상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이 동시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안보협의회(SCM)와 연계해 유엔사 참전국 회의는 한미가 조직하고 주도하는 행사이다.

주지하다시피 유엔사는 유엔의 전문기구도, 보조기구도 아니며, 유엔과 무관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대이다. 유엔 이름을 도용한 유엔사를 이용하여 미국은 한반도를 미국의 국제패권전 군사전략의 전초기지화 한 지 오래이다.

분단 70년이 된 이 시점, 남북관계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 이전보다 더 엄중한 군사적 충돌 살얼음판을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5년째 걷고 있다. 더구나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집권이후 한미동맹 맹신을 토대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국제패권주의 국익 경쟁에 갇혀 한반도의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분단국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상황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대미 사대외교가 한일 과거청산 및 한-중, 한-러라는 북방외교에도 그대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는 11월 14일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이하 ‘유엔사 자동개입’) 재확인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한반도 유사시에 유엔사 참전국 자동개입 재확인 결의는 남북관계를 매우 위험한 곳으로 끌고 간다. 이는 전면전이자, 제3차 대전의 전초를 제공하며, 우발적 핵전쟁을 이 땅에 발발시킨다. 2023년 10월 현 시점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보유국, 그리고 군사정찰위성 개발국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간 평화적 합의나 안보리의 평화적 해결수단도 거치지 않고 ‘유엔사 자동개입’은 북한과의 무력충돌로 바로 돌입하여, 한반도를 또다시 제3차 세계대전 전쟁터로 만들며 그 결과는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둘째, 유엔사 참전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을 선언하고 주도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사는 1950년 7월 7일 안보리결의 제84에 근거, 그 주임무가 한반도 무력충돌시 대북한 억지기능 및 평화회복인데, 1953년 정전협정 체결이후 그 주임무가 모두 종결되었다. 유엔사와 참전국은 그 임무가 종결되고 자동적으로 모두 철수해야한다.

다만 현 유엔사는 1953년 한국정전협정 남측 서명당사자이기 때문에 정전협정 제60조에 근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주 임무이다. 그러므로 유엔사는 참전당사국을 회유하여 한반도 유사시 무력충돌에 자동개입을 주도할 권한이 없다. 유엔사 참전국 재개입은 유엔안보리의 새로운 결의가 필요하다.

셋째, 1953년 7월 27일 워싱턴선언(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참전국 자동개입)은 대한민국헌법 제60조 2항(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안 주둔)상 국회비준 동의를 받은 바 없기에 무효이다. 한국 정부가 유엔사에 명백하게 1953년 7월 27일 워싱턴선언의 무효를 통보해야 한다.

넷째,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 자동개입 재확인은 1975년 11월 18일 유엔 총회의 해체결의에 반한다. 유엔사의 법적 근거인 1950.7.7. 결의84는 한반도 평화상태 회복을 주목적으로 창설되었는데, 53년 정전협정으로 목적달성, 유엔사는 해체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1975년 11월 18일 유엔 총회에서 미국과 북한을 지지하는 서방, 사회주의권 나라들이 각각 제출한 유엔사 해체결의안이 모두 통과되었다. 양측의 조건은 약간씩 달랐지만, 유엔사 해체를 결정했다는 점에서는 같다.

당시 서방국을 대표한 미국이 내건 해체 조건은 정전협정유지인데, 75년부터 지금까지 정전협정이 유지되었으므로 미국측이 내건 조건조차 현시점 완전 충족되었다.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조차 총회연설에서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사의 해체를 약속한 바 있다.

다섯째,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합법적 길를 만들어준다. 주일 미군기지 7곳 유엔사 후방기지를 1951년 9월 8일 요시다-에치슨 교환공문에 의해 일본정부는 한국에서 유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모든 시설과 역무를 지원한다고 합의했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의 작전에 동원되도록 하였다. 더구나 1954년 2월 19일 일본-유엔사 간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하였다. 한국-유엔사 지위협정은 현재 없는데, 미국이 한국을 유엔사 회원국으로 포함시켜 이러한 협정을 체결하려고 한다.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 이번 유엔사 참전국회의는 미국과 유엔사의 비호하에 일본의 자위대가 호시탐탐 한반도 진입의 인계철선을 확고하게 깔아주는 격이 된다.

여섯째, 미국, 한국이 주도하는 유엔사 참전국 이번 국방장관회의는 유엔사 재활성화 조치(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유엔사 역할의 진정성을 신뢰할 수가 없다.

현재 한반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남북간 대화와 관계개선의 증진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 및 군사적 신뢰구축을 쌓아,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는 일이다. 그런데 11.14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는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를 심각하게 자극시키는 데 충분하다.

게다가 이 유엔사 참전국 장관회의를 실제 주도하는 나라가 한국 정부와 미국이라는 것은 특히 북한에게는 매우 민감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일은 이미 지난 8월 18일 한미일 군사동맹을 다짐하는 워싱턴선언(준 NATO)을 한 바 있다. 더구나 한국 국방부는 10월 9일 내년 2024년도 예비군 교육 표준교안에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 및 북한 인권 실상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와 통일부가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 군사 합의의 효력정지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군사기구인 유엔사가 참전 16개국을 동원하여 정치, 외교적 패권까지 관철하는 유럽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기구로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정전협정 남측 당사자로서 유엔사의 정전협정 유지관리 임무인 한반도 평화회복에 대한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

그러므로 유엔사는 유엔기구도 아니고, 유엔과 무관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불과하다. 유엔사는 그 활동을 유엔에 보고도 하지 않고, 조직, 인사 그리고 예산책정에서 아무런 유엔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미국은 유엔 이름을 도용한 가짜 유엔사를 통하여 미국의 패권주의적 국제전략를 관철하기 위하여 겉으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내세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철저한 미국 중심의 패권적 이익 수호와 수십조 안정적 무기판매 시장확보를 위해서 한국의 자주권과 한반도 평화는 부차적으로 보고 한민족의 장기분단을 치밀하게 획책한다.

여기에 역사인식과 철학이 없는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과 유엔사를 한국의 안보와 평화를 수호하는 양대 축이라고 맹신한다. 조금이라도 역사인식과 한일관계 역사를 아는 시민이라면, 윤석열 정부의 외교, 안보관이 얼마나 무지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결론적으로 2023년 금년이 광복 78주년 분단 70년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고조되는 한반도 군사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 대한민국 정부는 심기일전하여 이번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의에서,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참전국 자동개입(워싱턴선언) 재확인은 국제법과 한국 헌법에 위반되고, 원인무효이며, 폐기할 것을 명백히 통보해야 한다.

대신에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 평화체제 그리고 장기적 분단극복을 위해서는 남북정상이 합의한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의 군사부문 합의가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유엔사 참전국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할 것이다.

 

이장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KIEL) 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미국 Yale Law School Visiting Scholar, Hawaii East-West Center Fellow,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국제공법 막스프랑크 연구소 객원연구위원(역임)
- 한국외대 법과대학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한독법률학회 부회장(역임)

-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 위위회 위원장(역임)
-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장/운영위원장, 통일교육협의회 상임공동대표, 민화협 상임공동의장(역임).
- 대한적십자사국제인도법자문위원장,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영문학술저널),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사NGO포럼 이사장,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통령 자문위원, 대통령자문 국가정책기획기위원회 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재단자문위원, 외교부 자문위원(역임)

- 민화협 고문,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6.15남측위 상임공동대표, 6.15남측위서울본부 대표상임의장, 서울시국회의 상임공동의장(현재)
-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ILA 런던본부 “Use of Force”상임위원회 위원(현재)
- 진실화해위원회 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해양경찰청 국제해양법위원회 위원,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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