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북)정치학 박사/ 사,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 저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즉 이번 10월 보궐선거 하나는 가히 초대형 역대급이라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다음과 같은 성격으로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이다.

“대선만큼이나 컸던 선거, 진보 진영은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일반적 의미에서 ‘구청장’ 선거는 분명 ‘정치’의 영역보다 ‘행정’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번 구청장 선거는 확연히 달랐다. 매우 선명한 정치의 영역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하여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졌다. 

첫째, ‘정권심판론 대 정권안정론’의 구도가 형성됐다. 

둘째, 후보와 후보, 즉 인물 대결이 아닌 정당과 정당의 대결이 되었다.

셋째, 2024년 4월 총선의 풍향계가 되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득표율.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득표율.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왜 그런지는 다음과 같은 사실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분명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때까지는 진보 진영(정의당과 진보당) 두 후보의 지지율 합이 대략 15% 내외였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두 후보 지지율 합이 약 3%로 대폭락했다. 

무얼 뜻하고 있는가? 핵심은 진보 진영에게 2024년 4월 선거가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의 대결 구도에서는 절대 설 땅이 없음을 안내한다. 즉,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는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윤 정권 심판의 대의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진보 진영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바로미터(barometer)해 준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다음과 같은, 즉 진보 진영이 ‘불필요한’ 변명에 집착하지 말고, 정말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여 민중들에게 참 희망을 줄 수 있는 분명한 대안, 그런 운동적 상상력과 심각한 교훈을 얻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와야만 한다. 다름 아닌, ‘진보 진영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정당 구조 방식은 불가능하고, 대통합의 정신으로 돌아가 통 크게 통합’해 내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참고] 민주당에는 두 가지의 선물을 주었다. 

첫째는, 단기적으로는 이재명 체제에 대한 독자적 생존 길을 열어냈다. (이 지점이 2024년 4월 총선에서 득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이재명 체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둘째는, 민주당이 ‘윤 정권 탄핵 투쟁’에 동참할 이유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합법적 선거 일정을 통해 자신들이 권력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굳이 ‘차가운’ 거리(광장)로 나올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서, 이번 ‘큰’ 승리는 민주당을 확실하게 윤 정권 탄핵 투쟁에서 이탈시켜 윤 정권의 실정을 계속 폭로하면서 2024년 4월 총선까지 정권심판론 기조를 이어가게 해줬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진보 진영도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해야 할 지점이 생겼다. 즉, 작금의 반(反)윤 투쟁이 실질적 의미에서 최종적으로 향하던 ‘윤 정권 퇴진이나 탄핵’보다는 이 투쟁을 통해 진보 역량 강화, 즉 민중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진정한 민중의 편은 진보 진영임을 각인해 내는) 그런 방향에서 투쟁 기조를 현실화해야 한다, 함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확히 이 글 전반에 흐르고 있는 기조, 모든 진보 정당이 대통합에 동의해 완전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을 이뤄내는 것과 정확히 그 궤를 같이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진보는 민중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도 없으며 2024년 4월 총선에서도 보나 마나 대참패이다. 즉, 그 누구도 진보 정당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며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도 완전 의미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첫째는, 그래도 진보 진영에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걸고 있었던 비(非)조직된 수많은 사람들이 진보 정당 대신, 민주당을 쳐다보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으로의 포섭이다. 

둘째는, 위 ‘첫째는’에 있었던 사람들의 또 다른 선택지 중 하나는(위 ‘첫째는’ 선택지로 가지 않은 사람들은) 진보 정치에 이제 희망은 없고, 그렇다 하여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면 이들은 이제껏 합법적 공간에서 갖는 정치투쟁에 의미를 두지 않고, 오직 ‘대중투쟁’에만 집중하는 왜곡된 인식구조, 즉 대중투쟁 만능주의만 판치게 할 것이다. 

셋째는, 위 ‘첫째는’과 ‘둘째는’의 총합인데, 그것은 진보 정치운동 무용론과 (진보) 정당의 정치투쟁이 올바르게 결합하지 못한 물리적 대중투쟁만으로는 궁극적 변혁 승리가 불가능하다 했을 때 이는 진보 진영 전반에 정치 허무주의와 운동적 좌절을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할 것이다. 

결과, 이번 10월 구청장 보궐선거는 이처럼-대선의 선거 결과보다 그 무게는 더 무겁다, 하겠다. 그러니 진보 진영은 그 ‘알량한’ 정파와 주의·주장 모든 것을 (허심하게) 내려놓고, 오직 운동적 대의와 민중을 중심에 놓는, 진보적 역사 발전법칙에 맞는 조직적 선택을 해내어야만 한다.

못한다면 지금의 당대 진보 진영은 변혁적 운동 역사에 있어 죄인이 될 것이고, 해 난다면 후대의 진보 역사에 있어 훌륭한 귀감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하여, 진보를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만큼 모든 사람은 이제부터라도 모두 ‘진보의 재구성’, 즉 대통합의 길에 나서자.

 

김광수 필자 약력

저서로는 가장 최근작인 『김광수의 통일담론: 통일로 평화를 노래하라』(2021)를 비롯하여 『수령국가』(2015),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 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거쳐, 지금은 부경대에서 ‘강사’ 직위를 갖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자문위원/6.15부산본부 자문위원/(사)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자문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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