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일이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년이 되면서 한미 정부 인사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긍정평가하면서 이 조약보다 더 강한 동맹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조약은 이승만이 1953년 정전협정 체결에 반대하고 평화협정 추진을 실질적으로 저지하면서 남한을 미국의 군사적 종속국, 미군영구기지로 전락시킨 지구촌에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불평등조약이라는 점은 침묵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한미전략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70년간 한미관계는 핵심(key) 안보동맹에서 필수(vital)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성장했다.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은 그 범위와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23.9.26).

박진 외교부 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한국과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동맹을 구축했다. 지난 70년간 새로운 도전에 맞서 한미 동맹은 견고성과 적응력을 증명해 왔다”면서 “북한은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부족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고 기록적인 수의 미사일과 소위 위성을 발사한 행동은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하며 부도덕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우방국들과 긴밀히 연대해 강력한 안보태세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우리 국민은 북한의 공산세력, 그 추종세력의 가짜 평화 속임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2023.9.26).

이상에서 한미동맹 70년을 맞은 한미 두 나라 정부의 태도, 입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즉 미국은 동북아 최 변방 한반도에서 남한에 대한 군사적 기득권을 통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동북아에서 한국을 주요한 군사적 발진 기지로 삼고 있고 한국 정부는 북한 핵과 미사일 때문이라며 한미동맹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다.

그러면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윤 대통령이 기회만 있으면 강조하는 민주주의, 가치, 법치를 실천하는 절대 선의 국가인가? 그래서 윤 대통령이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정부를 도감청한 것도 문제 삼지 않고 한미일 군사 협력 체제를 강화를 압박하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강제동원 배상 문제 등에서 최악의 저자세 굴욕외교를 일삼고 있는 것인가?

미국 자국법으로 세계를 통제하고 우방국 정부 도감청 서슴치 않아

미국이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피면, 그 나라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면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가 드러나게 된다. 미국은 자국 의회가 제정하는 법이나 행정부의 명령 등으로 타국에 대해 물리적 제재를 가하는 21세기 제국주의 국가로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에서 보듯 우방국조차 짓밟는 몰상식, 냉혈한적인 조치를 일삼고 있다.

미국이 심각한 자국중심주의에 빠져 있고 철면피한 내로남불 논리의 화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을 도외시한 채 미국이 절대선이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허구를 앞세워 열을 올리는 것은 조소의 대상이 될 뿐이다.

외교나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동지, 적은 없다. 단지 국가간 이해다툼은 항상 존재해왔고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는 관계는 생략되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적인 세계전략은 미국 안보이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세계 여타 지역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하위개념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가 자칫 미국과 중러의 대치국면에서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20세기 초 가스라-테프트 밀약을 통해 일본과 제국주의적 암거래를 통해 한반도를 흥정수단으로 삼았던 행태는 오늘날에도 변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을 자국의 세계군사전략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칫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의 큰 흥정이나 대결 상황에서 한반도를 엿 바꿔 먹기 식으로 이용할 가능성에 대해 눈감는 식의 무뇌아적 대응은 안 될 일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을 대신해 중국과 러시아에 각을 세우고 미국의 무기를 엄청나게 사주고 있으며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민족이지만 철천지원수처럼 대해 미국을 크게 만족시키고 있다. 동맹을 민족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긴 안목으로 볼 때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 사례가 수도 없이 많지만 베트남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가짜뉴스를 퍼뜨려 침략한 사실은 세계사에 기록될 국제범죄였다. 최근에 문제가 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타국 정부에 대한 불법 도감청 등을 자국법에 의해 합법화하면서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으나 세계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에 대해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ICC는 1998년 로마 조약에 의해 설립된 국제기구로, 전쟁 범죄, 인종 청소, 반인도 범죄, 인권 침해 등 중대한 국제 범죄에 대한 조사나 소추를 목적으로 하며 1백 여 국가가 이를 비준했다. 미국은 2002년 의회가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ICC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https://www.britannica.com/topic/International-Criminal-Court).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국제형사재판소 문제에 대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자국의 행위가 국제범죄와는 무관하게 오류가 없다는 주장을 하면서 문제제기를 원천봉쇄하고 미국 군인이 전투 구역에서의 불법 행위(주로 비전투원의 살해)에 따라 소추되는 일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ICC는 주권 국가의 재판권과는 별도로 독립적인 재판권을 갖고 있으며, 자발적 가입국에만 ICC의 관할권이 미치게 되어 있다.

△미국은 전쟁 승리를 위해서라면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국제사회가 사용을 금하는 반인도적인 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는데 이는 확전의 계기가 되면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탑재한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지원하려고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연합뉴스 2023.9.23).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작은 폭탄 수백 개가 들어 있으며 상공에서 터지면 안에 있던 폭탄이 쏟아져 나와 넓은 영역에 피해를 준다.

1기의 에이태큼스에는 300∼950개의 개별 폭탄이 들어 있어 무차별 폭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 우려가 크고 불발탄이 남을 수 있어 세계 120여 국가가 사용을 금지한다.

유엔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는 것은 민간인 등에게 심각하고 무차별적인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면서 그 중단을 촉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유엔 고문 및 기타 가혹하고 비인도적 또는 인간 존엄성을 폄하하는 대우 또는 처벌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지난 9월 20일 미국에 그런 경고문을 지난 7월 긴급타전, 미국은 국제인권법에 의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촉구했으나 미국은 이날 현재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3/09/un-expert-urges-us-government-review-decision-transfer-cluster-munitions).

-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의 추가적인 군사 및 인도적 지원 계획을 밝힌 가운데, 그 일환으로 전차용 120mm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2023.9.7).

열화우라늄탄은 전차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논란이 있는 무기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열화우라늄 파편을 만지면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될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그 사용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열화우라늄을 총알, 박격포탄, 전차 포탄 등에 사용할 경우 일반적인 탱크 철판은 관통할 수도 있고 관통하면서 생긴 열에 의해 불에 타게 된다. 열화우라늄탄은 잔해가 매우 날카로워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고 방사능을 내지 않지만, 방사능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인체에 유해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어 그 사용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필리핀, 일본의 관련 조약 비교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현재와 같이 존속시키는 것은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 예속 상태라는 대외적 위상 추락과 국민 자존감의 훼손. 미국의 부당 이익으로 인한 한국 국민의 과중하고 자존심 상하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중국, 러시아 등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의 최첨단 무기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군사, 경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한국의 국익을 손상하는 요인의 하나다. 동북아의 변화된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국익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주권 확립 차원에서 이 조약의 개폐가 시급하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필리핀·미국 상호방위조약, 미⸱일 상호안보조약 등과 비교할 때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어 그 개폐의 필요성이 자명해진다. 이는 어느 면에서 위헌 요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지역의 평화를 위해 집단안보를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외국의 경우처럼 자국영토와 가까운 지역에 국한해야지 태평양지역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실현을 위해 발진기지가 될 우려가 있어 개정되어야 한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미국 등이 개입할 경우 그 이후 국제연합 안보리에 보고할 의무 등이 없다. 이는 일본과 필리핀의 경우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군사적 개입은 국제연합의 토의와 결정을 거치게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어 개정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국가이기주의에 의해 자의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기지를 요구할 경우 한국은 허여할 수 밖에 없고 이런 규정에 힘입어 평택 미군기지는 해외미군기지 가운데 최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기지 오염문제도 심각하고 미군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 않고 있다.

반면 필리핀은 필리핀 군 기지 내에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게 하는 등 그 조건을 필리핀이 주도권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과 같은 미군사력의 배비가 미국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한국도 필리핀과 일본의 경우처럼 합리적으로 미군기지 문제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 한미상호안보약은 무기한 유효하다고 되어있지만 필리핀, 일본의 경우 그 기한이 10년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기한 만료 뒤 재협상 등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이 조약과는 큰 차이가 있다.

- 필리핀, 일본의 경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에 대해 수시로 협의할 수 있게 되어있으나 이 조약에는 그런 조항이 없는 것이 문제다.

군사적 주권 없는 한국 대통령의 국제무대 큰소리, 지구촌이 비웃어

최근 한미관계는 미 대통령이 기회만 있으면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 한미일 군사관계 증진에 기여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의 통제 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경제력 세계 10위권, 군사력 6위권의 위상인데도 주한미군사령관이 3개의 사령관 모자를 쓰고 다양한 방식으로 군사적 통제를 취하는 것에 대해 순종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전시작전통제권, 유엔사 등을 통해 한국의 국방안보 자주권은 물론 남북한 평화통일 노력을 제약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2018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수많은 교류협력 방안을 만들었지만 그 이행을 저지해 남북관계가 오늘날과 같이 파탄상태로 가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전후 대북 선제타격 등을 주장해 미국이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소동이 벌어진 뒤 미국의 핵우산 정책은 물론 미국의 중국, 러시아 압박전략에 적극 순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군사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두 나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 윤 정권은 과거 미국 소련 간 냉전 시대와 달리 오늘날 국제정세는 군사적 안보와 경제적 안보를 병행해야 할 필요가 크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 최빈국인 북한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고 규정하고 최강의 군사전략을 적용한 것은 실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군사적 자주권이 없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미국 대신 또는 미국의 앞장을 서는 식으로 세계평화,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을 대단히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예속된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가 하는 점은 최근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일반토의 두 번째 날인 20일 기조연설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이라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대한 러시아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rfa 2023.9.21.).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21일 전날 윤 대통령이 북⸱러 간 무기협상에 대해 비난하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기조연설에 대해 “한러간 협력을 훼손하려는 미국의 선전운동에 가담한 것은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와 북한 간 국방 협력에 대해 근거 없고 선동적인 주장을 했다. 한국의 반러 정책이 한러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이 세계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외국이 그렇듯이 군사적 주권을 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촌은 한국이 아무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내놓아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공짜는 없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발상의 전환을 해볼 일이다. 한미동맹을 필리핀과 미국처럼 대등한 국가 간의 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미군은 필리핀 주둔 시 필리핀 군 기지에 국한해 영구기지는 만들지 못하고 미군은 필리핀 국내법 적용을 받으며 미군 시설은 사후 필리핀 정부에 귀속시킨다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과 비교해 하늘과 땅 차이지만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다.

군대는 고려 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처럼 파괴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외국군이 한국에서처럼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린다는 것은 미국이 이승만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킬 계획을 세우는 토대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려면 당연히 한국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필리핀이 미군 주둔에 대해 취하는 원칙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을 가할 여건이 한미동맹으로 조성되고 있는 한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이는 전쟁을 원치 않고 평화통일을 원하는 한국민의 입장에서 사활이 걸린 심각한 문제다. 지금처럼 미국이 한국에 대해 군사적 측면에서 상하 또는 주종관계로 되어 있는 것은 미국에게 상궤에서 벗어난 대북 정책을 남발하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점에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한미동맹은 미국이 합리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토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하겠다. 한미동맹을 국제적 상식에 맞게 정상화하는 것은 미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변하게 하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덕에 한국이 정치, 경제 선진국이 되었다?

한미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할 때 흔히 ‘혈맹관계’ 등의 수사가 동원되어 미국 덕분에 오늘날처럼 한국이 정치, 경제 선진국이 되었다는 식의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는 정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지만 개략적으로 살필 때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즉 한국의 정치적 선진화는 4.19혁명, 6월항쟁,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시민사회가 민주화를 위해 엄청난 투쟁과 희생을 했다는 점, 미국이 적극 지원했던 친일파가 주류였던 기득권층은 한국의 독재정권에 기여했을 뿐 민주화된 뒤의 과실을 따먹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선진화의 경우 이승만, 박정희 통치 시절 한국 사회는 정관계와 재계의 부정부패가 심각했다는 점에서 기적과 같은 일로 해외에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주요 천연자원이 거의 나지 않는 한국이 노동력을 밑천으로 한 수출로 부를 축적했는데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한국 상품이 국제적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지녔던 것이 주요인일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노동자의 희생 덕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22년 6-7월 경남거제시에서 51일 동안 지속된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를 통해 간접 확인된다. 국내 조선업이 선박수주 세계 1위이지만 조선업계가 원청과 하청구조로 되어 있고 노동자 90% 이상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생존이 어려울 정도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를 떠받치는 저임금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달리 소수의 거대자본과 기업주들은 선박 수주 세계 1위의 호조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독식하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한국 경제는 재벌 등 거대 자본이 경제권을 장악한 채 노동력 착취가 심각하고 양극화, 빈부격차로 인한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의 헬 조선이 되어 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자본과 노동의 구조적 모순은 60년대 이후 고도 성장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고질적인 천민자본주의적 병폐라 하겠다. 한국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로 가능했다고 보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작업환경과 저임금 속에서 희생적인 경제활동을 한 것이 한국 경제성장의 가장 큰 추동력이 되었다 할 것이다. 박정희 때부터 시작된 노동자 착취구조는 재벌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정축재와 정치권에 천문학적인 뇌물제공도 가능케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한미동맹 역사는 미국이 자국 이익 최우선으로 챙긴 과정

미국이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 이른바 안보를 담당하면서 기여했다고 하지만 2차 대전종전이후 미군이 점령군으로 남한에 온 뒤부터 오늘날까지 미국익을 최우선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미국은 2차 대전 종전이후 소련의 극동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남한에 진주했다.

미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남한의 자생적인 건국추진 기구를 일체 불허하고 해외 독립운동세력도 개인자격으로 입국토록 했다. 미국은 3년의 군정기간을 통해 남한 내 군경을 주축으로 친미세력의 확대를 시도했고 유엔을 통한 남한단독정부 수립 강행도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친미정권의 수립이 목적이었다.

미국이 애치슨라인을 선포한 것도, 6.25전쟁이 나자 유엔 깃발을 앞세워 남한에 군대를 파견한 것도 미 국익이 최우선이고 한민족을 돕는다는 것은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 미국은 정전협정 뒤 평화협정 타결에 소극적이다가 1950년대 중후반에 냉전이 심화되자 핵무기를 남한에 들여와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미국은 박정희, 전두환 쿠데타 정권도 미국익을 우선해 그 정통성을 인정해 주면서 평화협정 체결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남한 영구주둔을 목표로 한 한미동맹을 강화했다.

오늘날 미국은 주한미군을 대중국 견제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상주에 배치하고 미국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북한에 대한 선제 핵타격이 가능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은 대북 핵공격 시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정도로 파괴되는 것이 뻔한데도 자국의 전략추진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로 미뤄볼 때 미국이 남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이 어떻게 훼손될지에 대해서 관심이나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미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미국의 최대의 수혜자인 셈이다. 이런 판이니 미국은 남한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라기보다 자국의 전략 추진 과정에서 남한에 신세진 것이 엄청 많아 그에 대한 대가를 남한에 지불해야 마땅하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국의 이익 챙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을 뿐 한국에 특혜를 주거나 정당한 혜택만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이 희생한 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한국의 선진화에 기여했다고 하는 것은 미국이나 친미세력이 앞장선 미국홍보, 심리전 차원의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절하가 가능하다. 국가 간의 관계가 원래 국가이기주의의의 추구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한반도 개입 역사는 세계사에서 쉽게 발견되는 그런 약육강식과 같은 사례에 불과했다고 보아야 한다.

국가간 관계가 정상적이려면 상호 대등한 국격과 위상, 잠재력을 지니고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미국과 한반도의 뒤틀린 볼썽사나운 관계는 어찌 보면 피하기 어려운 역사적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주인들에 비해 국력과 세계적 영향력이 엄청나게 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와의 관계설정에서 자신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카드를 앞세웠을 뿐이고 이에 대해 한반도 주인공들은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서로 대등하게 주고받는 역사의 과정이 아니었다. 미국은 슈퍼갑, 한반도 주인은 을에 불과했다. 한미관계 최초의 수립 과정부터 그랬고 오늘날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역사적 과정이 사실관계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기술되고 평가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도 심각한 현실의 한 부분이다.

혈맹 강조 속 ‘이념을 민족보다 우선시하는 풍조’ 만연

오늘날 한미관계는 혈맹의 관계로 일컬어지면서 한민족의 절반인 북한에 대한 남쪽의 주된 인식은 ‘이념은 민족에 우선한다’로 압축된다. 남북은 1300 여 년 동안 통일된 상태였고 정치사상, 이념은 한시적인 것인데도 남쪽의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궤멸시키는 존재로만 규정하고 있다. 일부 수구세력은 검은 머리 미국인이라 불릴 정도로 친미적이면서 북한에 대한 엄청난 증오를 감추지 않는다.

남한 주민의 상당수가 친미, 반북의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 정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지난 150년 간 미국의 한반도 관련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모르고 지내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를 모르거나 역사적 진실에 눈을 감으면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교훈을 생각할 때 정확한 미국의 역사적 실체와 한반도에서의 족적에 대한 지식이 절실하다.

특히 남북한 평화통일 이후를 상상하는 미래에서 북한의 존재가 긍정적, 생산적으로 전제되는 것은 금단의 영역이 되어 버렸다. 남한의 수출위주의 취약한 경제 구조, 청년실업 등의 해결책의 하나가 남북 경제 공동체의 추진이라는 방안은 한때 보수, 진보 정치, 언론이 주장했지만 북한 핵문제가 커지면서 자취를 감춘 뒤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의 한미동맹관계 속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세조치가 취해질 경우 남한에서도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이 보다 더 심각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군사동맹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남북교류협력이 이뤄진다 해도 트럼프가 했던 것처럼 하루아침에 그것이 중단되거나 파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공언하는 것처럼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의 핵으로 북한 정권을 종식시킨다는 것인데 정치가 정상이라면 북한 핵이 사용될 조건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는 노력이 취해져야 한다. 그러나 윤 정권은 무력만이 평화를 보장한다면서 군비증강과 함께 미국 핵우산 구걸에 사력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거대야당, 진보적 정당은 물론 언론, 학계가 침묵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지금은 북한 핵에 대해서 ‘최악의 상황이 되면 남한에 터뜨릴 것인가, 그렇게 할 경우 핵을 사용한 쪽은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힘들 뿐 아니라 민족사에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라서 그럴 일은 없을 것 아닌가? 미국이 해결해 주려나?’하는 식의 상상만 하면서 지낼 일은 아니다. 남북이 공존, 평화통일을 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한반도를 포함해 전 세계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노력을 모두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 정치권, 언론, 학계 등은 6.25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토록 하고 북한과 평화통일을 위한 항구적인 교류협력의 기반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한미동맹 관계를 유엔회원국 간의 평등하고 평화와 정의를 지향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진정한 이익이 된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간에 핵무기, 미사일 등을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높다 해도 박정희, 노태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남북간에 평화통일을 향한 로드맵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도 인식하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윤 정권, 한미동맹과 국보법 전면에 앞세워 국가국제경쟁력 상실 우려 심각

윤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이나 조치는 분단과 전쟁 속에 강조된 반공이념, 특히 국가보안법(국보법)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인천항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서 행한 다음과 같은 기념사에 잘 함축되어 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반도 공산화를 막은 역사적 작전이자 세계 전사에 빛나는 위대한 승리였다. 전쟁의 총성이 멈춘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낸 자유와 평화는 지금 다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대한민국 타격을 공공연히 운운하는 등 군사적 위협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산 세력과 그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들은 허위 조작과 선전 선동으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 역량을 확보해 힘에 의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수호할 것이다(연합뉴스 2023.9.15.).”

윤 대통령이 위에서 밝힌 안보관과 국정지침은 뉴라이트라 지칭된 극단적 발언을 일삼던 인사들을 국무위원이나 정부산하 각종 기관의 장으로 임용한데서도 확인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인 민주주의, 가치, 법치를 내세우는 독불장군.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연출하면서 그에 비판, 반대하는 야당이나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공산집단세력, 반사회적 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는 현재와 같은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처럼 세상을 흑백으로 구분하는 갈라치기의 논리에 매달릴 경우 통합적 리더십은커녕 ‘우리 편은 절대 선, 반대편은 절대 악’의 대립구도를 심화시키기 십상이다.

헌법재판소(헌재)가 국보법 논란에 대해 시간을 끌다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국보법은 북한 지역과 주민을 반국가단체, 그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대해 상상도, 접근도, 교류도 하지 말라는 세계가 규탄하는 악법이다. 특히 대통령도 탄핵시킨 국민이 분단과 통일문제에 대해 전혀 개입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개, 돼지처럼 취급하는 폭력적 발상의 결과라는 점에서 헌재는 이번에 엄청난 역사적 오판을 했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한국사회가 지금처럼 한미동맹과 국보법이라는 틀 속에 갇힐 경우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 국가국제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적지 않다. 인공지능 시대는 막힘없는 상상력의 추구와 그 실천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북한과 사회주의를 이유로 한시적인 정치사상, 이념의 지배를 절대시하거나 제 민족보다 동맹, 외세에 의존하는 비정상이 시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빛나고 풍요로운 그러면서도 전쟁 위협을 받지 않고 평화, 정의, 진리가 넘치는 한반도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전 민언련 이사장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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