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기주 /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원

 

산행일자 : 2023년 4월 23일(일)
구간 : 하오현 터널 ~ 잠곡저수지 ~ 하오현 ~ 회목봉 ~ 상해봉 ~ 광덕산 ~ 광덕고개
거리 : 10.1km
시간 : 5시간 40분
참여인원 : 17명

 

광덕산, 4월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뿜어내는 싱그런 봄내음이 청량하다.
산들바람 타고 코 끝을 자극하는 화사한 봄꽃들의 향기에 흠뻑 취한다.
날씨도 참 좋다. 몸도 맘도 눈도 즐겁게 호강한다.
4월의 숲길을 백두대간 종주대원들과 함께 원없이 걸었다.
행복... 별 거 아니다.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가 4월 23일 한북정맥 2구간 산행을 시작했다. 출발하기 앞서 하오터널 앞에서 단체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가 4월 23일 한북정맥 2구간 산행을 시작했다. 출발하기 앞서 하오터널 앞에서 단체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강원도 화천 사내면과 철원 서면, 경기도 포천국 이동면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광덕산은 한북정맥의 중심에서 여러 명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오현 터널을 지날 때 “밤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는 운전기사님의 말을 들었다.
멧돼지가 밭농사를 망친다고 하는데 나라 망치는 멧돼지도 한 마리 있다.
“나라 꼴이 삽시간에 멧돼지 지나간 고구마 밭처럼 되었다.”
내 대학 후배 류근 시인이 이날 아침 뉴스공장에 나와 한 말이다.

누에마을 상류에 위치한 잠곡저수지 풍광은 아름답다.
낚시를 드리우면 물고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나올 것 같은 슬픈 예감.
낚시는 물고기를 낚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낚는 것이다.

우리 대원들 역시 물 위에 쓴 세월 낚으러 산행 길에 나선 것은 아닐까.

산 초입부터 얼레지, 양지꽃, 제비꽃, 바람꽃, 현호색... 야생화들이 도열하여 우리를 반긴다.
진달래 꽃으로 현신한 산신령도 나와 악수를 청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인생 2막 청춘들도 모두 꽃을 좋아하지요.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인생 2막 청춘들도 모두 꽃을 좋아하지요.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꽃이 예뻐 보이는 건 나이 들었다는 증거야.”
오동진 대원이 말하자 이상학, 김태현 대원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나이 들수록 젊고 예쁜 꽃을 좋아하지요.”
전병덕 대원이 길가 얼레지 꽃을 보며 말한다.
얼레지 꽃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나무 위에서 딱다구리 한 마리가 풍악을 울리고 있다.
따~다~다다 역대급 환영 퍼레이드다. 
심주이 총무님이 “딱다구리 고개 많이 아프것다”고 따뜻한 마음 전한다.

어제 저녁 톡방에 이계환 대원이 이런 글을 올렸다
“박명한 대원 내일 산행 안 가요? 박 대원 좋아하는 두릅하고 엄나무순 가져가요.”
그리고 두릅과 엄나무순 가득 들고 왔다. 
박명한 대원이 많이 부럽다. 그들의 엄나무, 두릅 사랑!

두릅은 사랑입니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두릅은 사랑입니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두릅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덕산 골짜기 두릅 채취로 이어졌다.
가는 길목 비탈진 곳에 두릅이 널려 있다.
보물찾기 하듯 김재선 단장님, 오동진, 이종규 대원이 골짜기를 누빈다.
서효정 대원이 회목봉 기슭 두릅을 한 아름 품에 안았다.

손 안 가득 진동하는 두릅 향.
“앞으로 우리 산악회 이름을 통일뉴스 두릅채취단으로 바꿔야겠는데...”
이상학 대원의 말에
“그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악회 이름도 바꿔야겠네.”
지나가던 바람이 답한다

회목봉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 둘러보니 자그마한 팻말 하나가 나무 위에 걸려 있다.

회목봉(1027m)엔 표지석도 없다. 산 타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회목봉(1027m)엔 표지석도 없다. 산 타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회목봉 아래 붉게 피어있는 진달래 꽃이 너무나 아름답다.
사람이 가꾸지 않아도 자연이 저리 탐스럽게 꽃을 피웠구나.
자연의 위대함이라니!

산 곳곳,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6.25 전쟁 전사 유해 발굴 표식.
동족과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대는 싸움에 지친
진달래는 피눈물을 토해겠네.

고영균, 김익흥 대원과 이지련 단장님이 진달래 꽃 앞에 포즈를 취하고
김래곤 대원이 진달래 노래 한 소절을 읊는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 사태가...”

상해봉 단체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상해봉 단체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광덕산의 자랑 중 하나는 산 정상에서 약 200m 정도 북쪽에 위치한 상해봉이다.
정상에 잘 생긴 바위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암초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상해봉 암릉 길은 화려한 만큼 위험도 뒤따른다.
오늘도 우리의 기대주 장소영 대원은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바위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히 이 부문 종주대 탑모델이다.

오늘따라 서효정 대원의 휘바람 소리도 경쾌하다.
꾀꼬리 소리처럼 들린다.
가는 귀를 먹었나? 사위를 둘러봐도 꾀꼬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구별에 선녀님들이 납시셨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지구별에 선녀님들이 납시셨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경계선에 서 있는 아름다움은 늘 위험하다.
하늘과 땅 그 경계선에 나란히 포즈를 취한 세 여인,
금방 비상이라도 할 듯 날개를 편다.

얼른 하느님과 교신해야겠다. 그 사이,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벌써 하느님의 응답이 온 겐가.

아니다. 상해봉 정상 풍광에 취해 스틱 놓고 내려간 대원 목소리다.
김래곤 대원이 오던 길을 거슬러 다시 쏜살같이 바위 위로 오른다.
“스틱, 안 보여요!”
“옆 바위도 한번 보세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암벽 아래 상해봉 표지석 뒤에 놓여 있다.
이렇게 연루된 김태현, 이계환. 목격자 장소영, 심주이, 김래곤, 라기주
이렇게 또 추억 하나를 남기고 가는구나.

앞서 걷던 전용정 대장님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길을 잃은 것인가. 아니면 빽도라도 해야 할 판인가.

즐거운 점심시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즐거운 점심시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자리 깔자고 하신다. 금강산도 식후경, 광덕산도 식후경.
먹는 즐거움 앞에 대장님이 길을 잘못 인도하면, 탄핵 촛불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금방 사그라 들었다.

가져온 음식들을 풀어놓는데 상다리 휘어질 듯한 밥상차림 같다.
서효정 대원이 준비한 유부초밥. 이계환 대원이 준비한 엄나무와 두릅 순. 이지련 단장님이 준비한 가정식 집밥 그리고 각자 준비해온 다양한 음식들, 이상학 대원이 준비한 술 야관문(?)

이날, 광덕산에 "정체불명 야관문을 마신 대원들의 발걸음이 살짝 흔들렸다", "밤이 아닌 낮에 마셨으니 야관문이 아니라 주관문이라 하등 효과도 없었다", 급기야 "산행 중 금주하는 전용정 대장님의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물든 것은 다 야관문 탓"이라고 수런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통일은 언제 오려나...산상기도의 시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통일은 언제 오려나...산상기도의 시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때로 길이 없는 곳에서 예기치 않은 행운이 굴러 들어오기도 한다.
두 갈래 갈림길에서 경로를 잠깐 벗어났을 때 눈앞에 파노라마 같은 그림과 정경이 펼쳐진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 인생사에도 가끔 예기치 않은 행운과 불운이 굴러 들어올 때가 있다.
그때 행운은? 오늘처럼 행운은 이미 우리 대원들 편이라고 믿는다.

오늘 한북정맥 1차 산행에 이어 2차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회목봉 1027m, 상해봉 1010m, 광덕산 1046m 고지를 넘어선 것은
순전히 우리 대원들의 단합된 힘이 일궈낸 결실이다.

한북정맥 2구간, 광덕산에 오른 대원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한북정맥 2구간, 광덕산에 오른 대원들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하산길에 잣나무 숲길을 걸었다.
생은 유한하고 사는 무한하고, 너는 곧고 나는 휘고
삼림욕이라도 하고 가면 좋지.
몸 부릴 곳, 마음 부릴 곳 없는 세상
잠시 쉬었다 가면 어떠리.
이종규, 장소영, 서효정, 고영균 대원이 가던 발길 멈추고
잣나무 숲을 오래도록 응시한다.

광덕산은 지금 파릇파릇 연두의 계절.
잠곡저수지, 회목봉, 상해봉이 절경이니,
양지꽃, 얼레지, 제비꽃, 바람꽃, 산괴불주머니 지천으로 핀
광덕산 진달래 꽃동산으로 그대, 오시라
더디 오시라.

하산 단체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하산 단체사진 [사진 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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