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이 /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대원, 총무

 

산행일자 : 2023년 3월 26일(일)
구간 : 수피령~복계산갈림길~복계산~복계산갈림길~복주산휴양림갈림길~실내고개갈림길~복주산~하오현~하오현터널
거리 : 16.2km (접속 1km)
시간 : 7시간 50분
참여인원 : 23명

 

시산제 단체사진.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가 2020년 7월 1일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종산제를 마치고 근교산행을 이어오다 다시 2년 8개월 만에 한북정맥 첫 구간 산행을 시작해, 이날 시산제를 지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시산제 단체사진.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가 2020년 7월 1일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종산제를 마치고 근교산행을 이어오다 다시 2년 8개월 만에 한북정맥 첫 구간 산행을 시작해, 이날 시산제를 지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가 2020년 7월 1일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종산제를 마치고 근교산행을 이어오다 다시 2년 8개월 만에 한북정맥 산행을 시작했다.

조선시대 지리서에 바탕을 두고 있는 <산경표>에서는 전국의 산줄기를 하나의 대간, 하나의 정간, 13개의 정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중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북한 평강군 추가령 백산분기점(1,120m)에서 분기하여 경기도 파주군 교하면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로, 임진강과 한강을 가르는 산줄기이다.

백두대간처럼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데 남쪽 구간은 대성산부터 시작되지만 군사지역으로 수피령에서부터 종주를 시작한다.

복주산 방향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주산 방향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거리두기로 사람이 그리웠던 코로나의 시대를 지나 백만 년 만에 반가운 대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렌다.

역대 최대 산행인원이 참가하는 만큼 버스도 48인승으로 준비되었다. 약속장소인 서울역 11번출구 밖에 있는 버스에 올라타니 가장 연장자이신 615산악회 김재선 총대장님께서 중앙에 든든하게 앉아계셨다.

동행할 수 있어 감사하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보니 맨 뒷좌석에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산행이 어려울 것 같았던 박명한 대원도 계신다. 종주대의 달달하고 든든한 지원군!

버스에서 대원들의 모습.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버스에서 대원들의 모습.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전 7시 20분 23명 전원이 버스에 탑승하고 출발한다.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6년째 함께 산을 걷다 보니 자기소개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새로 합류한 대원도 어색함 없이 녹아든다.

버스는 2시간 30분여를 달려 수피령 고개에 도착했다. 대성산지구 전적비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제1구간 산행을 시작한다.

수피령 산행 초입 대성산지구 전적비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수피령 산행 초입 대성산지구 전적비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역시 시작은 오르막이다.

1km정도 오르니 복계산이 1.1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는데 인원이 많으니 선두나 후미가 보이지 않아 길이 맞는지 가까이 있은 대원들끼리 눈치껏 찾아간다.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뒤편 대성산이 마주 보이지만 가지 못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성산 방향 전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계산 갈림길에 도착하니 종주길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복계산에 다녀오기로 한 대원들의 가방이 놓여져 있다. 복계산 갈림길에서 복계산까지는 왕복 1.4km라고 하는데 늦은 걸음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녀오기로 한 서효정 대원은 쉼 없이 복계산으로 향했다.

복계산에 오른 대원들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계산에 오른 대원들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계산에 오른 정병창 대원 부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계산에 오른 정병창 대원 부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아직 초반 산행이니 복계산을 패스한 대원들은 잠시 목을 축이고 우직하게 걷기를 시작한다.

밧줄과 징이 박힌 바위를 몇 번 오르내린다.

평소에는 에너지 만렙인 장소영 대원이 유독 밧줄 내리막을 무서워해서 걱정됐는데 역시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지. 차분하게 걸음을 쉬지 않는다.

밧줄구간을 내려오고 있는 장소영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밧줄구간을 내려오고 있는 장소영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꽃소식이 열흘은 빠르다고 하더니 도로 쌀쌀해진 날씨에 북사면 땅속에는 얼음이 숨어있기도 했지만 큰 오르내림 없이 흙길로 이어지니 어려운 산행은 아니다.

2km를 더 걸으니 표지판이 있다. 간간이 보이는 표지판은 지루함을 덜어주고 무사히 통과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 준다.

쉬고 있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쉬고 있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다시 3km의 흙길을 걸었다.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나서 돌길과 흙길의 차이점을 확실히 알았던 터라 감사하게 걷는다.

11시 50분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 쉬고 있는데 복계산에 올랐던 대원들이 합류했다. 기다리던 대원들은 박수로 환영을 했다.

점심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점심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조금 더 걸어 12시 10분 점심식사를 위해 길옆 너른 구간에 자리를 폈다. 인원이 많으니 어떻게 앉아야 할지 상의하다가 길게 자리를 잡았는데 상으로 쓸 깔개가 4개나 깔렸다. 점심 메뉴도 가지각색, 곡주의 종류도 가지각색으로 나누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병창 대원이 중국의 유명한 증류주를 들고 왔는데 양호철 대원이 시펑주에 버금가는 명주라고 옆에 끼고 드시더니 얼마 못가 발병이 났다. 다행히 감성마을로 내려가는 탈출구가 있어 혼자 하산을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다시 복주산으로 향했다.

너른 봉우리에 도착하니 복주산까지 4.6km가 남았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부지런히 출발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르막을 오르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꾸준한 오르막의 흙길을 오르는데 전쟁 격전지이자 군사지역이었던 흔적인 교통호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나무 위와 발밑에는 삐삐선들이 늘어져 있다.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상기시켜 걷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겨울을 이기고 얼굴을 빼꼼 내민 복수초처럼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의 꽃이 피어나길 간절히 기원한다.

복수초.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수초.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부지런히 걷다 보니 어느새 복주산 정상까지 2.6km. 하지만 정상은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다 왔나 싶으면 저만치 물러나 보이고, 이 언덕만 오르면 정상이겠지 싶으면 언덕이 하나 더 보인다. 그렇게 1시간 10분을 더 걸어 드디어 복주산에 도착했다.

복주산에서 단체사진. 정상이 좁아 20여명의 대원들이 불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주산에서 단체사진. 정상이 좁아 20여명의 대원들이 불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주산에서 615한마음산악회 김재선 총대장(왼쪽)과 이계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주산에서 615한마음산악회 김재선 총대장(왼쪽)과 이계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복주산 정상은 정상석 만큼이나 아담했다. 도착하는 대로 개인사진을 찍고 단체사진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겨우 찍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정상주를 빼놓을 수 없는 성실한 대원들도 있었다. 짧고 굵은 정상을 만끽하고 1.8km 급경사 하산길만 남았다.

시산제 준비를 위해 차량에서부터 짐을 옮겨야 해서 튼실한 선두대원들이 먼저 출발했다.

시산제 준비를 위해 먼저 하산한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시산제 준비를 위해 먼저 하산한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나머지 대원들은 미끄러운 급경사를 사고 없이 걷는데 집중했다.

산행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해주신 이지련 단장님께서

“타이어 계단이 나오면 다 온거야.”

라고 하셔서 뒤쳐진 여성대원들은 타이어를 애타게 찾으며 걸었다. 무릎이 시큰대고 지칠 때쯤 타이어가 나타났다. 임도를 만나 다리의 피로가 심해 뒷걸음을 걸으며 걷다 보니 멀리 시산제 장소가 보인다.

시산제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시산제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시산제 현수막 아래 대원들의 배낭을 늘어놓으니 나름대로 멋이 있다. 대원들의 땀이 밴 가방과 정성 가득한 음식을 올리고 통일의 염원으로 함께하는 산행에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하늘과 산신에게 가 닿기를!

남과 북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이 평화로 꽃피워지길!

한북정맥을 걸으며 내내 기도하고자 한다.

 

[시산제 축문]

 

2023년 계묘년 326일.

오늘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원들은 멀리 북녘의 산과 하늘이 손닿을 듯 보이는 복주산과 광덕산 아래 하오현에서 조국통일을 기원하며, 한북정맥 종주에 나섰음을 천지신명과 한북정맥 산신님께 고합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왔건만 조국의 봄날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2017년 우리는 남북통일의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였으나 진부령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가운데 민중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으며, 남북관계는 경색되어 일촉즉발의 위기마저 감돌고 있습니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과 함께 남북을 아우르고 있어 남북화해와 통일을 온 몸으로 부르짖는 자연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이 길을 걸으며 못 다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힘도 겨루고 살도 섞으며 무궁한 풍요를 낳듯이, 남과 북의 사투리가 왁자지껄 화음을 이루고, 봉산탈춤과 양주별산대가 시샘하듯 맘껏 재주를 뽐내는 야단법석 장터를 꿈꿀 것입니다.

바람을 타고 앞서 강풍에 맞서는 우두머리 새처럼 우리들은 서로를 아끼며 서로 이끄는 진정한 공동체의 신의를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비극적 운명을 타고 났지만 좌절하지 않고 결연히 맞서 싸우는 고귀한 인간처럼, 우리 민족은 숱한 고난과 압제를 받았지만 굴하지 않는 고귀한 민족임을 자각하여 의연히 나아갈 것입니다.

북녘의 한북정맥과 백두대간을 내처 걸을 수 있는 그날을 염원하며, 대원들 모두 아무 사고 없이 한북정맥 종주를 마칠 수 있도록 천지신명께서 보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천지만물의 조화로움을 펼치시는 천하지 대본 천지신명이시여!

우리는 한북정맥의 수려한 산세를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되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정진할 것입니다.

이에 저희가 작은 정성을 모아 술과 음식을 준비하였으니 즐거이 받아 주시옵고

이 술 한 잔 흠향하옵소서.

상향!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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