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 이양재(白民 李亮載) / 애서운동가(愛書運動家)

 

제8기 제주 도정은 우주산업을 추진하려 한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우주로 진출하여야 할 것인데, 그 목표로 향해 나가고 있다. 나는 제8기 도정이 그러한 우주산업 진흥을 도정의 중대한 목표로 설정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하였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염원하여 온 하늘 여행에 대한 몽환은 이제 현실로 시작하는 것이므로 이는 분명 반가운 목표 설정이다.

1. 83 우주과학박람회(SPACE SCIENCE EXPO ’83)

꼭 40년 전인 1983년 4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KBS한국방송공사에서 주최하고 그 자회사 KBS한국방송사업단에서 주관한 ‘83 우주과학박람회(SPACE SCIENCE EXPO ’83)’가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당시 KOEX, 현 COEX)애서 개최되었다.

동 박람회는 우주관⸱한국관⸱특별전시장⸱옥외전시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주관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제공한 우주복 실물 10여 점, 인공위성 실물모형 10여 점, 컬럼비아호 모형과 월석⸱월면차 실물, 달착륙선 모형 등이 전시되었다. 그리고 한국관은 역사 코너(최한기 지구본 등 52점), 항공⸱우주 코너(국산 제트엔진 등), 미래 코너 등 6개 코너가 기획되었고, 옥외전시장에는 실물 크기(길이 37m⸱높이 16m⸱넓이 23m)의 컬럼비아호 모형을 비롯하여 새턴 로켓⸱국산 미사일 및 발사대가 실물 크기로 제작, 전시되었다.

이 박람회는 미국에서 들여온 것인데, 원래 한국관은 없었다. 당시 28세의 나는 한국방송사업단의 몇몇 문화사업에 관련하며 활동하였다. 사업단이 이 행사를 해외 기획사와 협상하고 있음을 알고, 나는 한국관을 넣자고 주장하여 결국 한국관을 기획 및 진행 일부를 맡게 되었다.

당시 방송공사의 이원홍 사장이나 방송사업단의 이덕주 사장은 아들뻘의 웬 어린 자식이 저렇게도 당돌하게 사업에 변화를 주려 덤빈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개최되는 우주과학박람회에 없는 자국관(自國館)이 한국전에서만 생긴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문제는 “한국관의 실체를 만들 수 있냐?”는 것이었다.

2. 우주 및 항공산업의 몽환

1983년 당시 우리나라는 미사일도 제대로 생산 못 하는 나라였지만, 제트 항공기 제공호를 조립한 것이 최대의 실적이었지만, 미래의 세대는 항공과 우주로 진출하여야 한다는 의식과 의지를 심어 주고자 한다는 신념이 내게는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제공호를 조립하는 수준의 초기였다.

그러므로 한국관에는 우리 민족만큼 우주와 하늘에 관심이 없었던 민족은 없었다는데 착안하여야 했다. 고구려의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와 경주 『첨성대(瞻星臺)』, 그리고 여러 천문 측정 관련 고문헌과 해시계, 단군신화와 고구려 주몽신화 등을 주목하는 것이 최선의 수준이었다. 조금 더 나간다면 좀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나와 있는 「비거변증설」을 주목하여야 했다.

83 우주과학박람회의 미국측 기획사에 ‘기술은 너희 나라 NASA의 것이지만, 너희 나라가 세워지기 수천 년 전부터 우리 민족은 하늘을 관측하였고, 우리 민족의 마음은 하늘을 자유로이 비행하였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좀 가소롭게 들렸겠지만, 이는 엄연한 우리 민족의 DNA에 들어 있다는 묵언의 발언이었던 셈이다.

83 우주과학박람회에서 한국관 설치는 허락되었고, 그 기획서 작성에 들어갔다. 당시 과학사학자 전상운(全相運, 1928~2018) 교수 등을 참여하도록 기획하였다. 이 박람회에서 한국관은 당시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우주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양산(量産)한 것이다.

3. 몽환이 현실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2002년 월드컵의 선전 표어였다. 수천 년 전부터 우리 민족이 꿈꾸어 온 하늘에 대한 DNA는 한반도의 북에서나 남에서나 이제 비상(飛翔)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는 우주선 발사의 최적지이다. 우선 바다 한가운데 있고, 주변에 딸린 섬도 적으며, 하늘을 향한 관측은 사통팔달이다. 한라산 정상이 아니더라도 한라산 좌우에 관측시설을 설치하면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의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구의 자전축의 중심선이라 할 수 있는 적도에서 우리 영토에서는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제주도가 바다 한가운데 있고, 주변에 딸린 섬도 적다는 것은 발사체에 이상이 생겨 추락해도 해상에 추락할 수 있다는 안전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지역이라는 의미이다.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 최근 모습. NASA 제공. [사진 출처 – https://www.kennedyspacecenter.com]
케네디우주센터 발사대, 최근 모습. NASA 제공. [사진 출처 – https://www.kennedyspacecenter.com]
공사중인 케네디우주센터 본부, 1964년 8월 6일 모습, NASA 제공. 이 사진은 59년 전 모습이니 요즘 규모는 훨씬 크다. [사진 출처 – https://www.kennedyspacecenter.com]
공사중인 케네디우주센터 본부, 1964년 8월 6일 모습, NASA 제공. 이 사진은 59년 전 모습이니 요즘 규모는 훨씬 크다. [사진 출처 – https://www.kennedyspacecenter.com]

미국에는 수십 곳에 우주 발사대가 있었고, 현재 폐쇄되지 않는 발사대 및 우주센터나 NASA 관련 시설만 해도 열네 곳이 넘게 남아있다. 미국에는 발사대를 넘어선 우주공항도 여러 곳에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곳이 ①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케네베럴의 메리트 섬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센터(John F. Kennedy Space Center)’와 ②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존슨 우주 센터(Lyndon B. Johnson Space Center)’이다.

일본에는 최소 다섯 군데에, 중국에는 최소, 네 군데에 우주센타가 있다. 심지어 북한에도 평북 철산 동창리에 ‘서해위성발사장’이 있고, 함남 화대군 무수단리에 ‘동해위성발사장’이 있다고 한다. 남한에는 전남 고흥에 나로우주센터가 있고, 2021년 9월 30일에는 공군본부내에 우주센터를 개소하며 우주정책과 우주전력발전과 우주정보상황실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공군본부내 우주센터는 미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설치한 미 우주군과 우주정책협의체 구성을 위한 목적에서 사무실을 개소한 수준이므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한 곳으로는 우주개발을 위한 시설로는 아주 부족하다.

4. 한국 제주 우주센터의 설치 모델은 중국 하이난성의 원창우주발사장

현재 중국에는 최소 4곳 이상의 우주센터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우주센터 중 하나가 중국의 최남단 섬 하이난성의 원창시에 있는 원창우주발사장(文昌航天发射场)이다. 원창우주발사장은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 우주시스템 시창 위성발사센터관할의 우주기지이다. 여기는 정확히 하이난도 동쪽 해안에 있다.

중국의 4번째 우주기지로서 상대적으로 저궤도(북위 19도)라서 고중량 로켓을 발사하는데, 특히 LEO 용량 26톤의 창정 5호는 이곳에서만 발사하였다. 이 우주센터는 2014년 10월 중순에 개항하여 2016년 6월 25일 창정 7호를 발사하면서 사용했다. 중국의 다른 우주기지는 철도를 사용하여 인공위성 부품을 운송하지만, 이곳은 섬이므로 선박을 통하여 항구로 운송된다. (참고로 중국 하이난성과 한국 제주도는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한국은 영토가 좁다. 남북 모두를 합한 한반도에서 우주산업을 바라보아야 할 만큼 한반도의 영토는 좁다. 북측의 우주센터 이른바 위성발사장은 서쪽 해안과 동쪽 해안 두 곳에 있다. 해안에 있는 이유는 발사시 추락물로 인한 안전성에 있다. 현재 고흥에 있는 나로우주센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남해안은 섬이 지나치게 많다. 왜? 중국은 하이난성에 원창우주발사장을 설치하였을까? 적도에 가깝고 낙하물로부터 안전성이 있기 때문이다.

5. 우리 민족의 지식과 기술을 결집하자

북에서 인공위성 발사체를 개발한 이면에는 러시아 기술의 도움이 컸다고 본다. 한국이 우주개발 목적의 발사체를 개발하는데 국제적 제한성이 있다. 기술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자체 개발하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영토가 좁고 도로 여건이 미비하므로 발사장과 조립공장과의 거리는 짧아야 한다.

제주가 섬이라는 것으로 하여 발사체의 운송에 불리하다 주장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제주에는 발사체를 조립하거나 부품을 생산할 첨단 공단을 세울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본다. 제주는 지금 제2공항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우주센터 건설 계획이 필요하다.

우주센터는 미래에 우주왕복선이 이륙하고 착륙할 활주로 건설이 가능한 확정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발사장을 둘러가며 많은 녹지로 남아있어야 하므로 최소 사방 5km 이상의, 적정선으로는 사방 10km의 미개발지가 있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는 좋다. 인공위성 발사대만 설치한다면 미래의 세대에게는 의미가 약하고 이익도 적다.

필자가 보기에는 제주에 우주센터가 들어선다면 우주선 조립공장과 첨단산업생산단지도 만들어야 한다. 필자는 해외에 산재해 있는 우리 교민이 설립 운영하는 항공 및 우주산업 관련 첨단기업체와 교민 과학자들의 역량 일부라도 제주로 결집한다면 단시일 내에 개발할 수 있다고 본다.

무기의 개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우주산업이다. 발사체를 만들지 못하는 우주개발은 허상이다. 차라리 “북의 발사체를 수입하자”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바 있다. 어느 수준으로 현실화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제8기 제주 도정의 의도에 희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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