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대에 부풀어야 할 새해 첫날부터 우려와 낭패감이 먼저 달려옵니다. 다름 아닌 1일 오전 북한이 신년사를 갈음해 발표한 전원회의 보도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개최한 노동당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마치고 5개 안건에 대한 보도를 했는데, 그 중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보고한 한반도 정세 및 남측과 관련된 내용이 그 어느 해보다도 범상치 않아 보입니다.

김 총비서는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들의 집행정형총화와 2023년도 사업계획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고에서 현 시기를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이라 규정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남측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해 대결 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인데, 그 이유가 남측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윤석열 정부가 북측을 ‘주적’으로 규정했고 ‘전쟁준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면서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핵무기의 제2의 사명이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면 ‘공격’일 수가 있는데, 이는 ‘핵무기 사용’ 나아가 ‘핵 선제공격’으로 인식될 수 있어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끔찍합니다.

이에 남측 국방부가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할 것”이라면서 “우리 군은 미군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실질적으로 제고하고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할 것”이라고 곧바로 ‘강대강’으로 맞대응했는데, 이는 말싸움 수준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감만 증가시킬 뿐입니다.

특히,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달 31일 증정식 답례연설에서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이라고 밝힌 ‘600㎜ 초대형 방사포’를, 당일 그 성능검열을 위해 3발을 검수사격 했으며, 1일에는 이 초대형 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험발사와 함께 실전배치에 돌입했음을 의미합니다.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북측의 600㎜ 초대형 방사포가 남측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북측의 전술핵이 남측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뭔가 꼬여도 잔뜩 꼬였고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습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새해 첫날부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냐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인과율(因果律)이 있기 마련입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측에 대해 ‘주적’, ‘선제타격’이라고 마구 딱지를 붙였는데, 지금 북측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명백한 적’, ‘핵 선제공격’으로 되돌려 준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주적’, ‘선제타격’ 발언이 원인이 되어 북측의 ‘전술핵’이라는 결과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 것입니다. 세상 이치가 주는 대로 받기 마련인데, 이번 경우에는 두 배도 넘게 받은 것 같아 낭패감에 앞서 두려움이 크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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