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갈무리-윤석열 홈페이지]
[사진 갈무리-윤석열 홈페이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 분야 슬로건은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다. 

윤 후보 홈페이지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 △남북관계 정상화하고 공동번영 추진, △국민합의에 기초한 통일방안 충실히 추진, △‘북한인권재단’ 조속히 설립, △한미동맹 재건하고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상호존중 기반한 한·중관계’ 구현, △한일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 실현 등 ‘20대 외교안보공약’이 나열되어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를 약속한 것 빼고는 한나라당(1997년 11월 출범) 이래 국민의힘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를 대체로 계승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도 “공약의 틀 자체는 예상 범위 내에 있다”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늘 그렇듯 ‘디테일’이다.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접근법을 취할 것인지,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미동맹 ‘재건’은 어떻게 할 것인지, 한중관계에서 ‘상호존중’의 내용이 무엇인지 등등.

윤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내정치에 남북통일 문제를 이용한 쇼”라고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폄하하고 “저는 쇼 안한다”고 했다. “정상이 만나려면 기본적으로 상호 원활한 접촉을 통해 관계가 진전되는 예비 합의에 도달한 뒤”라고 못박았다.

‘실질적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는 안 된다며, “실질적 비핵화의 첫 단계는 국제적 검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전면적 사찰을 허용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1차 핵위기’(1993) 이후 30년에 걸친 대북 협상과정에서 실현 불가능한 접근법으로 판명된 ‘선비핵화론’을 되풀이한 셈이다. 

윤 후보는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원칙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칙적 대처’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짐작할 수 있는 발언들은 있다. 바로 ‘대북 선제타격’과 ‘사드 추가 배치’다. 

전작권도 없는 데 선제타격?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진출처-윤석열 홈페이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진출처-윤석열 홈페이지]

지난달 11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직후, 윤 후보는 이 미사일이 수도권에 도달하는 데 1분 이내라며 “3축 체제의 가장 앞에 있는 ‘킬체인’이라는 선제 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지금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위험한 전쟁 도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국방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은 “군사령관의 임무는 전쟁이 나면 이기는 것이고, 대통령의 임무는 그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통령(후보)가 할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군 장교 출신인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은 아직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작권 환수는 필요없다”고 했으니, 그 당의 대선 후보가 ‘실현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를 할 수 있다고 우기는 셈이다. 

한국이 전작권을 가져왔다고 해도 ‘킬체인’으로는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모조리 추적해 파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러 차례 선제타격을 검토한 미국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여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북한 내) 군사기지를 선별해 선제타격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외교적 관여가 유일한 대북 옵션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지난 11일 TV토론에서 윤 후보는 ‘선제타격론’을 비판한 글을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실은 최승환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를 공개 저격했다. “그 저자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하는 분으로 유명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12일 [CBS 노컷뉴스]에 반박문을 보내 “두 후보 간 토론이 한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튼튼히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제 개인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이어져 매우 실망스럽다”고 개탄했다. 이어 “제가 국제정치학회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라면, 윤 후보를 돕고 있는 한국 정치학자들은 어떤 수준의 학자들로 보고 계신지 윤 후보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14일 [CBS 노컷뉴스]는 “윤석열이 업신여긴 美교수, ‘윤핵관’보다 10배 실력 높았다”는 기사를 통해, ‘구글 스칼라’ 검색 결과 최승환 교수의 학문적 업적도는 23, 논문인용지수는 2014인데, 윤석열 캠프 외교안보정책본부장 김성한 고려대 교수의 학문적 업적도는 7, 논문인용지수는 200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수도권 방어 위해 ‘사드 추가 배치’? 

지난 11일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와 맞토론 중인 윤석열 후보(오른쪽). [사진 갈무리-JTBC 유튜브]
지난 11일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와 맞토론 중인 윤석열 후보(오른쪽). [사진 갈무리-JTBC 유튜브]

지난달 30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시험발사한 직후 윤 후보는 SNS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한줄 공약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는 필요없다”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발언을 인용해 반박했다. “미국도 필요 없다는 사드를 중국의 보복을 감수하며 추가 설치하겠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것.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등을 이유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발표했다. 경북 성주에서 주한미군이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베이징과 동남부 연안 등 중심지역이 사드 레이더의 탐지범위에 들게 된 중국은 △한국으로의 단체 관광 제한, △한국 대중문화 금지(한한령) 조치를 내렸다. 이 후보가 거론한 ‘중국의 경제보복’이다.

사드 추가 배치의 주체가 주한미군인지 아니면 한국군이 구입해서 운용하려 하는지 분명한 설명은 아직 없다. 2016년 7월 당시 중국은 한국이 구입해서 운용한다면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이었다. 이 경우에도 사드 1포대에 최소 10억 달러(약 1조 2천억원)라는 비용 대비 효과가 문제된다. 

성주지역에서 목격했듯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윤 후보가 지난 3일 TV토론에서 “수도권 주민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 경기 평택이나 충남에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거나 “수도권이 아니어도 강원도든”이라고 언급한 직후 해당 지역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한 게 그 증거다.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에 대해, 지난 15일 “강인선·배성규의 정치펀치”에 출연한 김성한 교수는 “‘혼밥 외교’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담인줄 알았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윤석열표 대중정책’이 밥을 같이 먹는 것이라니!)

그는 “윤 후보는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 식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시 주석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하는 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중국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와 윤 후보는 대광초등학교 동창이라고 한다.  

한반도 위기 대처할 수 있나?

‘이대망’(이번 대선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떠돈다.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높아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보니 외교안보를 비롯한 정책 대결이 실종됐다. 선거에 눈이 팔린 사이, 한반도 정세는 전쟁 접경이던 2017년 11월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윤 후보가 다가오는 ‘한반도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지난 11일 TV토론에서, 윤 후보는 “남북은 휴전선을 중심으로 약 40개 사단이 대치해있고 수천문의 방사포, 장사정포, 미사일 기지가 배치되어 있다”면서 남북-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신뢰구축조치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와 배후 기지의 전쟁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의 이런 발언들을 보면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어떻게든지 대립을 격화시키려는 의지가 읽혀져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등 각계원로 130명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무엇을 얻어내렵니까”라고 물었다. “한반도 위기관리에 초당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득표전술로서 선제공격론을 내세우는 것으로 민심을 얻겠다는 발상은 가당치 않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와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하는 여성연구자와 활동가’ 220명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그간 국제사회의 여러 노력들이 보여주듯이, 위기관리와 군비경쟁 억제를 통한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우리들은 한반도 평화의 위기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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