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은 11일 미국이 주장하는 '인도주의 지원'은 '다른 나라들을 정치경제적으로 예속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어떤 경우에도 인도주의 지원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국제경제 및 기술교류촉진협회 강현철 상급연구사의 글을 실어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곧잘 외워대곤 하는 '인권문제'도 본질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내정간섭을 실현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국이 '인도주의 지원'을 '인권문제'와 연관시키고있는 속심이 주권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합법화하고 저들의 불순한 정책적 기도를 실현하려는데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의 이같은 언급은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공급 카드를 앞세워 '미국의 귀환'을 설파하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어서 주목된다.

강 연구사는 "지금 세계는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에 의한 대유행 전염병으로 초래된 혹심한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면서 "문제는 인류의 이러한 불행과 고통을 불순한 정치적목적을 실현하는데 악용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공급 등 '인도주의 지원'에 호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50년대 제정된 미국의 '상호안전보장법'과 1961년 제정된 '대외원조법'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그 어떤 지원도 미국의 대외정책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다른 나라에 대한 그 어떤 형태의 지원이든 미국의 대외정책에 철저히 복종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고 하면서 미국이 주창하는 '인도주의 지원'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의 원조와 인도주의 지원에 기대를 걸었다가 쓴맛을 본 여러 사례도 제시했다.

2011년 미국은 자국 허가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벌인 군사작전에 항의하는 파키스탄 정부에 군사 및 경제적 지원을 1년간 중지하고, 2014년에는 파키스탄 정부의 반정부 인사 체포를 '인권유린'이라며 3,300만 달러의 지원 삭감을 위협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당국은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이행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는다고 하여 10억 달러의 지원금을 삭감당했다.

2012년 시리아 반정부세력이 목표를 달성하면 시리아 국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공공연하게 내전을 부추겼다.

2018년에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이스라엘과 평화회담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매년 팔레스타안 난민보호를 위해 유엔에 기부하던 '인도주의 지원'자금 3억4,600만달러 중 1억2,500만달러를 동결시켰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캄보디아 정부에 남중국해 지역 안보문제에서 미국에 동조하지 않으면 이미 약속한 8,200만달러의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강 연구사는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수 3,470만 여명, 사망자는 무려 62만명에 달한다고 하면서 미국은 '인도주의 지원'을 거론하기에 앞서 이같은 '인도주의적 참사'를 수습해야 한다고 하면서 "인도주의 지원은 그 어떤 경우에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악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측 매체와 기관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개인명의의 글에 대해서는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며, 이번 강 연구사의 글 역시 북한 당국의 공식입장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해서 남북한 주민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입장에서 향후 북한의 태도를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의 안전, 국민적 공감대와 국제사회 지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절한 협력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측은 현재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와 백신지원 관련 협의를 하고 있으며, 코백스는 지난 5월까지 백신 170만4천회분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코백스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가비)측은 지난 주말 백신 지원과 관련해 북측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9일 최근 북한이 코백스를 통해 도입하려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 수용을 거부하고 있으며, 중국 백신에 대해서는 효과에 대한 불신때문에 도입을 꺼리고 러시아 백신은 무상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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