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겠노 우짜겠노
우리마을 우짜겠노
못살겠다 못살겠다
사드때메 못살겠다

금연할매의 노랫소리에 도로에 나앉은 할매들의 눈가에 눈물이 번진다. 웃으며 힘주려고 시작한 노래였는데 할매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니 세상 서러운 투쟁가가 되고 말았다. “구꾹 구꾹” 거리며 울던 새소리가 마치 시집살이 서러운 며느리들의 울음소리 같다며 시집살이의 온갖 서러움을 노랫말로 담아 입으로 전해 오던 소성리 구전민요가 어쩌다 2021년을 사는 소성리 할매들의 투쟁가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강력한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수 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다섯 차례나 소성리 주민과 평화시민들을 진압하고 사드장비와 공사장비를 집어넣었던 국방부는 4월 27일 이동용발전기와 공사자재를 넣겠다고 대대적인 언론플레이를 해댔다. 이동용발전기 반입은 사드성능개량에 다름 아니고 공사자재 틈에 어떤 장비가 더 들어갈지 모를 일이다.

4월 28일 새벽 5시가 되니 벌써 소성리 삼거리는 경찰차와 사복경찰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와 미니버스들로 가득 찼고 도로는 몇 겹으로 둘러친 경찰들로 그득하다. 초록을 뽐내던 소성리 산자락들은 형광색 경찰복들로 덧칠되며 봄날의 풍광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을회관 앞 도로에는 부녀회장님과 할매들이 맨 앞줄에 앉았고 그 뒤로 작고 좁은 격자에는 출근을 미루고 새벽에 내달려온 성주·김천 주민과 평화시민들이 몸을 구겨 넣고 찬기운을 받아내고 있다.

딸기 하우스에서 일을 하다가도 매번 달려와야 하는 성주주민대책위 대변인 박수규 선생님의 사회로 집회가 시작되었고, 오늘 아침 고단할 투쟁을 위해 김밥과 빵이 돌았다. 옆자리 할매들이 연신 “마이 묵으라”며 먹을 것들을 건네주지만 긴장감 도는 이 새벽에 입맛이 돌 리 없다.

아침 7시가 되자 몇 명의 평화시민들이 합류했지만 우리의 숫자는 100명을 넘지 못했고 경찰은 2천명이나 배치되었다. 중과부적이다.

4월 28일은 106년 원불교 대각개교절이다. ‘원불교 열린날’이라고 불리는 이날은 원불교를 창시하신 소태산 대종사가 우주만유의 진리를 깨친 ‘대각大覺’의 날로 원불교인들에게는 공동생일날이며 최대 축일이다.

불법 사드기지로 올라가는 입구에 천막교당을 세우고 1,500일 넘게 기도를 이어오던 교무님이 대각개교절 법회를 시작했고 때맞춰 경찰은 선무방송으로 법회를 방해한다.

평화기도문을 올리고 ‘일원상서원문’과 ‘참회게’ 독경을 시작하자 경찰들은 작전을 시작한다. ‘종교안전팀’이라는 조끼를 입은 경찰들은 웃는 낯으로 법회 중인 교무님의 법복을 잡아끌고 성물들을 가져가 버렸다.

경찰들이 몰려오고 팔짱 낀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보지만 한사람 당 수십 명씩 달려드는 젊은 경찰들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맨 앞줄 할매들을 끌어낸 경찰은 격자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제압하고 끌어내기 시작한다. 끌려 나오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끌어내려는 경찰들의 거친 숨과 외침은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 분명 비현실적인 장면이다.

마을회관 앞으로 주민들을 몰아넣고 도로를 확보한 경찰을 방패막이 삼아 이동용발전기와 기지공사차량 40대가 마치 개선장군 마냥 위풍당당 달마산을 향한다. 대한민국 경찰들이 자국민들을 진압하고 내준 도로를 선글라스 미군들이 웃음을 머금은 채 레드카펫의 주인공 마냥 최대한 거들먹거리며 유유히 들어간다.

전쟁무기 성능개량과 미군기지 완성을 위한 오늘 작전은 미군의 승리임을 알 리 없는 경찰들은 히히덕 거리며 마을을 빠져나간다. 미국의 이익 앞에 주권국가의 국민들은 그저 진압대상일 뿐이다. 종교에 대한 일말의 배려 조차 소성리에서는 사치일 뿐이다.

그래도 “우짜겠노 우짜겠노”
사드 가야 평화가 오는 걸. 다시 평화의 마음 다잡을 밖에...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업단장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자연도 인간도, 우주도...

한낱 인간의 욕망이 지구를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꾼다.

에코아나키스트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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