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럼프의 중국 압박정책을 계승했다? - 아니, 그들이 원조

다수 언론은 미국의 중국 압박정책이 미국 정치의 비주류 트럼프가 돌출적으로 시작한 것처럼 그린다. “트럼프의 중국 압박정책을 바이든이 계승했다” 이런 식이다. 그러나 중국 압박정책의 원조는 오바마·바이든 정부다. 2008년 월가가 터뜨린 금융공황으로 달러패권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집권한 그들은 중국을 몰아붙여 굴복시킴으로써 회생의 길을 찾으려 했다.

오바마·바이든 정부의 중국 공격은 군사와 경제, 두 주먹으로 이뤄졌다. 그들은 ‘아시아의 화약고’ 네 곳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불을 붙였다. 이후, 한반도에서는 한미훈련이 대대적으로 증강되고, 미중 전쟁의 뇌관인 북미 전쟁이 폭발을 향해 가열돼 갔다. 동중국해에서는 중일의 센카쿠 영도분쟁이 미일동맹을 등에 업은 일본 대 중국의 전운을 피워올렸다. 남중국해에서는 해양 주권을 둘러싼 관련국 갈등을 명분 삼아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 등 군사개입을 시작하면서 미중 간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해협에서도 ‘대만 독립’을 후견하는 미국의 정치, 군사적 움직임이 강화되며 긴장이 높아졌다.

그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무력화하려 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나라를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어 중국을 경제 연결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TPP는 미국이 서둘러 추진한 결과, 2015년 마침내 체결됐고 발효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굴복시키기 전에 자기들이 먼저 패배했다. 이라크 전쟁 반대, 월가 개혁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음에도 리비아 침공, 시리아 내전 개입 등 외려 전쟁을 확대하고, 월가 개혁은커녕 국민 세금을 은행과 기업에 퍼주는 등 뒷걸음질을 거듭한 끝에 정치 아웃사이더 트럼프에게 권력을 빼앗긴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돌아왔다. 트럼프 이전 8년 동안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이제 대통령이다. 오바마·바이든 1기 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하며 ‘아시아 회귀’를 설계한 커트 캠벨은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백악관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이 됐다. 2기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블링큰은 국무장관이 됐고, 그 아래서 국무부 3인자(정무차관)를 한 웬디 셔먼은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됐다.

그러나 그들이 휘두르던 주먹은 예전 같지 않다. 중국까지를 압박하며 대규모로 전개하던 한반도에서의 군사훈련은 축소됐고, 두테르테 이후 남중국해 전선도 헐거워졌으며, 아베가 2020년 시진핑 방일을 추진하면서 동중국해 긴장도 한결 잦아들었다.

경제 전선에서도 미국은 위축됐다. 2017년 1월 트럼프가 TPP를 폐기하면서 미국은 아시아 경제와의 연결망을 자진해서 차단했다. 반면, 2020년 11월 중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아세안 10개국 등이 참여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이 체결됐다.

2.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강조한다? - 아니, 일본과 같은 말을 한다

3월 3일 바이든 정부는 ‘잠정적 외교안보 지침’을 발표한다. 대외정책을 공표한 것이다. 지침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국제 아젠다를 설정해야 한다”는 말로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를 밝힌다. 방법론은 무엇일까? 지침은 “중국의 공격과 위협을 막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동맹을 중국과의 투쟁에 동원하겠다는 것, 동맹의 주먹과 돈을 이용해서 패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압박 군사축선의 핵심은 일본을 후방으로 하고 한국을 전방으로 한다. 오바마·바이든 정부 시절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시작한 동시에 한미일 군사일체화를 추구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2013년 12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청와대에서 한국 대통령과 회담하며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시키는 대로 해라, 공개 협박이었다. 그 후, 미국은 2014년 3월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주최하여 한일 밀착의 입구로 한국을 불러냈고, 이런 기류에 더욱 힘을 불어넣어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와 2016년 11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연출해낸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한미일 군사일체화에 앞장선 정부를 탄핵하고 새 정부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의 하나로 “한일 양국 간 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2018.1)”는 정부의 공식 견해를 끌어내며 ‘위안부’ 문제 해결의 새로운 시작점을 열었다.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란 뻔뻔한 문구를 구실 삼아 자기들의 만행을 역사의 구덩이에 영원히 파묻으려는 일본의 술수는 무산됐고, 그들은 이를 빌미로 경제보복에 나섰다. 따라서 지금 한일 간에 벌어진 틈을 새로이 하는 일은 오로지 일본의 몫이다.

지은 죄를 씻기 위해서는 그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첫 번째 관문 통과부터 단호히 거부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도 그들은 잘못을 부정했다. 위안부 문제를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했다. ’군의 관여‘가 어떤 행위인지 진술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죄를 교묘히 부정한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위안부 문제가 인신매매라는 것이다. 2015년 4월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변경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아베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신매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위안부들을 생각하면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발언, 그런 입장을 더욱 굳혀 나갔다. 그러나 이는 1998년 8월 유엔 인권소위원회에 보고되어 압도적 지지로 채택된 ”일본군 위안소의 본질은 강간소“라는 맥두걸 보고서 등 국제적 공식 견해에 대한 도전이다.

또한,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감언(甘言),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하의 참혹한 것이었다”는 등 그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9월의 고노 담화에 반한다. 또한, 위안부 문제를 “일본 제국주의 군대가 강제로 젊은 여성들을 위안부로 알려진 성의 노예로 만든 사실”이라고 정의한 2007년 7월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에도 어긋난다.

2월 19일 국내 한 언론은 미 국무부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근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 파동으로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일본 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바이든 정부가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지목한 대상은 ‘일본군에 의한 여성 인신매매’다. 위안부를 인신매매라고 ‘개념 정리’한 것이다. 이것은 아베의 주장과 동일하다. 또한, 2015년 위안부 합의와도 상통한다. 바이든 정부는 일본 정부와 스크럼을 짜고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고 이행하라고.

3. 트럼프는 ‘미국 우선’ 바이든은 ‘동맹국과 협력?’ - 아니, 말로만 협력

트럼프는 ‘미국 우선’을 앞세웠으나 바이든은 ‘동맹국과 협력’을 중시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 과연 그럴까? 바이든은 취임(1.21) 나흘 후, 미 연방정부가 물품을 조달할 때 미국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18만2000달러를 넘는 정부 계약은 해외 기업에 개방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을 위반한 ‘미국 우선’의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 위에 바이든의 ‘미국 우선’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동맹국과의 협력’은 진짜일까? 2월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첫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응은 무엇일까? 백악관 발표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란 문구가 없다. 대신 “양국이 같은 입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입장을 수용 거부한 다음, 같은 입장을 갖자고 했다. 자기들 말을 따르라는 거다.

또 있다. 2월 5일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여전하고 대규모 한미훈련이 한반도에 여러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를 권유하고 대규모 한미훈련을 에둘러 거절하는 말이다. 다음 날, 미 국방부와 국무부는 정의용 후보자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이러면서 왜 ‘동맹국과의 협력’을 소리 높일까?

바이든 정부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대북 정책’일 것이다. 이에 대한 그들의 답변은 1월 19일 블링컨이 인사청문회에서 “재검토 중”이라고 발언한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 그것이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규정했으니 그것을 계승할 수도 없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오바마·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재탕한다고 지를 수도 없으니, 일단 ‘재검토 중’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것이다. 그다음 그들이 내민 카드가 바로 ‘동맹국과의 협력’이다.

한미 정상 통화(2.4) 다음 날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외교를 지속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 일본과 긴밀하게 상의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국과 상의”가 아니라 “한국, 일본과 상의”다. 2월 19일 한미일이 ‘북핵·북한 문제’에 대해 3자 협의를 했다. 회의 뒤에 미 국무부는 발표문을 통해 “일본, 한국 대표들과 북한 관련 공동의 도전들에 대한 인식을 나누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첫 3자 회의를 개최했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 재검토’와 관련, 한미일이 인식을 나눴단다. 우리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와 협상이다. 그럼 일본의 입장은 무엇일까? 1월 24일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이 전화 회담을 했다. 여기서 양국은 북핵에 대하여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CVID는 북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북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싶지 않을 때 내거는 명분이다. 이처럼, 오바마·바이든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일본과 먼저 합의한 다음 한미일 3자 협의를 통해 우리에게 강박하고 있다. ‘동맹국과의 협력’에서 바이든의 동맹은 우리가 아니다. 

 

장대현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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