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통일방안의 전개와 수렴
[저자] 심지연  [출판사] 돌베개
2000년 6월 남북 정상의 역사적 포옹과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는 한반도 분단사에 있어서 통일을 열어가는 획기적 이정표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제 2항에서 다소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라는 급진전은 어떻게 가능했고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해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 바로 경남대학교 심지연 교수가 최근 저술한『남북한 통일방안의 전개와 수렴』(돌베개, 2001)이다.

심지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남북 분단이 공식화된 1948년부터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주년이 되는 2001년까지의 남북간의 통일방안 제안을 역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해설해 주고 있다.

저자는 일관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남북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통일방안들을 원문자료에 충실히 근거해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해설서나 자료집을 넘어서는 훌륭한 하나의 교과서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연 교수는 남북의 통일방안과 관련된 제안들을 주로 남북 최고 책임자나 당국자, 또는 남북 당국의 발표문을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런 사료들은 2부에 첨부된 원문자료들에 의해 충실히 밑받침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통일방안에 대한 원문자료들을 정확한 출처 표기와 함께 제시하고 있는 점은 그간 우리 학계 풍토를 고려해 볼 때 일보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런 풍부한 남북의 원문자료들에 근거함으로써 남북간의 통일방안 대비를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제안을 균형감 있게 다룰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저자는 시종일관 남북의 제안을 모두 역사적 맥락에서 균형감있게 다루고 있으며 남북의 제안을 막론하고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 견지에서 다루고 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남북을 포괄하는 시각에서의 접근`인 셈이다.

예를 들어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대화의 단절에 대해 `조절위원회 형태로 진행된 남북대화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정략적으로 이용되어 남북 양 집권층의 권력 강화에 기여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렇듯 원문자료에 충실하면서 남북을 균형감 있는 시각에서 접근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들여다봄으로써 통일방안에 관한 새로운 분석틀로 시기구분을 시도할 수 있는 착실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6.15 선언 해석에서 `자주적인 노력으로 민족문제를 해결하면 연방제가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양 정상이 합의한 것이라고 분석된다`는 대목은 최근 제 2항에 대한 논란과 관련해 저자의 역사적 시각을 과감히 주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으로 제기할 수 있는 것은 과연 한반도의 통일방안 문제가 남북의 문제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고 해서 `진실로` 공정하고 균형감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저자는 실제 서술과정과 주요 자료들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남북간의 통일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미국측의 입장은 `국제화`라는 틀 이외에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논의의 범주를 남북 당국의 공식논의에 한정시킴으로써 그간 통일방안 논의에서 일익을 담당해온 민간차원의 노력을 제외시키고 있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충실한 원문 수록과 균형감 있는 접근만으로 남북의 통일방안 제안사를 서술했다면 이 책은 충실한 하나의 해설서와 자료집의 역할을 하는데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점은 저자의 학문적 문제의식과 분석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저자가 밝힌 대로 한반도 `통일문제의 이중 구조`로 명명한 자주화와 국제화의 문제이다.

저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한반도 통일의 주요한 두 축으로 설정하고 최근의 6.15 선언을 그간 종속변수에 머물렀던 남북관계의 축이 북미관계의 축과 대등하거나 우위에 서는 과정으로 일관되게 분석하고, 통일방안이 제시된 시점의 역사적 맥락을 좇아 남과 북이 통일의 자주적 주체로서 기울인 노력과 국제적 역학을 수용하거나 강제당하는 측면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 이전시기의 남측의 북진통일과 북측의 민주기지론은 통일을 자체의 역량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자주화의 사례로, 그러나 전쟁 직후부터 전쟁이 국제적으로 확대되면서 남북의 통일방안도 이를 반영해 국제화 된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자주화와 국제화의 관점에서 통일방안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저자는 남북의 통일방안의 역사를 다섯 시기로 구분하는 새로운 학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주적인 입장에서 통일을 실현하려는 통일문제의 자주화 단계(48-50)  국제적인 힘에 의존하여 통일하려는 국제화 단계(51-54)  국제적 관련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탈국제화의 시도 단계(54-73)  이로 인해 초래된 자주화와 국제화의 양립 현상(73-87)  자주화로의 공명 단계(88-2001)가 그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저자가 자주화와 국제화라는 분석틀을 가지고 남북의 통일방안 제안의 역사를 다섯 시기로 구분하여 일관된 흐름에서 분석한 데 있으며 이를 통해 최근의 6.15 남북공동선언의 역사적 의미와 위상을 분명히 밝힌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시기구분의 시도는 아직 검증받아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고 본다.
사실 1단계(48-50)부터 과연 이 시기가 통일문제의 자주화 단계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남북이 통일에 적극적인 입장을 가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것을 주변 강대국들의 견해와 대립되는 자주적 입장으로 단언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며 이 시기야말로 가장 강대국들에 의해 한반도의 운명이 규정되던 시기가 아닌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3단계를 54년부터로 설정하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며, 전반적으로 `자주화로의 공명`이라는 흐름을 이해시키기 위해 무리한 논리적 추론을 가져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6.15 남북공동선언이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분단이후 지속된 남북의 경쟁적 통일 방안 제안 중 일정한 시점에서 수렴되는 과정에 발생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특히 통일의 자주화와 국제화의 국내외적 요인들 속에서 그 공통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자주화로의 공명`이라는 개념으로 6.15 선언을 바라보며 "통일의 전과정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민족과 관련된 문제는 자주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군사적 문제의 자주적 해결`이라는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6.15 선언 이후 기존의 한반도를 규정하는 축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이며 이 가운데 북미관계가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더 결정적 요인이라는 비대칭적 접근에서 남북관계가 종속변수에서 독립변수로서의 위상을 지니게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접근도 대칭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탁월한 역사해석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존 6.15 선언에 대한 평가나 연구들이 선언문 자체의 문구 분석이나 당시 시대상황이나 남북정상의 캐릭터에 의거해 분석을 시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면 분단역사의 전과정에 걸친 자주화와 국제화의 변증법적 과정 속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목을 제시해 준 이 책은 매우 가치있는 책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아직 남북의 통일방안 제안의 역사에 대한 다섯 단계의 시기구분이 엄밀한 학설로 자리잡는데 충분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논점을 분명히 제시함으로써 또 하나의 학문적 진전을 가능케한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이에 더해 그간 소홀했던 이승만, 박정희 등의 통일방안 관련 원문자료나 북측의 원문자료 등은 아껴가며 읽고 싶을 정도로 책읽기와 공부하기의 재미를 보태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