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나의 아버지 여운형
[저자] 여연구  [출판사] 김영사
우리네 현대사는 언제 접해도 안타까움과 통탄 그 자체이다.
책의 부제처럼 `잃어버린 거성의 재조명` 『나의 아버지 여운형』은 이런 쓰라린 현대사의 한 갈피를 다시 한 역사적 인물을 통해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은 그간 숱하게 거론되었던 현대사와 몽양 여운형에 관한 많은 책 중에 하나로 그냥 스쳐 지나치기에는 별다른 구석이 있다.
책의 저자가 다름 아닌 몽양의 둘째딸 여연구이기 때문이다.

여연구씨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편이지만 일찍이 북쪽으로 가서 고 김일성 주석의 집에서 자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지내다 1996년 교통사고로 작고했다.
격변기에 민족의 거성으로 활동한 아버지 못지 않게 남북이 분단된 현대사의 굴곡을 여성의 몸으로 헤쳐온 고 여연구 부의장이 70객이 되어 아버지를 회상하여 쓴 책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저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버지 몽양 여운형을 절절한 그리움을 실어 차분히 회고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다정한 아버지로서, 때론 체육애호가로서 그리고 알려진 대로 탁월한 외교가로서, 시대의 지도자로서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역사교사에게 큰 딸인 난구언니가 부당하게 벌을 받자 아버지가 진실을 따져 역사교사를 물러나게 한 일이라든지 둘째딸인 자신을 유독 더 사랑했다는 70줄 저자의 속내까지 내보인 세세한 이야기는 생생한 몽양의 숨결을 들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헌영을 싫어했던 당시의 가족 분위기, 평양에서 고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생기 넘쳐나던 모습 등 이론적 고찰이나 분석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당시 몽양의 정치적 분위기가 세밀히 묘사되어 있다.

또한 일본 천왕과의 담판이야기나 고 김 주석 집에서 살게된 과정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새로이 밝혀져 있으며 특히 몽양의 평양행과 고 김 주석과의 만남에 대한 부분이 비교적 주요하게 밝혀져 있다.

물론 고 여연구 부의장이 몽양의 좌우합작과 남북통일에 대해 북측의 공식 해석을 위주로 평가한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띠는데 이는 몽양에 대한 풍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과 약간의 북한 편향적 시각으로 지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일제시기부터 분단까지의 숨가쁘고 안타까운 우리의 역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히 들어오고 몽양의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높은 기개가 절절히 느껴진다.

복잡하고 불투명한 역사의 한 복판에서 민족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들이 과연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뇌하게 만드는 이 책은 몽양의 한계와 문제점까지 거침없이 드러내 보임으로써 더욱 갚진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을 편집한 신준영(민족21) 편집장의 여연구 부의장의 동생 여원구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여운형-김일성 회담 비밀문서 등의 부록도 몽양 연구에 있어서는 빠질 수 없는 자료가 될 것이다.

몽양이 가고, 여연구가 가고 우리의 현대사도 흘러가고 있지만 흉탄에 쓰러진 몽양이 남긴 나라와 민족사랑, 통일에의 염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곱씹어보아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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