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대만이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 정밀하고 세밀하게 성찰하여 매순간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감으로써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오직 지금 이 마음에 한 올의 치우침이라도 생겨날까 봐 두려워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의 공부이니, 공무와 송사 등이 처리되는 동안에도 진실된 배움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실제 일들을 떠나 배움을 얻고자 한다면, 그거야말로 허공에다 헛수고를 하는 일일 뿐이다. 

 - 왕양명,『전습록』에서  


 다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모든 강의가 멈췄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무덤덤히 받아들인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큰 아픔이 맺혀있지만. 

 저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기에 강의가 없는 시간에 책을 읽을 예정이다. 신화 위주로. 

 시 공부하러 갔을 때 담임 샘이었던 김남주 시인이 ‘신화’를 읽으라고 했을 때, 의아했었다. 신화라니? 사회과학이 아니고? 

 한참 뒤, 나는 화들짝 깨달았다. 맞아! 신화를 공부해야 해!

  신화학자 조셉 켐벨은 말한다. “신화는 우리에게 영적 여정을 걷게 하는 지도다.” 신화를 통해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심혼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혼은 우주다. 인간이 우주와 하나인 삶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살아있음의 황홀을 체험한다고 한다. 

 나는 요즘 다시 조셉 켐벨의 글을 읽으며 전율한다. 글자 하나하나가 에너지다. 나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한다. 신화는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한다, 

 코로나 19가 대유행할 때마다 공공문화시설을 닫는다. 도서관이 닫히고 박물관, 미술관이 닫힌다. 모든 강의 프로그램이 멈춘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나?

 사람들과 오래 격리되어 있으면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면 정신의 퇴행을 경험한다. ‘나만 살자’고 빌게 된다.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태풍 앞의 촛불이 된다. 

 그러다 지친다. 우울증에 걸려버린다. 자포자기하게 된다. ‘에라 모르겠다. 죽든지 살든지 나가자!’ 서구에서처럼 거리로 군중이 물려든다. 

 그러면 코로나19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 파시즘. 강한 국가가 들어설 것이다. 사는 게 우선이니까. 몸에 칩을 자연스레 꽂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국가가 선제적으로 효율적으로 국민을 관리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이 실현될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월트 휘트먼 시인은 그의 시 ‘생각’에서 맹목적인 군중을 보며 구슬프게 읊었다. 


 인간을 믿지 않은 치들의 지도에 수많은 대중들이 따라가고 있는 것을 먼발치로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    - 월트 휘트먼,《생각》중에서 


 양명학의 창시자 왕양명은 고향에서 아들이 아프다는 비보를 들은 제자가 안절부절 하자. 선생은 “지금이 공부할 때다!” 따끔하게 얘기했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정밀하고 세밀하게 성찰하여 매순간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감으로써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오직 지금 이 마음에 한 올의 치우침이라도 생겨날까 봐 두려워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격물치지의 공부이니, 공무와 송사 등이 처리되는 동안에도 진실된 배움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공부 따로 삶 따로’가 아니다. 바로 공부는 일상에서 하는 것. 그래서 일상을 극복하는 것. 일상사 하나하나가 공부다.

 많은 음식점들과 술집, 카페에는 빈자리가 별로 없는 곳도 많다. 맛집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도서관 등 문화시설, 공부모임과 그것들 중 어디가 더 위험한가?

 사람들은 그런 곳에 가거나 아는 사람들과 만나 산에 올라갈 것이다. 산에서 대화를 나누고 먹거리를 나누는 게 얼마나 위험한가?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이 공부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고전을 읽으며 긴 인류사를 보아야 한다. ‘나는 어디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길을 찾아야 한다. 강의를 해야 한다. 방역지침을 잘 지킨다면 뭐가 위험한가?

 인간은 살아야 할 이유를 알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간다. 우리는 공부하면서 살아야 할 이유를 선명하게 알아야 한다.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 촛불을 밝혀 민주 정부를 세웠다. 아, 깨시민들의 가슴에 타오르는 촛불이 코로나 19의 어둠을 뚫고 진정한 민주 사회를 열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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