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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흐르고 싶다<연재> 고석근의 시시한 세상 (302)
고석근  |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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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8  10: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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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전화를 받는 나무
 - 이상희 

 여보세요 
 전화를 걸었으면 말씀을 하셔야지요 
 계절이 다 가도록 수화기를 
 들고 있잖아요 이것 보세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요 팔도 굳었네요 
 나무가 되고 말았네요 
 새들이 날아오네요 졸졸 흐르는 물소리 
 당신의 붉은 피 흐르는 소리만 들으면서 
 내 팔엔 초록잎이 돋겠네요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에서 내게 강한 이미지를 준 장면은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 파핀의 좌절과 희망이다.
 
 그는 전성기를 지나는 자신에게 절망하며 덴마크의 한 아름다운 마을에 요양을 온다. 그는 거기서 경건한 목사의 딸, 필리파를 만난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천상의 소리를 듣는다. 

 그는 뜨거운 열정으로 필리파와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조반니’ 중 ‘자, 우리 손에 손을 맞잡고’를 부른다. 필리파는 노래를 부르며 자신 안의 뜨거운 열정이 활화산처럼 살아나는 것에 불안을 느껴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결국 필리파는 노래를 그만두고 파핀은 파리로 떠난다.    

 교육은 영어로 education, ‘끄집어내는 것’이다. 파핀은 필리파에게 훌륭한 교사였다. 그녀의 뜨거운 마그마를 끄집어냈으니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이러한 강렬한 뜨거움의 만남 속에 이루어진다.   

 나도 글쓰기와 인문학을 함께 공부할 때 이런 뜨거움을 느낀다. 강의실은 열정으로 가득 차오른다. 우리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강의실을 떠난다.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각자 자신의 골방에 머물 때, 다들 힘 들었다고 한다. 주로 ‘질렀다’는 제자들이 많았다. 폭식을 하면서 견뎠다고도 한다.  

 인간이란 혼자 있을 때 얼마나 약한가! 그래서 인간은 함께 만나 서로의 열정을 일깨워야 한다. 열정으로 하나 되어 이 세상을 일구어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열정이 사라졌다. 오랫동안 열정을 식히며 자동인형으로 살아온 대가다.   

 우리는 전화를 주고받으며 나무가 되어간다. 

 ‘여보세요/전화를 걸었으면 말씀을 하셔야지요’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싶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계절이 다 가도록 수화기를/들고 있잖아요 이것 보세요 다리가/움직이지 않아요 팔도 굳었네요/나무가 되고 말았네요’ 온 몸이 굳어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망부수樹가 되어버린다. ‘새들이 날아오네요 졸졸 흐르는 물소리/당신의 붉은 피 흐르는 소리만 들으면서/내 팔엔 초록잎이 돋겠네요’ 

 말이 사람 사이로 흐르지 않는 시대, 그래서 나는 불안과 부조리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를 좋아한다. 
 
 나는 오랫동안 밤마다 같은 꿈이 여러 형태로 변주되는 경험을 계속하고 있다.

 고향에 갔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고. 버스가 와서 멈추었는데, 내 주머니엔 지폐가 동전이 뒤섞여 있어, 계산하다 휴- 잠을 깬다. 낯익은 곳인데, 버스 정류장을 못 찾겠다.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도 다들 눈빛이 두렵다 헤매다 잠을 깬다. 어떨 땐, 길이 얼음판이다. 간신히 걷고 걸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는데, 황량한 벌판이다. 

 항상 익숙한 어딘가에 가서 무슨 이유에선지 돌아오지 못한다. 아마 영유아시절의 아픔을 반추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멀리 산판일 가신 아버지, 항상 나를 떼어놓고 일 나가시는 어머니. 나는 주인집 딸에게 맡겨졌단다. 그때의 막막함이 지금도 내 온 몸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서서히 내 안에서 붉은 피가 졸졸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붉은 피는 말이 되어갈 것이다. 아직은 꿈속에서 나오려 발버둥치고 있지만, 언젠가 한 순간에 노래가 되어 나와 세상을 감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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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20-07-09 07:58:50
소식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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