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으로 미국 방해 돌파해야

코로나19가 세계를 긴장시키며 뉴스를 압도하는 와중에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선거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오랫동안 강력하게 압박해온 새로운 무역협상을 끝내 거부당하는 등 여건이 미비함에도 트럼프는 지난 24일 인도를 방문했다. 세계 최대 크로켓 경기장에 마련된 ‘안녕 트럼프’ 행사에 모디 인도 총리와 더불어 입장한 그는 10만 인도인의 환영을 받으며 연설을 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선 시즌, 트럼프 대통령은 TV용 볼거리와 많은 지지자들, 동조하는 고위인사들을 필요로 하는데 그 모든 것이 인도에 있다”고 했다.1)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에게 기울었던 인도계 유권자들을 쟁취하기 위한 행보다.

이렇게 연말 대선에 모든 것을 걸고 있으나, 그가 꼭 득표에 유리한 행보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북 정책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24일 워싱턴 회담 후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기로 하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리고 27일 합참과 한미연합사령부는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훈련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왜 트럼프 선거운동에 손해일까.

여기서, 연기하는 한미 훈련은 3월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한미 지휘소연습(CPX)이다. 이 훈련 관련, 경과는 이렇다. 2018년 6.12북미정상회담 직후인 6월 18일 미 국방부는 그해 8월로 예정됐던 지휘소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중간선거가 끝나자 미국은 한미 지휘소연습을 재개했다. 2019년 상반기 지휘소연습(19-1 동맹)은 3월 7일부터 12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7일간 전개됐다. 기존 키리졸브는 1부 방어와 2부 반격으로 나눠 진행됐으나, ‘19-1 동맹’에선 2부 반격 연습이 생략됐다. 이에 따라 연습 기간도 기존 2주에서 1주로 줄었던 것이다.2)

하지만 이것도 잠시였다. 작년 하반기 지휘소연습(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10일 동안 벌어졌는데, 본연습은 2부로 나뉘어 1부는 11~14일, 2부는 17~20일 각각 실시됐다.3) 기간이 늘면서 반격 연습, 즉 공격 훈련이 되살아났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뒤로 내달리던 미국이 완전한 ‘과거 회귀’를 선언한 것이 바로 올 상반기의 2주짜리 한미 지휘소연습이다. 중단 이전의 키리졸브 한미 훈련을 사실상 전면 재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연기했다. 중단이나 취소가 아니라 시기를 뒤로 늦췄을 뿐이다.

지난해 말 4일간 진행된 북의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협상 이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지켜주는 상대방도 없는 공약에 더 이상 매여 있을 근거가 없어졌다”고 했다. 핵과 미사일의 진화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곧 머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라는 말 앞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유지되는 한”이란 조건절을 붙여 다른 가능성을 남겼다. 키리졸브 한미 훈련의 전면적 재개는 그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다. 어떻게 될까.

2017년 내내 가열되던 북미 전쟁위기는 그해 11월 29일 북의 “핵 무력 완성 선언” 이후 급격히 방향을 틀어, 2018년 초부터 협상 국면으로 진입했다. 배경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북의 전략무기들로부터 미국 자신도 안전을 얻을 필요가 생긴 측면이다. 다른 하나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사태를 해결한 치적을 보여 중간선거 승리로 연결하려는 트럼프의 선거전략 측면이다. 미국이 올 상반기에 키리졸브 한미 훈련을 강행, 북과 미국이 전면적인 군사대결에 다시 빠져들면 트럼프는 2년 전 그 절박했던 두 가지 필요와 결국 조우하게 된다.

버니 샌더스 미 민주당 대선후보가 2월 22일 네바다주 당원대회(코커스)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1위를 하며 대세론을 굳히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초 이후 트럼프와의 맞대결 여론조사에서 평균 5%포인트의 우세를 보이며4) 대 트럼프 경쟁력을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의 민주당 대선주자 설문조사에서, 북 핵 물질 개발 동결을 대가로 점진적으로 대북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5)

가장 강력한 대선 경쟁자가 자기보다 더 나은 것으로 비치는 대북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환경에서 트럼프가 2년 전의 선택과 다른 길을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키리졸브 한미 훈련을 기점으로 고조될 북미 대결 이후 트럼프가 대화를 희망하면 어떻게 될까. 그의 대화 상대는 북미 대화 악용 불용을 거듭 천명해 왔다. 양측의 요구가 절충되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상식에 따르면 북미 대화가 다시 시작될 경우 2년 전을 단순 되풀이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때 가서야 운전대 얘기를 하면 늦는다. 남의 자동차, 남의 기름으로 운전을 하려 하면 실패는 반복된다. 내 차, 내 동력을 마련하고, 그에 근거하여 돌파해야 한다. 코로나19와 총력을 다해 싸워 이기는 한편 적절한 시점을 잡아 국민에게 약속하라. 올봄부터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비롯하여 남북 경제협력을 전면 추진, 평화 번영의 새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총선 공약을 걸어라. 국민의 뜻은 총선을 통해 분출할 것이다. 총선 승리를 자동차 삼아,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기름 삼아 총선 직후 남북 경협을 돌파하라. 모두가 사는 길이다.
 

<주>

1) 경향신문 2020.02.24.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인도로 간 트럼프, 과하게 반기는 모디

2) 연합뉴스 2019.03.12. 새 韓美연합훈련 ‘19-1동맹’ 종료…‘방어’ 위주로 진행(종합)

3) 중앙일보 2019.08.10. 한·미연합연습 명칭 ‘동맹’ 빠지고 ‘지휘소훈련’… 11일 시작

4) 한겨레 2020.02.24. [정의길 칼럼] 샌더스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

5) 미국의 소리(VOA) 2020.2.25. 민주 선두 샌더스, 미-북 정상외교 지지...핵 동결 대가 점진적 제재해제도 “가능”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저서로 『미·중 충돌시대 한반도의 길』(통일뉴스, 2019)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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