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측은 2019년 12월 11일 평택 캠프 험프리에서 제200차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하여, 원주. 부평, 동두천 지역의 4개의 미군기지 반환에 합의하였다. 아울러 SOFA 합동위원회는 2004년 10월에 합의한 용산 미군기지반환에 대해서도 조속한 반환 및 활용을 위한 공식절차 개시에 합의하였다.

특히 지금 온 국민의 관심은 오염된 용산미군기지의 반환에 쏠리고 있다. 그 이유는 용산미군기지는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역사가 서린 장소이기 때문이다. 몽골군, 청나라군대, 일본군대, 미군 등 65년간 민족의 수난사에 깊이 개입한 외세들의 침략과 식민지 군사 캠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반환은 받되, 온전한 미군기지, 다시 말해 정화된 기지를 받지 않으면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8년 12월 용산 미군기지 인근 지하수 관측용 우물(관측정) 62곳의 오염도를 검사한 결과, 27곳에서 정화기준을 초과한 지하수가 검출되고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녹사평역 주변 41곳 가운데 16곳의 지하수 관측정에서 지하수법에서 정한 정화기준(0.015㎎/L)의 최대 1,170배(17.557㎎/L)가 검출되는 등 기지 주변이 심각하게 오염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화기준의 1,170배나 넘게 검출된 벤젠은 단기간 흡입시 현기증이나 두통을 유발하고 장기간 흡입시에는 백혈병과 혈액암을 유발하고, 생식기능에도 악영향을 끼쳐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유해물질이다.

이와 같은 오염된 상태로의 용산미군기지 반환 후에는, 이 용산기지 오염정화와 정화치유 비용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 대한민국 국민이 천문학적 혈세로 부담하게 된다. 오염된 용산기지 반환은 우리 국민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필리핀의 슈빅만과 클라크만의 오염된 미군기지 반환 후의 무서운 피해 교훈과 엄청난 정화비용 부담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12월 11일 한‧미 SOFA 합동위원회도 오염정화 책임,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방안.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성에 대해 토론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접근의 법적 길은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일반 국제 환경법상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pays principle)에 따라,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는 1972년 5월 26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채택된 ‘환경정책의 국제경제적 측면에 관한 지도원칙’으로 권고된 ‘오염자 부담원칙’에서 유래한다. 오염원인 제공자인 미군이 오염으로 발생하는 피해비용을 모두 지불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주한미군기지 환경관련 한‧미 간의 특별협정에 따라야 한다. 한미 특별협정에는 현재 미군이 주둔하게 된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1954)과 이를 바탕으로 한 2001년 개정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환경 관련 조항이다. 당시 2001년 SOFA 제2차 개정시에 환경조항은 처음 도입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불합리한 조항을 개선하는데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한미 SOFA 환경조항은 선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군 당국에 의한 오염제거 의무와 원상복구를 강제할 근거조항을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명시하지 못했다.

그러면 온전한 용산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SOFA 환경규정의 개정 방향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

첫째, 미군의 오염제거 및 환경원상복구 의무를 한미 SOFA에 명시해야 한다. 이 제의는 매우 근본적 제안이다.

2001년 SOFA 개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환경오염이 발생하였을 경우 미군 당국에 오염제거와 환경원상복구를 강제할 근거조항을 삽입하지 아니한 점이다. SOFA 본 협정 제4조 제1항은 “합중국 정부는 본 협정의 종료시나 그 이전에 대한민국 정부에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에 이들 시설과 구역이 합중국 군대에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하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또한 이러한 원상회복 대신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하여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외에 미군 당국에 적극적인 오염제거 및 환경원상회복 의무를 지우는 규정이 없어, 미군 당국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또 빈발하는 유류에 의한 토질오염이나 수질오염의 경우에는 그 복구에 오랜 기간과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염을 일으킨 미군 당국은 그 오염제거 및 환경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위 조항은 그 전후 조항과 함께 볼 때 시설물의 건축 또는 사용으로 인한 변형이나 손상이 있을 경우 이를 원상회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이지, 환경오염제거 및 환경원상회복까지 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라고는 할 수 없다.

둘째, 한국 국내 환경법이 독일보충협정처럼 미군기지 내에도 적용된다는 규정이 반드시 명시되어야 한다. 독일보충협정(1993.3.18. 제3차개정)은 보건과 위생(제54조), 환경양립조사(제54조 A), 독일환경법규준수(제54조 B), 환경오염제거비용의 부담(제63조 4항 등)에서 독일 국내 환경법이 미군기지내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셋째, 긴급조치에 대한 규정을 두어, 미군 당국이 오염을 발견한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 이를 긴급통보하고 방제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조사를 받아들인다는 점을 협정에 명시하여야 한다.

넷째로, 대한민국의 법령과 자체 환경관리기준에 부합하도록 미군 당국의 부담으로 기지 내에 환경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는 점과 미군 당국이 미군의 시설사용 및 군사작전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관하여 원상복구의무 및 배상의무를 진다는 점 역시 분명히 명시해두어야 한다.

다섯째로 미군측의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면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대한민국이 환경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행 SOFA 규정에는 시설 및 구역내에 대한 한국측의 조사권 및 감독권이 규정되지 않았다. 미군측의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환경오염이 발생하였을 때 시급히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위하여는 대한민국 정부와 특히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조사권 및 감독권이 명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환경보호에 관한특별양해각서>에서는 대한민국 공무원은 합동위원회의 합의에 의하여 미군시설과 구역내에 출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미군측은 미군시설과 구역 내에서 시급한 원인파악 및 방제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합동위원회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어, 긴급한 조치를 취하여 주민의 안전과 자연환경을 보호하여야 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합동위원회의 합의가 있기까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군측의 환경오염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는 대한민국이 정기적인 조사와 감독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하며, 오염이 발생하였을 경우 대한민국 정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합동위원회의 합의 없이도 긴급히 미군시설과 구역 내에 출입하여 오염원에 대한 조사와 방제조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시설‧구역 출입도 한국공무원 외에 환경관련 NGO 전문가도 참가하게 해야 한다.

일곱째, SOFA 환경분과위에 민간 NGO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여덟째, 미군 기지‧시설 내에 위험한 무기반입과 미군의 군사작전시에는 사전에 한국에 통고하는 규정이 반드시 명시돼야 할 것이다. 독일 보충협정과 미‧필리핀 협정은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아홉째, 지금까지 반환협상에 나타난 한‧미간 쟁점은 대체로 환경오염치유 기준 및 수준, 환경조사 기간 및 방법, 조사결과 확인조사절차, 정보의 공개 등이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방안이 쌍방 간에 합의되어야 한다. 특히 미국측 치유기준인 KISE(미군에 의해 야기되는 공지<Known>의, 급박하고<imminent>, 실질적<Substantial>인 위험<Endanger>을 초래하는 오염) 대 한국측의 국내법 기준의 첨예한 대립은 조정돼야 한다.

이러한 SOFA 환경규정 개정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기지정책의 변경이 필요하다. 현재의 무기한 기지정책을 과거 미‧필리핀 기지 협정처럼 임대기지정책으로 변경함으로써 변화하는 한반도의 상황에 적절히 대응 할 수 있는 융통성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현재와 같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임대기지정책의 채택으로 계약변경시마다 새로운 환경정책을 협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의회도 타 지역에 비해서 매우 늦지만 불평등한 SOFA 개정국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청원으로 지난 12월 16일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정화 및 평화‧생태공원 조성 촉진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다. 이처럼 정부 당국도 미군 당국에게 이번 12월 11일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합의를 계기로 온전한 용산미군기지 반환을 위해서 철저한 환경조사와 오염정화 그리고 한‧미 SOFA의 환경규정 건에 대해서 근본적 검토와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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