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지난 8일 내정됐다. 그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현재 국회 청문회 준비에 한창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대표적인 화해협력론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극한에 치달았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 화해협력의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안정적인 상황관리로 화해협력의 노둣돌을 다시 놓는 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역할이 컸다면, 이제는 창의적인 사고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때이다. 그런 면에서 김연철 내정자의 장관직 수행을 기대한다.

최근 김연철 내정자의 과거 발언을 두고 논란이 많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거친 표현이 있다며 일부에서 ‘막말이다’, ‘이념성향이 치우쳐 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왜 그런 글을 올렸는지 살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군복을 ‘쇼’라고 하고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를 ‘감염된 좀비’라고 지칭하고, 김종인 전 대표를 ‘씹다 버린 껌’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한들, 누구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한때 지지하지 않던 이들에 대한 김 내정자의 생각이었다고 넘어가면 된다.

불세출의 영웅을 주군으로 모시며 목숨 바쳐 충성을 서약하는 시대도 아니고,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을 갈아타는 현실 정치 속에서, 김연철 내정자의 과거 행보에서 나온 발언을 어찌 흠결이라 할 수 있는가.

김 내정자는 대북제재는 북핵 문제 해결에 유용하지 않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면 나라가 망하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은 우발적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색깔론이 득실거리고 있다.

대북제재가 북핵 문제 해결의 금과옥조가 아니라, 오히려 남북관계 발목을 잡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하면서 사드 배치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화해협력론자로서 학자적 양심을 걸고 소신을 밝힌 과거 발언을 시시콜콜 따져야 하는가. 학자는 사회에 눈을 감고 학생들에게 이론만 가르쳐야 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가 학술적 성과는 없어도 쉬운 글쓰기로 많은 책을 펴내며 한반도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학자로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김연철 내정자가 평소 밝힌 소신을 얼마나 잘 지키고 당당하냐이다. 학자의 소신을 바라며 통일부 장관이 되는 포부를 기대했지만, 김 내정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았다. 과거 발언에 문제가 제기되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폐쇄해버렸다.

내정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습은 몸 사리기처럼 보인다. 몸 사리기가 청문회 통과를 위한 것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러나 지금의 몸 사리기가 평소 밝힌 학자로서 양심과 소신을 거둬들이려는 것이라면 실망감이 크다.

김 내정자는 북미관계가 다시 얽히고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몰려오는 태풍을 마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안정적 상황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현 상황을 타개할 혁명적 대안을 바라며 김 내정자를 지목했다.

열흘 뒤 26일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린다. 야당은 김연철 내정자를 벼르고 있다. 직책에 연연하는 ‘무엇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김 내정자는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으로서, 변치않은 소신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그것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화해협력의 한반도 시대를 완성하는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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