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주이 / 종주대 총무

 

일자: 2018년 10월 28일(일)
구간: 죽령~연화봉~소백산~어의곡삼거리~어의곡리
산행거리: 16.4Km(접속구간 4.7km 포함) / 6시간30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산행인원: 11명

 

당일 장거리 산행

당일 산행에 비 예보가 있었다.

가을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고 높은 산을 올라야하기에 특별히 등산장비에 신경을 썼다.

두꺼운 겨울 등산복을 입고 우비를 챙겼다. 해가 부쩍 짧아졌으니 당일 산행이라도 헤드랜턴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산행은 길이 좋고, 능선은 평탄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어 걸을 수 있다고 들었다. 늘 그렇듯이 처음 길을 나서는 마음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 죽령 들머리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산행을 시작하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들머리 죽령

대원들을 실은 승합차는 꿈결 같은 새벽길을 달려 죽령에 도착했다.

들머리 [죽령] 이름돌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빠르게 출발한다.

이번 산행에는 오랜만에 정병창, 김재선 대원이 합류했다.

산행에서 만나는 사람이 반갑고, 다시 만나는 사람은 더 정겹다.

이번 산행은 죽령에서 출발해 연화봉 7km 지점을 지나 비로봉까지 11.3km, 비로봉에서 어의곡삼거리를 지나 어의곡리까지 5.1km, 총 16.4km의 길이다.

다행히 해가 비치며 날이 좋다.

▲ 태양계 탐방로-천왕성.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태양을 향해 가는 길

죽령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은 [태양계 탐방로]이다.

태양계의 크기와 상대적 거리를 직접체험 할 수 있도록 연화봉을 태양으로 해서 죽령휴게소까지 7km 구간을 실제 행성간 사이의 거리처럼 축적을 계산했다,

거기에 맞는 위치에 쉼터와 함께 해설판과 행성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명왕성을 만났을 때, “이건 뭐지?”

혜성을 보고, “재미있네!“

천왕성에 이르러서 “쉼터가 있어 좋군~” 하며 천문대로 향하는데 잔잔한 재미가 있다.

▲ 눈발이 날리는 임도 오르막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소백산에서 만난 첫 눈

조금 가파른 길을 굽이굽이 돌며 오른다.

한 시간을 넘게 오르다보니 땀이 난다.

대원들이 모여 서서 안에 껴입은 옷을 벗었다. 다시 걸을 채비를 하는데 마침 눈발이 날린다.

비와 눈이 섞여 진눈깨비가 날리는데 춥지 않은 날씨에 눈이 내리니 점차 고도가 높아지지는 것이 실감났다.

▲ 제2연화봉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천문대 앞에서 김성국, 정병창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천문대를 지나

제2연화봉에 도착했을 때는 사방에 안개가 자욱했다.

하얀 안개 속을 걸어 천문대에 이르렀는데,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품었던 설렘은 지친 몸으로 인해 희석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천문대와의 첫 만남이 기계처럼 기념사진 한 장 남기는 것으로 끝나 버렸다.

산길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다. 산길은 산의 살결이다.

산길을 걷는 사람도 그저 묵묵히 결을 따라갈 뿐이다.

산은 좀처럼 자신의 살결을 내주지 않는다. 그 거부의 몸짓을 사람의 손으로 어르고 달래서 길을 풀어낸다.

시멘트를 가미해 만든 길은 편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다리에 통증이 오고 피로함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딱딱한 시멘트가 하체에 충격을 누적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바위산을 오르내리는 것과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른 대원들도 힘들었다고 증언한다.

산길과 도심의 도로를 걷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한다.

몸이 힘들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의욕이 꺾인다. 이럴 땐 동료들의 말 한마디나 눈빛이 큰 도움이 된다. 아니 산길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 연화봉에서 여현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단양을 뒤로하고 비로봉으로 가는 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비로봉 가는 길 전망대에서 615산악회 김재선 단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하늘과 땅이 열리다

안개 속의 연화봉을 지나간다.

‘오늘은 멋있는 조망은 포기하고 비가 오지 않고 잠잠한 바람에 감사해야 하는 날인가?’

라고 마음을 내려놓으며 걷는다.

그런데 제1연화봉을 지나면서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방이 트인 능선에 올라섰을 땐 구름이 높이 오르며 땅의 형상이 나타났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과 그 사이로 단양과 영주, 풍기의 오밀조밀한 모습이 드러난다.

그 형상은 마치 연못 속의 신선이 하얀 안개를 감고 올라오는 듯 했다.

또한 질펀한 노란색으로 자유롭게 나부끼는 풀들과 낮게 펼쳐진 철쭉군락은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천상의 가을 풍경을 연출했다.

부지런히 걷던 대원들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날듯 가볍고 잔잔해졌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딱히 구분이 가질 않는다.

오랜 산행을 통해 얻어진다는 그 일체의 경지가 순간 온몸을 감고 돌더니 어느덧 사라졌다.

눈은 호강하는데 손은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런 풍경의 감흥은 가슴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감동은 언제나 순간적이다. 그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진기를 바쁘게 한다.

▲ 뒤로 지나 온 천문대가 보인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하늘길에 선 이석화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하늘길에 선 이지련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단장.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소백산 비로봉으로 가는 하늘길.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야기가 있는 점심식사

고원에서 바람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주목 관리소]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먼저 식사를 하는 등산객 옆으로 자리를 잡고앉아 급하게 밥을 먹는다.

등산객 중 점퍼 안으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연유를 물어보니 결혼 사진촬영을 왔다고 한다.

한 쌍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다른 한 쌍은 부부인데 사진촬영 기사로 함께 왔단다.

춥고 높은 곳에 와서 결혼 사진촬영을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다. 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와~ 산을 정말 좋아하나 봐요.”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데, 두 쌍의 사연은 보통이 아니다.

결혼 사진촬영은 소백산에서 하고, 신혼여행은 산티아고 순례길로 간다고 한다.

여기에 사진기사 부부는 히말라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며 한술 더 뜬다. 올해 다시 히말라야를 갈 계획이라니 벌어진 입이 닫히질 않는다.

우리 대원들도 이들과 이야기를 섞으니 순식간에 풍성한 옛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다.

그 안에는 소소하지만 은밀했던 부부간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당분간 비밀에 부쳐둔다.

어쨌든 산길에서 만나 산과 연관된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연륜이 부럽기만 하다.

▲ 비로봉 아래 주목관리사무소.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주목관리사무소 안에서 점심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구름에 쌓인 등산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눈 내리는 소백산 길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439m 소백산 비로봉에 오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구름 속에서 흔들린다.

진눈깨비가 날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굵은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요상한 날씨가 고원 풍경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비로봉 꼭대기에는 사람 키 정도의 정상석이 서있고, 뒷면에는 조선 초기의 문신 서거정(1420~1488)의 시가 새겨져 있다.

[小白山-소백산]

小白山連太白山 (소백산연태백산) - 태백산에서 이어진 소백산
透迤百里揷雲間 (투이백리삽운간) -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分明畫盡東南界 (분명획진동남계) - 뚜렷이 동남방의 경계를 그어
地設天成鬼破慳 (지설천성귀파간) - 하늘과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하늘이 이루고 땅이 베푼 곳, 그 조화롭고 신비함 속에 솟아오른 소백산을 노래한 시의 감동은 600년의 세월이 지나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리산, 덕유산에 이어 세 번째 고원을 걸으며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한다.

벅찬 가슴으로 눈바람 속에서도 주먹을 힘차게 쥐고 단체사진을 찍는다.

▲ 소백산 비로봉에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운수 좋은 하산 길

고원에서 내리던 눈이 하산 길에는 비로 바뀐다.

우의에, 우산을 들고 비가 내리는 5km의 긴 내리막길을 걷는다.

다행히 길은 험하지 않다.

하지만 비가 내리니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몸에는 땀이 차고, 등산화에는 물이 든다.

만약 오르막에 비가 왔으면 어땠을지...

하산 길에서 비를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 산행은 퍽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 비 내리는 하산길에서 장비를 챙기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하산하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평균속도 2.8km

쉬는 시간이 줄어서인지, 길이 평탄해서인지, 그도 아니면 대원들의 실력이 좋아졌는지는 알 수는 없다.

어쨌든 대원들의 산행속도는 평균 시속 2.8km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단풍이 곱게 물든 어의곡리 새밭유원지 앞에서 이 가을의 정점을 찍는데, 대원들에게는 요상한 자신감이 넘친다.

어떤 사람들은 오르내리고, 날씨가 변덕스러우면 수시로 풍광이 바뀌는 산행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길은 내 삶의 뿌리를 확인해 준다.

또 누군가는 내가 걸었던 그 산길을 따라 오를 것이다.

한반도의 중추를 연결하는 백두대간 길처럼 그렇게 우리의 삶은 이어져 나갈 것이다.

▲ 어의곡리의 단풍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어의곡리로 하산해서 단체사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