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자위권적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사드 배치 역시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을 막기 위한 자위권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자위권적 조치’? 어디서 많이 듣던 용어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두고 상용하던 용어입니다. 북한은 핵 보유를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선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습니다. 자위권이란 그 나라의 군사주권과 관련된 문제로서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는 의미입니다.

자, 봅시다. 북한의 핵 보유도 자위권이고 남한의 사드 배치도 자위권이라면 둘 다 용인되어야 할까요? 그러나 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북핵은 북한이 자력으로 만든 게 분명합니다. 요즘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로 자강력제일주의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남한의 사드는 남한이 만든 게 아니라 미국의 것을 들여온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무기를 들여놓으면서 자위권이라고 말하는 게 여간 어색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한은 군사주권의 가장 높은 차원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에 넘겨준 상태입니다. 전작권을 몇 번이고 미국으로부터 이양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가져오질 않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양국은 2012년 4월 17일자로 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 박근혜 정부가 2020년대 중반으로 10년 이상 미룸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연기가 된 셈입니다.

전작권도 없는 상태에서 자위권 운운하며 사드 배치를 합리화하는 것은 논리의 모순 이전에 비현실적이고 비겁한 처사입니다. 그래도 백 번 양보해 국가안보 차원이기에, 전작권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나라의 무기를 들여와서라도 자위권 조치를 취하려 한다면 그렇다고 칩시다. 그래도 남는 게 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미국 때문이라고 합니다. 남한은 사드 배치를 북핵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드는 미국의 것입니다. 남과 북의 ‘자위권’ 주장을 모두 현실로 받아들입시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북한의 핵개발 명분은 사라집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면 남한도 미국산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 악순환의 시작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고, 그 끝은 미국의 사드입니다. 미국만 빠진다면 북한이 핵개발을 할 명분도, 남한이 사드를 배치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이 근본적인 처방을 놔두고서는, 사드 배치를 자위권 조치라 한다면 북핵 개발도 자위권 조치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위권 조치인 만큼 둘 다 용인되겠지요. 그렇다면 ‘북핵 포기’는 공염불로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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