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른바 ‘북핵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핵을 몇 개 보유하고 있는가하는 논란이 한창입니다. 6자회담이나 북.미 양자회담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회담은 없고 오직 북핵을 위험시하는 ‘추측성’ 주장만 난무하고 있으니, 뭔가 본말이 전도된 느낌입니다.

얼마 전 중국의 핵 전문가들이 북한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핵무기 20개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혀 다소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수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수가 미국 전문가들이 추정한 10-16개보다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의 핵무기 수는 국제사회의 관심사였습니다. 스웨덴의 민간단체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2014년 6월 세계 핵무기 보유 현황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6-8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국을 방문한 핵물리학자인 헤커 박사는 북한이 오는 2016년이면 핵무기 20개를 보유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조엘 위트 미국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은 올해 2월 북한이 2020년까지 최대 10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발표는 헤커 박사의 예상보다 1-2년 앞선 것이며, 이게 타당하다면 조엘 위트 연구원의 분석도 가능하다는 것을 예견케 해줍니다.

참고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위 연례보고서에서 세계 9개 핵보유 국가들의 핵탄두 보유량이 1만6천300개에 달한다면서 국가별로는 러시아가 8천개, 미국이 7천3백개, 프랑스 300개, 중국 250개, 영국 225개, 파키스탄 100-120개, 인도 90-110개, 이스라엘 80개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핵무기 개수에 이어 관심을 그는 것은 소형화 여부입니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탄두를 염두에 뒀음도 시사한 것입니다. 2년여가 경과한 지난 4월 7일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ICBM 위에 얹을 수 있는 능력을 개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나아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문제는 결국 그 발사체와 운반체 문제로 발전합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3월 25일 하원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의 배치 수순에 돌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알다시피, 북한은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 태양절 때 열병식에서 이동식 발사 차량에 탑재된 KN-08을 선보였는데, 한때 “종이로 만든 가짜”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최근 “진짜 ICBM”으로 정리되고 있는 듯싶습니다.

지난 2013년 3-4월, 이른바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파다한 가운데 미국이 B-52 핵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그리고 F-22 전투기를 한반도에 배치하자 북한은 KN-08로 보이는 물체를 동해 쪽으로 이동시켜 맞불을 놓은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그때부터 북미간 대결분위기가 수그러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핵무기 개수에 이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원료 문제와 관련,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해 플루토늄 차원을 넘어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24일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군축담당 특보는 북한이 영변 이외 지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동하고 있을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면서, 이는 이미 공개된 영변 핵 활동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핵 문제가 핵무기 개수에서 소형화 문제, 운반체 문제 그리고 농축우라늄 문제 등으로 비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여기에는 북한위협론을 앞세운 미국 군부의 군비 예산 확보 문제,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 등등의 꿍꿍이속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북핵 얘기가 난무하는데도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같은 논란이 일반 사람들에게는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공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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