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시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고 미국 측에 제안했습니다. 다소 파격적인 내용이 담긴 새로운 대미 대화 카드입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자 ‘보도’를 통해 “미국 정부에 조선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중대조치를 제안하였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 측에 대북 정책 전환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에,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통상적인 (한미) 군사연습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부적절하게 연계시킨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 위협”이라고 비난조로 거부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11일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핵실험은 연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미 군사연습과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연계가 부적절하다니요. 게다가 그렇게 제안한 북한의 성명이 ‘암묵적 위협’이라니요. 미국 측의 입장 발표와 거부 명분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북한은 한미 군사연습을 ‘북침전쟁 연습’으로 간주하며 체제위협을 느끼는 가장 절대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미국에게도 북한의 핵실험은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를 무력화시키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서로가 가장 아파하고 민감해 하는 사안을 연계시키는 게 왜 부적절한지요. 오히려 서로 깊이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 아닌지요.

이런 점에서 중국 <신화통신>이 11일자 해설기사를 통해 “젠 사키가 말한 바와 달리,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과 한미 군사연습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점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특히, <신화통신>은 “미국이 10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지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수 있다’는 북한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한 것은 분단된 한반도의 신뢰구축과 평화 실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제안이 이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보지 못했거나 무시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재일 <조선신보>도 미국 측이 “유사시를 상정한 군사행동을 끊임없이 벌리면서 아직 실시되지 않고 시간표도 나온 적이 없는 4차 핵시험을 앞질러 거론하며 ‘위협’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제안을 곧바로 거부한 것은 북한 측의 말을 빌리면 ‘북에 대한 미국의 체질화된 적대감과 골수에 밴 거부감’에서 나온 상투성에 가깝습니다. 대화를 원한다면, 그리고 상대편이 새로운 대화 카드를 제안했다면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12일 오전 7시 20분, 제목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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