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에 남북 공동의 하천과 산림 관리를 통한 환경공동체 형성, 남북 공동의 문화유산 발굴·보존 등을 제안하면서 남과 북이 생활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기대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낮은 차원의 대북 접근, 유연한 대북정책의 단초를 밝혔는지는 모르지만 북측의 입장에서 볼 때 동문서답(東問西答)에 지나지 않습니다.

북측은 하루 전인 1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발표해 △5·24조치 등 남북관계 장애물 제거 △6·15, 10·4공동선언 이행 △한·미 군사훈련 등 적대 행위 중단을 남측에 제안했습니다.

이는 북측이 이번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말의 답을 기대하겠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들 사안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지난 11일 남측이 북측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데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한했기에 이른바 ‘프란치스코효과’를 탈까하는 기대도 컸는데 영 번지수가 틀렸습니다. ‘프란치스코효과’란 교황이 밝힌 ‘절실한 대의’인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북측에 제안한 환경이나 문화 협력도 물론 필요하기는 하지만 시급한 과제는 아닙니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환경공동체나 생활공동체는 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현실은 한반도가 긴장 속에 있고 남과 북이 단절돼 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경축사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나 평화체제 문제와 같은 ‘근본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5·24 해제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상호 비방 중상 금지 문제에 대해조차 최소한 어떤 메시지라도 보냈어야 하는데 영 아쉬울 뿐입니다.

북측은 근본문제를 다루자고 하는데 남측은 쉬운 문제부터 다루자고 합니다. 현 시기 한반도 정세와 남북 상황을 진단하는 남과 북의 시각이 이토록 다르니, 어디서부터 접점을 찾아야 할까요.

중요한 건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측에 대화를 제안하려면 북측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남측이 하고 싶은 것만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동문서답을 함으로써 실기(失機)한 대북 제안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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