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은퇴하는 인명진 목사와 10일 갈릴리교회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인명진은 언제나 밝다”, 인명진 목사와의 대담을 엮어 『삼우지삼로(三遇之三路)』로 펴낸 정치평론가 고성국의 일성이다.

지난 10일 서울 신도림동 갈릴리교회에서 만난 인명진 목사는 인터뷰 내내 청높은 “하하하”를 연발했다. 밑바닥 노동운동과 네 차례의 옥고를 거치는 등 “격동의 삶을 살았다”는 그에게서 그늘 보다는 밝음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 탄생에 일조한 뒤 우리민족서로돕기 상임공동대표를 맡는 등 남북문제에 뛰어들어 보이지 않는 역할을 종종 수행하기도 했다.

최근 발간된 『삼우지삼로(三遇之三路)』에서는 개성공단에 억류돼 있던 유성진 씨를 옥수수 1만톤을 주고 데려왔고, 그 비용 30억 원을 스스로 지인들을 통해 모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이명박 정부 측에서 “(북측) 누구 좀 만나보고 와 봐라”는 제안을 받고 추진했지만 북측 인사는 “누구 죽이려고 작정을 했냐. 내가 왜 만나냐”고 응하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 최근 출간된 인명진 목사의 책들. 왼쪽부터 1970년대 영등포산업선교회 활동을 담은 『성문밖 사람들 이야기』, 고성국 정치평론가와 대담을 통해 풀어놓은 인생역정 『三遇之三路』, 설교문을 엮은 『한국교회를 새롭게』. [자료사진 - 통일뉴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가 포함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표단의 모니터링 방북이 정부에 의해 불허되기까지 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인도적 지원의 현장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것과는 전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올해 대북 인도적 지원의 총액이 줄어든 것은 물론, 밀가루 등 지원품목이 제한되고 제3국 접촉도 금지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이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근본적으로 축소됐다”며 “북민협이 통일부 장관 문책하라는 성명서까지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도 어떤 사람이 대북문제에 있어서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 가만 안 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일 적당한 분”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정권이라는 것, 특별히 보수적인 세력들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주요한 자산으로 평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출범시킨 공이 있는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또 남북문제에 사람이 배치돼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지난 정부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에게 기대했다.

또한 “지금 동북아 정세가 만만하지 않고 특별히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체제에 한국이 들어가야 되는지, 안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중국 때문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남북 간의 협력을 통해서만 우리가 처해있는 이 난국, 국제적인 어려움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활로를 제시했다.

산업선교회를 한 것, 호주에서 돌아온 것, 정치 안하고 계속 목사한 것을 세 가지 어리석은 일(三遇)로 꼽고 인권의 길, 목회의 길, 정치개혁의 길을 세 가지 길(三路)로 든 그는 목사 정년을 앞당겨 금년 말로 은퇴한다. 퇴직금으로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한 수도원에 ‘삼우도서관’도 건립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년 초부터는 국민동행에서 근본적으로 헌법체계를 바꾸려고 한다”며 대통령 5년 단임제 헌법 개정을 위해 벌써부터 “열심할 생각”을 불태우고 있다.

다음은 10일 오전 갈릴리교회에서 인명진 목사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바보처럼 인생을 산 사람이다”

▲ 인명진 목사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뚜렷한 논지를 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통일뉴스 : 담임목사 직에서 조기 은퇴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 인명진 목사 : 원래 목사 정년이 70인데, 금년 말로 실질적으로 은퇴를 한다. 내가 호적이 하나 늦어 해방둥이 45년생인데 46년생으로 돼서 법적으로 3년 일찍 은퇴하는 것이다.

목사를 너무 오래했다. 42년을 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만 나 같은 경우는 격동의 삶을 살았다 할까, 격랑의 삶을 살았다 할까, 그래서 너무 지치기도 하고.

아무래도 시민운동이나 밖의 일을 많이 하다가 보니까 교회 일도 좀 소홀하게 되고, 체력의 한계도 있고, 또 예수님에게 너무 미안하다. 40여년 동안 예수 이름을 팔아서 먹고 살았으니.

그래서 은퇴하는 것이 좋겠다. 그동안 잘 놀지도 못했는데 한 해라도 젊어서 실컷 놀아봐야겠다. 하하하. 그 생각을 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 서경석 목사와 함께 구로지역에서 오랫동안 목회한 걸로 안다.

■ 나는 목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여기 있었다. 그러니까 1972년에 내가 신학교 졸업하고 구로동, 영등포 이 지역에서 와서 42년이 됐다. 영등포산업선교회, 갈릴리교회, 내가 감옥에 가 있고 외국에 잠깐 나가 있는 시간 빼고는 이 지역에서 살았다.

여기가 대림연탄 자리인데 연탄재 휘날릴 때부터 시작했다. 이 근처가 다 공장, 조그만 중소기업 자리이고 기아기공이 여기 있었다.

□ 기장, 예장 같은 교파에 소속된 목사들은 순환 보직이 아닌가?

■ 내가 애당초 영등포산업선교회로 갔을 때도 산업선교 하려면 공장지역에 가야 됐고, 이 교회를 시작할 때도 일부러 찾아왔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데,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데를 일부러 찾아왔다.

일부러 찾아온 데니까 내가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는 생각은 꿈에도 안했다. 순환보직 그런 것은 없다. 본인의 의지이다. 한 번도 나가 볼 생각은 안 했다.

□ <삼우지삼로> 책을 펴냈는데, 세 가지 어리석음과 세 가지 길로 해석되는데 어떤 뜻인가?

■ 내가 은퇴한다고 하니까 같이 지내왔던 후배들이나 지인들이 ‘별호를 하나 지어봤으면 좋겠다’ 그렇게들 의논해서 삼우(三遇)라는 별호를 내게 줬다. 석 삼 자에 어리석을 우자인데, 특별히 이번에 내가 퇴직금 받아서 지리산 자락 수도원에다가 조그만 은퇴기념 도서관을 하나 지었다. 그래서 그 도서관 이름을 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삼우도서관’이 됐다.

후배들과 나와 가깝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보니까 내가 아주 굉장히 미련하게 인생을 살았다. 삼(三)자라는 것은 세 가지 어리석다는 뜻도 있지만 완전하게 어리석다. 아주 크게 어리석다는 뜻이다. 바보처럼 인생을 산 사람이다.

큰 바보가 어떻게 바보짓을 하면서 살아왔느냐는 인생행로를 고성국 박사와 이따금 만나 둘이 그냥 주고받던 이야기인데, 옆에서 듣고 있던 사람이 “야, 책으로 한번 내봤으면 좋겠다” 해서 책을 본래 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하다가 보니까 나온 책이다.

삼로(三路)라는 것도 이런저런 어리석은 일을 했다. 바보짓 한 것에 대한 기록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근본적으로 축소됐다”

▲ 북민협 회장을 맡고 있는 인명진 목사는 현 정부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근원적으로 축소됐다며 심각한 문제의식을 토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로서 북민협(대북지원민간단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또 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 사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하면서 조금 인간적으로는 마뜩치 않았다. 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가지 기대했던 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 만큼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하겠다”라는 것을 후보 때부터 공약을 한다.

본인이 말한 공약은 다 지킨다, 신뢰가 있다고 하는데, 마침 그래서 나는 ‘에이 그래, 다른 건 좀 맘에 안 들지 모르지만 저거 하나만이라도 나는 참 좋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당히 기대했다.

그 후로도 미국 의회에 가서 박수갈채를 받지 않았나? 그리고 8.15 경축사에서도 또 이야기 하고, 종교지도자들 청와대 방문했을 때도 그런 말을 되풀이했고, 신문에 여러 번 보도됐다. 그러니까 지킬 거다.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니까 또 북한에 한 번 가보기도 했기 때문에, 여성의 넓은,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최소한 북한에 있는 아이들, 굶어죽는 사람들을 돌보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게 원래 남쪽에서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북한의 동포들도 우리 국민이라 생각하고 정치해야 되는 자리가 아니냐. 그래서 나는 그걸 굉장히 믿었다.

그랬는데 지금 1년 가까이 됐는데,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이제나 저제나 했는데 아직까지는 적어도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 실망스러운 결과라면 어떤 것인가?

■ 첫째로는 대북 인도적 지원 규모다. 최소한도 이명박 정부 때도 그렇게 5.24조치를 하고 그랬는데도 5년 평균 1년에 310억원을 지원했다. 그리고 마지막 해에 118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지금 43억을 했다. 지난해 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지원이 줄어들었다.

이것은 객관적으로 숫자가, 물량적으로 줄었다. 그 어려웠던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해 보다도 못한 것이다.

또 굉장히 심각한 것 중의 하나는 인도적 지원 품목이 축소됐다. 2013년에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할 때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보고를 했다. 그런데 오히려 거꾸로 줄어들었다.

과거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게 단순히 물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발까지를 포함하는 거다. 개발원조를 해야 진짜 인도적 지원이다. 왜냐하면 배고픈 사람에게 맨날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식량 갖다 주는 것을 계속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식량을 증산할 수 있느냐. 이게 사실은 근본적 인도지원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그런 생각으로 했다. 약품 갖다 주는 것만이 아니라 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약공장을 세워줘야 되는 거다. 여기까지 나가야 되는 거다.

그러다가 한참 쌀을 주기도 했는데 이게 안 된다는 여론이 일어나서 쌀이 인도적 지원에서 빠졌다. 그래도 옥수수와 밀가루는 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옥수수는 됐는데 후기에 오면서 옥수수는 안 된다 하고 밀가루만 됐다.

그런데 이 정부에 와서는 밀가루도 안 된다고 줄어든 거다. 인도적 지원의 품목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얼마만큼 지원하느냐 총액과 물량도 중요하지만 인도적 지원의 품목을 어떻게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콩기름도 안 되더니, 이번 정부 들어와서는 콩기름은 그만두고 식용유도 제외됐다.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의 굉장히 심각한 후퇴다. 어떻게 밀가루, 식량이 인도지원 품목에서 빠질 수 있느냐 이거다.

더 중요한 문제는 옛날에는 모니터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북에서 거부하고 협력을 안 해 어려웠는데, 이 정부 들어서는 모니터링을 하러 가는데 북에서 초청장이 오더라도 실무자만 4명으로 제한했다.

분배투명성이 인도적지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인데 모니터링을 제대로 잘하려면 어떨 때는 대표가 가야 되는 거고, 실무자가 가야 할 필요도 있고, 전문가 가기도 해야 한다.

그건 물품을 지원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단체의 필요에 의해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사람이 가야 하는데, 이걸 정부가 제한을 하고 있지 않나. 이건 옛날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다.

또 하나는 옛날에는 그래도 인도적 지원을 하려면 제3국에서 만나서 협의해야 할 것 아니냐. 뭘 달라는지 상황을 들어보기도 하고 계획도 들어보기도 하고. 이래야 인도적 지원을 결정할 것 아니냐.

접촉을 못하게 한다. 평양이나 개성공단은 그만두고 제3국, 중국에서 접촉하는 것도 제한이 돼 있다. 이런 면에서 인도적 지원이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근본적으로 축소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원칙에 대해서도 통일부 장관은 국정감사 때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무작정 주는 것이 아니다. 기계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런 걸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론도 통일부 장관에 의해 훼손된 것이고,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도적 지원의 현장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것과는 전혀 정반대로 가고 있다.

□ 인도적 지원 일선에서 느끼는 현장 상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원단체들의 불만도 높겠다.

■ 어제도 민화협에서 ‘지속가능한 인도적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토론을 했는데, 나는 그때 모두발언으로 지속가능한 인도적 지원은 그만두고 인도적 지원 재개 방안이나 토론해 달라고 했다.

무슨 인도적 지원을 시작을 해야 지속이고 말고 있지, 지금 시작도 못하고 있는 이 판에,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판에, 무슨 지속가능한 이야기는 뭐 하러 사치스럽게 하냐고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굉장히 실망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라든지 또 국민들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말이 어떻게 해서 이런 실망스런 현실로 나타나는 거냐. 굉장히 혼란스러워 하는 거다.

박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는 한 번도 인도적 지원을 안 한다는 이야기 안 했다. 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그래서 북민협이 통일부 장관 문책하라는 성명서까지 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장관이 어느 나라 장관이냐. 박 대통령이 아무리 다른 국정에 바쁘더라도 이걸 챙겨봐야 된다. 왜 대통령이 말한 걸 장관이 안 지키는가. 오죽하면 우리가 그런 성명을 냈겠느냐.

우리 성명에 대해서 나는 직접은 못 들었지만 들리는 말로는 류길재 장관이 “나는 억울하다,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 그런다고 하더라. 류길재 장관도 답답하고 할 말은 있긴 있는 모양인데 그 말을 공개적으로는 안 하고. 하하하. 알긴 우리가 뭘 아냐. 아는 건 박 대통령이 그 말했다는 것 알고 있고 류길재 장관은 안 지킨다는 것 그건데, 또 뭘 알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하하

□ 북민협이 더 지원하고 싶어도 정부의 승인이 안 나오는 것이 있나?

■ 그렇다. 신청해도 보류된 것이 있다. 우리는 지금 밀가루하고 옥수수 보내겠다고 지난 5월에 신청해놨는데 아직도 승인이 안 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이 안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긴 있지만, 정부에다 “이거 보낸다”하고 신고만 하고 보내야지 승인받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인재근 의원이 낸 법안이 하나 있는데 어제 이야기 들어보니까 신고만 하도록 돼 있더라.

□ 특히 이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모니터링 방북에 대해 통일부에서 대표단 방북은 안 된다고 하는데, 혹시 인 목사가 타겟이 된 것 아닌가.

■ 대표가 나하고 최완규 총장, 영담 스님, 윤여두 씨 네 사람인데 나야 뭐 정부에서 타겟 삼았겠나? 하하하. 그래도 명색이 지난번 정권에서 통일고문도 지낸 사람이고 여당의 윤리위원장도 지낸 사람인데. 박근혜 후보 검증도 한 사람인데, 설마 이 정부가 나를 타켓으로 삼았겠나. 하하하.

내가 사실은 북에 가면 사람들이 깜짝 깜짝 놀랄 만큼 북에 대해서도 할말 다 하고 온다. ‘저러다가 출국 못하면 어떡하려고 저러나’ 할 만큼 할 만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내가 지난 4,5년 동안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하면서 남과 북의 소통을 위해서, 남과 북의 여러 가지 관계정상화를 위해서 물밑에서 여러 심부름도 하고 공헌도 많은 사람이다. 하하하.

“종교인들이 나서는 건 정말 순수한 뜻”

▲ 그는 87년 6월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맡는 등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최근 가톨릭 등 종교 성직자들이 현 정부의 과거회귀적, 독재적 성향을 비판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 우리 민족이 최근에 이룬 업적 중 중요한 것이 산업화와 민주주의 아니겠나. “아, 이제 우리 이만하면 됐다”고 가만있으면 경제발전도 후퇴한다.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도 꼭 자전거 타는 것 같아서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앞으로 안 나간다. 민주주의도 끝없이 노력하고 애쓰고 그래야 최소한도 유지되고, 발전한다. 안 그러면 후퇴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된다는 거다. 민주주의 속성이 국민들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 아니냐. 정권 잡은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주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불편한 게 민주주의지 않나. 그래서 어떤 정권이든지 민주주의 정신과 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 그건 아마 미국, 다른 세계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본다.

특별히 이번 정권 들어서 민주주의가 후퇴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딴 사람이 이거 얘기 못하고 옛날에 민주화운동을 위해서 노력해왔던 사람들이 모여서 정파를 초월해서 민주주의가 최소한 후퇴하지 않도록, 유지 발전되도록 자꾸 얘기를 해야 되는 거다. 정부가 불편하게 생각하더라도 이건 해야 하는 거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그래서 국민동행도 만드는 것이고, 그런 충정에서 종교인들도 나섰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국민들 모두가 이룬 업적이지만 그 가장 앞자리에 섰던 사람들이 종교인들이다.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종교인들이야 이해관계가 없다. 민주주의에 대해 야당이 이야기하면 “저건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 그런다” 할 수 있지만 종교인들이 나서는 건 정말 순수한 뜻 아니겠나.

나 같은 경우도 평생을 민주주의 때문에 고생하고 감옥살고 매맞고 살았는데 이 민주주의가 조금 후퇴하는 분위기, 느낌이 들면 우리가 과거에 해왔던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견디기 힘든 거다. 내가 싸워왔던 민주주의가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 걱정을 어떻게 안 할 수 있나.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지금 종교계나 시민단체 쪽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사퇴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는 그건 일종의 설교다, 잘하라는 교훈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내려와라 이런 거다. 그렇게 하려면 내려와라, 그런 정도지 정말 정치적인 사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집안에서 애들이 잘못하면 부모들이 “나가 죽어라” 하는데 진짜 죽으라는 소리가 아니지 않나. 설사 박근혜 대통령 사퇴하더라도 신부님, 목사님, 스님이 가서 대통령 할 거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그것은 종교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정부를 아끼는 충정으로, 교훈으로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 정치인이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현실정치에 대한 문제다.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장성택 숙청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데, 장성택 숙청으로 불거진 북한사회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북한 내부의 문제인데,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사람이니까 언론에 보도되는 이러저런 이야기를 듣고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언론에 보더라도 여러 갈래 이야기가 나오더라.

장성택 숙청이 어제오늘 사이에 된 것이 아니고 벌써 1년 전부터 시작된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권력투쟁이다, 아니면 개인적 파당적 비리다, 권력 남용이다,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 자세히 내용은 모르는 일이고 북한 내부에 대한 일이니까 참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장성택이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야, 이거 섬찟하다’ 그런 생각이 들긴 들더라. 다만, 바라는 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희망이 있다.

□ 조만간 방북계획이 있나?

■ 정부가 가라 해야 갈 텐데, 북에서는 2월 16일까지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광명성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탄생일) 때문에. 북민협 회장에 대해 여러 차례 초청장이 왔고, 북에서는 그(광명성절) 안에라도 올 수 있으면 오라는 전언이 있지만, 내가 1월에 북민협 회장을 그만둘 것이고, 그 안에 우리 정부가 획기적으로 방북을 허가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까 기대를 접고 있다.

북한을 내돈 내고 가는 건데 그렇게 가고 싶어서 안달하고 그런 입장은 아니다. 북에 가는 게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을 통해서 남북의 끊어진 줄이 이어지고 화해와 협력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의미에서 간다면 가는 거다. 오매불망 가고 싶은 그런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없다.

다만 양각도 호텔 양복이 싸니까. 그거나 한 벌 해 입고 오면 좋은데, 더군다나 영담 스님이 나 양복 한 벌 더 해준다 했는데 같이 가야 양복이나 더 얻어 입고 올 텐데, 그런 정도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그 밖에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일 적당한 분”

▲ 홍사덕 전 의원이 상임대표의장을 맡고 있는 민화협이 17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주최한 '민족화해상' 시상식에서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인명진 목사.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홍사덕 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이 민화협 상임의장단 방북을 추진했는데, 언론에서 특사 아니냐고 보도해 무산됐다.

■ 어느 한 언론에서 오버했던 것 같다. 오보라는 것 아니냐. 아마 나는 그렇게 나오는 순간 못 갈 줄 알았다.

나는 예전에 참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오비이락인데, 이명박 정권 때인데, 남북정상회담이 물밑에서 말이 오가고 교섭도 오가고 그러면 꼭 무슨 사건이 하나씩 터지는 거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 사람이 사격 표적이 됐다는 것, 그게 엉뚱하게 보도됐다. 가만히 보면 그게 그때 일어난 게 아니라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고, 군부대에서 일어난 일인데 밖에 나올 수가 있느냐. 등등.

이따금 이런 일들이 있는데 지내놓고 보면 그때 물밑으로 뭔가 있었던 거다. 잘 되어 가 보려는 뭐가 있었다.

야, 이게 남과 북이 다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사회가 모든 사람들이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고 이런 데로 나아가는 걸 다 바라지는 않고 이걸 방해하는 세력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남쪽에는 종북세력이겠지 뭐. 하하하.

그것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늘 북에 가서 설득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을 연구해야 한다. 그 사람이 굉장히 실용적인 사람인데, 남북문제만 잘되면 공헌하는 거다. 그 사람이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북한에 실질적인 경제협력 할 사람이다. 왜 쓸데없는 욕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느냐” 그렇게 이야기하고.

이번에도 혹시 북한에 가면 “박근혜 대통령을 잘 연구해라. 이분이 그런 분이 아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이런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 북한 통전부의 최승철이 그런 내용으로 보고했다가 짤린 것 아닌가?

■ 그래서 북에서는 대남사업 하는 것을 굉장히 조심하더라.

이명박 정부 때의 비사지만, 정부쪽에서 나에게 “누구 좀 만나보고 와 봐라”, 그래서 내가 만나자고 했더니, 처음에는 만나자고 하더니, 그 다음 대답이 “누구 죽이려고 작정을 했냐. 내가 왜 만나냐” 그러고 안 만난다고 그러더라. 그러기에. ‘야, 굉장히 민감한 문제는 문제구나’.

□ 만나서 잘 풀리면 좋지만, 잘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나.

■ 쉽지 않다. 남과 북이 다 넘어서야 된다. 북에서 막 욕하는 거 듣고 흘려야 하는데, 정상적인 관계에서 나온 말처럼 생각하면 화난다. 남과 북이 다 극복해야 할 난관이라고 생각한다.

북이 엄연히 존재하는 걸 전제로 실용적인 관점에서 남북문제를 대해야 된다. 실용적이라는 말은 ‘냉정하게 우리가 이렇게 갈라져 있는 게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거냐. 어떻게 해야 우리민족에게 공동적인 이익이 되느냐’ 이런 관점에서 북을 접근하는 거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를 기대했다. 이명박 정부가 굉장히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그랬다.

“식량도 좀 보냅시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놈 새끼들 입만 열면 대통령 욕하는데 더 힘나서 욕하라고 그거 보내냐”, 그런 쓸데없는 감정적인 것에 매달려서, 식량을 보내는 인도적 지원을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을 안 한다는 그런 참모들, 그런 생각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문제를 망쳤다.

우리 사회에서도 어떤 사람이 대북문제에 있어서 과감한 조치를 취하면 가만 안 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일 적당한 분이다. 보수세력에 대해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정권이라는 것, 특별히 보수적인 세력들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것. 또 우리나라에 계속해서 남북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극보수 사람들에게까지 지지를 받고 있다.

내가 북에 대해서 늘 이야기하는 것이 그거다. 보수정권 있을 때 남북문제를 진전시켜야 된다. 진보정권 있을 때 당신들 남북문제 진전시킨 게 도로나무아미타불 되지 않느냐. 그러니까 보수정권 있을 때 남북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을 해야 된다. 그래야 진보정권이 들어오더라도 지켜지는 거고, 또 보수정권이 들어오더라도 유지되고 그렇다.

□ 이명박 정부에 직접 참여도 했고, 그래서 발언권도 있었을 텐데 대북정책이 제대로 안 됐지 않나?

■ 그래도 많이 됐다. 그래도 그 상황 속에서도 밀가루도 보내고 홍수 나면 수해지원도 했다. 나는 이명박 정부에 남북문제에 대해서 참 비판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만나는 사람들도 결정권 있는 사람들,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그 길마저도 다 막혔다.

사실은 내가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는 한 번도 나서지 않았다. 나는 금강산도 가본 적도 없고 평양은 더군다나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관심 안 가졌다. 왜냐하면 ‘잘하고 있는데 나까지’ 그랬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남북문제가 경색되고 특히 인도적 지원 문제가 완전히 꽉 막히고, 그동안 인도적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불신하고 신뢰가 없고, 그래서 나는 사실 가교역할 하려고 뽑혀간 사람이다.

내가 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도 갔느냐, 남북문제에 끼어들었느냐면, 어떻든 내가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키는데 좀 공헌이 있었던 사람인데,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가 잘돼야 하잖나. 그래서 이 문제라도 이명박 정부를 도와야겠다. 가교역할을 좀 해야겠다. 그래서 내가 들어갔다.

지금도 나는 민화협에 홍사덕 씨가 들어간 것을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이 분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출범시킨 공이 있는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또 남북문제에 사람이 배치돼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우리는 만날래야 만날 수도 없고, 또 만나서 얘기해봐야 효과도 없고. 그런데 마침 홍사덕 씨가 들어와서 우리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결론은 박 대통령이 결심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 현재 박 대통령의 핵심 주변들이 대체로 군과 정보기관 출신들이다.

■ 그러니까 어제 원로들 간담회에서도 이야기가 “인 목사님 왜 자꾸 죄 없는 류길재 장관 가지고 그럽니까. 원인은 딴 데 있는데”, “아니, 딴 데 있다니, 딴 데가 어디냐. 박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하겠다는 분이고, 방해하는 손은 도대체 누구냐?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걸 알지 못하니까 류길재 장관만 자꾸 이야기하는데 억울한 거냐? 그러면 누가 있냐?” 그러고 말았다.

사람들 마지막 결론은 “박 대통령이 결심을 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을 누가 움직일 수 있는가. 홍사덕 의장 당신 밖에 없다. 당신이 역할을 좀 잘해 달라” 그렇게 하고 끝냈다. ‘대북인도적 지원의 지속가능한 방향은 홍사덕’, 그렇게 결론이 났다. 하하하.

□ 오랫동안 활동하고 많은 분들과 인연도 깊은 것으로 안다. 서경석 목사부터 시작해서, 박세일 교수, 정성헌 선생까지. 좀 좋게 말하면 넓고, 어떻게 보면 방향이 안 보이는 것 같다. 정치적으로 박세일 선생과 같이 모색하는 것이 있나?

■ 조갑제부터 시작해서, 헷갈릴 것이다.

박세일 선생하고 얘기를 해보면 같이 동의하는 부분이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남북문제에 있어서 동의를 안 한다. 박세일 선생은 계속 통일을 얘기하는데, 쉽게 말하면 평화협정 같은 것을 반대한다. 그것은 영구분단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통일할 것이냐는 중국이나 외교를 통해서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동의 안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흡수통일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이지 않다. 나는 통일을 목표로 하지만 그러나 현재 분단상태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유지를 해나가면서 어떻든 현재 평화공존으로부터 시작해서 통일로 가야 되는 거다.

나는 평화에 대해서도 굉장히 강조하는 사람이고 통일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사람이 보면 평화주의자고 진보적인 이념에 가까운 사람이고, 진보 쪽에서도 통일이야기도 하는 것 보니까 또 의심스럽고. 그러니까 내가 왔다갔다 한다고 민세상 받지 않았나. 왔다갔다 한 사람한테 민세상을 준데. 하하하.

□ 서경석 목사와 오랫동안 함께 한 것으로 아는데 행보가 달라지지 않았나?

■ 아주 젊어서부터 함께 했다. 서경석 목사는 대북 인도적 지원 개척자다. 공로자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북한인권문제 이런 이야기를 쭉하는 데, 서경석 목사에 대해서 평가가 찬반이 있다.

서경석 목사를 비롯해 북한 인권문제 하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건 안 한다. 대북문제는 역할이 다양해야 된다. 그거 하는 사람은 그거 하는 사람이고, 또 나는 내가 해야 될 일이 있는 거고 그렇게 역할을 나눠서 해야 하는 거다. 남북문제가 원체 복잡한 문제고 스펙트럼이 넓은 문제기 때문이다.

군사 하는 사람은 군사적 입장에서 대북문제 해야 하는 것이고, 경제하는 사람은 경제적 입장에서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인권운동 하는 사람은 인권운동 차원에서 해야 하는 것이고, 나 같은 사람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는 화해와 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배척하거나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행보는 지켜나가려고 하는 거다. 그 부분은 분명하게 그렇게 하고 있다.

“6자회담은 시효가 지났다고 본다”

▲ 인명진 목사는 남북협력이 소용돌이치는 동북아 정세를 헤쳐나가는 활로라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6자회담이 잘 안 되고 있고, 북한과 미국이나 한국과의 관계도 잘 안 풀리고 있는 것 같다. 한반도의 평화적 흐름이 잘 안 잡히고 있다.

■ 나는 몇 년 전에 시작했던 6자회담은 시효가 지났다고 본다. 왜냐하면 최근 들어서서 6자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졌다.

6자회담이라는 게 핵문제부터 시작된 건데, 핵을 보는 입장이 6자가 다 다르다고 본다. 미국은 북이 저 정도 핵을 가지고 있는 건 아주 해피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소한도의 전제는 북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추진체, 내지는 핵탄두의 소형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핵확산이 안 되는, 관리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북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으로서는 너무 해피하다.

하나는 일본이 재무장할 수 있는 구실이 되는 거다. 일본을 재무장시킴으로 말미암아 동북아에서의 군사적인 균형, 특별히 중국의 팽창을 막아내는 중요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 또 한국에 상당한 무기를 팔수 있고, 한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기울 수밖에 없다. 미국이 왜 북에 있는 핵을 없애려고 하겠나. 서투른 관점일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중국은 핵문제에 대해서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북이 일본과 미국 세력의 팽창을 방어하는 최전방에 서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핵이라는 것은 상당히 위험스럽다. 언젠가 핵을 가지고 자기들에게도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불안 같은 것이 중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접해 있는 국가가 핵을 가지고 있다는 건 우리 남쪽 정부나 중국이 똑 같이 느끼는 불안,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핵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한국은 어떤 면으로는 공통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 남쪽 정부가 계속해서 비핵화가 돼야 남북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그 프레임에서 우리가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 북이 내놓을 것 같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걸 계속 전제로 하고 뭘 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순이 아닌가 생각한다.

북은 핵을 가지면서 또 한편으로는 국제적 협력으로 경제개발을 해야 되는 딜레마가 있다.

지금 동북아 정세가 만만하지 않고 특별히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체제에 한국이 들어가야 되는지, 안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중국 때문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는 지금 중국과의 관계가 미국보다 훨씬 더 이해관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을 버릴 수도 없다. 정말로 난처한 상황에 우리가 지금 빠져 있다고 본다.

우리 같은 아마추어, 비전문가가 볼 때도 참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의 협력을 통해서만 우리가 처해있는 이 난국, 국제적인 어려움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거다. 활로가 여기 있다고 보는 거다.

미국하고 일본하고 중국하고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가 북한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이냐에 해결책이 있다고 본다. 또 경제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활로도 북에 있다고 본다.

남북문제나 국제문제를 공부해 보지는 않았지만 상식적인 생각이다. 우리가 처해있는 형편을 볼 때 결국은 살 길은 남북문제를 통해서다. 정치외교도 경제도 마찬가지다. 크게 봐야 된다.

□ 미.중 간의 새로운 세력재편기에 한반도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되느냐는 가장 어려운 숙제인데, 남북관계를 통해서 풀어야 된다는 지론이 확고한 것 같다.

■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 미국에 기대겠느냐? 미국은 엊그제 부통령이 와서 협박하지 않았나. 베팅 잘해라. 하하하.

또 중국은 가만있지 않잖나. 이번에 이어도까지 방공식별구역에 넣는 것을 봐라. 중국이라는 나라를 믿을 수 있나? 그렇다고 일본을 믿을 수 있나?

우리가 기댈 데가 어디냐? 한국은 없지 않나?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국은 없고, 요즘 보면 동북아 상황 속에서 미국과 일본만 있을 뿐이지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 한.일관계가 역사적으로 특별한데, 요즘 한.일관계가 더 악화돼 있다.

■ 나는 한.일관계가 위안부 문제라든가 이런 문제가 해결해야 될 문제이고,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도 해결해야 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감정적으로 하면 안 된다.

감정적으로 싸우더라도 냉철한 이성으로 봐야 한다. 그것 때문에 모든 외교관계와 협력을 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이익은 냉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외교는 절대로 감정이 아니다. 국가이익은 감정이 아니다. 국민감정이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국민들에게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니다. 분리해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근혜 정부가 대일 정책을 조금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감정적으로 가면 안 된다.

□ 바꾼다면 좀 더 실용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 실용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익을 중심으로 하는 실용적 관계로 대일관계를 바꿔야 한다. 옆에 있는 나라니까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나라지 않나. 같이 안 살래야 같이 안 살 수 없는 이웃이지 않나.

□ 요즘 안철수 신당도 나온다 하고, 야당도 좀 지리멸렬하고, 진보정당들도 분열돼서 무력화되고 여러 모로 복잡하다. 야권의 재편에 나서거나 도와줄 생각이 있나?

■ 우리나라 정치가 지금 꽉 막혀서 숨통이 안 트인다. 이게 87년 체제의 모순이 완전히 극에 달했다고 보는 거다. 끝에 와 있다고 보는 거다. 정치가 근본적으로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5년 단임 헌법체계, 정치체계 가지고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나는 분명히 말한는데 어떤 정당에 들어가서 현실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고, 또 나는 그런 것 할 줄 모르기도 하고 그런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이다. 또 내 역할이라고 생각도 안한다.

나는 밖에서 이런 일을 좀 도와야 된다 생각하는데, 민주주의의 발전, 남북 화해와 협력, 이런 거다.

나는 내년 초부터는 국민동행에서 근본적으로 헌법체계를 바꾸려고 한다. 지금의 양당 구조만 가지고서는, 우선 5년 단임제 가지고는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이므로 계속 이전투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사람에게, 대통령에게 권력이 저렇게 집중되어져 있는 상황 속에서는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얼마나 세상이 다양화 됐나. 권력의 분산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참여 폭을 넓히는 다당제의 구조로 가는 정치체제가 필요하다.

이래서 헌법개정 운동을 국민동행에서 해보려 하는데 나는 이런 일에 몰두해 열심할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아무래도 종교인이기 때문에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 보다는 일단 남들이 못하는 쓴소리하고 그래서 또 악플 달리고 욕먹고 이게 내 역할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북한 다녀오면 다시 한 번 인터뷰해 달라.

■ 그러자.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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