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10일 오후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제6차 촛불대회가 열린 서울광장 말입니다. 왜 터질 것만 같았냐고요?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랜만에 서울광장에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했기 때문입니다. 주최측은 10만명이라 하고 경찰측은 1만6천명이라 하지만 누가 봐도 5만명은 족히 넘습니다. 참 많은 시민들이 나왔습니다. 광장 안에 자리를 잡으면 움직일 수가 없고, 이동은 아예 불가능했습니다. 유난히 덥다는 올 여름, 그것도 무더위가 한창인 이날, 이토록 많은 시민이 모인 것은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터질 듯한 광장은 시민이 5만명, 10만명 운집했다는 식의 수량적으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참여자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철저한 국정조사 요구, 민주주의 회복 열정은 8월 무더위를 삼킬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그 열기가 광장을 터지게끔 한 것입니다.

서울광장이 터질 것만 같았던 또 다른 이유는 정부당국이 제공했습니다. 시민들은 오후 9시가 넘도록 꾸역꾸역 서울광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경찰당국은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광장이 포화상태가 되자 뒤늦게 광장으로 통하는 주요 통로인 덕수궁 대한문 앞 횡단보도를 막은 것입니다.

당국이 초저녁부터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둘러싼 것은 당연지사죠. 문제는 시민들이 대거 와서 광장이 넘치면 벽을 쌓은 차량을 이동해 공간을 넓혀주거나 해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차량을 치울 생각은 안 하고 아예 시민들의 출입구를 차량으로 들이대 통행을 막은 것입니다.

결국 이날 서울광장의 광경은 이랬습니다. 무대를 바라보고 그 뒤쪽은 시민들로 이미 꽉 들어차 여지가 없었고 오른쪽 프라자호텔 쪽은 차선을 막아 시민들의 자리로 마련해 줬고, 뒤쪽 대한문 쪽은 횡단보도를 막아 시민들의 출입이 어려워졌고 그나마 왼쪽 지하철 5번 출입구 쪽만이 열려있어 광장의 숨통을 터주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엄청난 시민들의 수, 그 열기. 그런데 이를 당국이 차량으로 봉쇄했으니 그 열기가 어떻게 됐겠습니까? 찜통더위도 녹여버릴 정도로 시민들의 열기는 드높았습니다. 아마도 서울광장에 거대한 뚜껑이 있었다면 그대로 폭발해 날아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정권타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통령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밝히는 국정조사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그리고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나오게 하자는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게 기초적인 민주주의 회복에 맞춰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되찾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촛불시위는 이날까지 여섯 차례에 오기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른바 메이저 언론매체들은 아예 보도를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권력도 언론도 모르쇠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날 서울광장 시민들의 열기를 확인한 정부당국자라면 누구나 가슴을 쓰다듬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최근 역사는 자랑스러운 촛불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촛불은 민심의 다른 표현입니다. 10일 촛불이 모인 서울광장이 터질 뻔했습니다. 광장이 터지면 민심은 어디로 향할까요? 촛불시위가 정국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