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웅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소장)


MB 정부의 임기가 끝나가고 연말 대선으로 다시 정국이 뜨거워지는 요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포용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이들,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온 학자, 이를 실천해온 시민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한반도 평화포럼(공동이사장: 임동원, 백낙청)이 작심하고 다시 포용정책을 옹호하면서 MB 정부의 통일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잃어버린 5년, 다시 포용정책이다』(도서출판 삼인)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포용정책의 성격과 원리, 포용정책을 둘러싼 논쟁,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후퇴에 대한 고찰을 통해 포용정책을 알기 쉽게 정리한, 한 마디로 포용정책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서라 할 수 있다.

▲ 한반도평화포럼이 펴낸 『잃어버린 5년, 다시 포용정책이다』(도서출판 삼인) 표지. [사진제공 - 삼인]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포용정책이 무엇인지 20년간의 여정과 원리, 그리고 개념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있다.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선언’에서부터 2007년 참여정부의 ‘10.4선언’까지 포용정책의 과정과, 북한은 경계의 대상이자 공존과 상생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포용 없이는 통일 없다’고 확언하고 있다.

그리고 ‘과정으로서의 통일’, ‘점진적 변화론’, ‘사실상의 통일론’, ‘튼튼한 안보론’, ‘북핵해결-남북관계발전병행론’, ‘평화-경제 선순화론’, ‘민족자존론’ 이라는 포용정책의 일곱 가지 개념을 정리하면서 20년 추진으로 ‘남북연합’의 문턱까지 갔으나 지난 5년간의 대북정책으로 다시 후퇴하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을 피력하고 있다.

2부는 일반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포용정책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논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포용정책이 북한에 끌려다녔다는 주장,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주장, 북한에 퍼주기만 했다는 주장, 북한인권에 무심했다는 주장, 한미관계를 망치고 무엇보다도 북한핵 개발을 막지 못하여 실패한 정책이라는, 시중에 횡행하는 주장에 대해 여러 통계자료와 합리적 논거를 바탕으로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 반박을 하고 있다.

3부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 대북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잃어버린 5년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화관리자에서 분쟁당사자가 되었고, 북핵 ‘그랜드 바겐’이 그랜드하게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서해 바다를 오히려 잃어버려 고깃배가 부두에 묶여 있으며, 연평도 포격 사태를 볼 때 안보 무능을 보였다고 언술하고 있다. 돈봉투 내민 남북한 비밀접촉은 원칙도 자존심도 버린 것이며 이산가족 상봉은 5년간 단 2회에 불과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정책을 하면서 통일과 통일세 타령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공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4부에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G2시대가 도래했으며 한미동맹과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한반도가 동북아 허브 국가가 되기 위한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위한 능동적인 외교가 필요함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에서 나온 주장답게 시민참여의 확대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만든다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의 이러한 모든 주장들은 간결하면서도 쉬운 내용, 적절한 통계자료와 논리적 근거, 그리고 가슴에 와 닿는 삽화로 구성되어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읽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의 의도대로 시민교육용 자료로써 형식과 내용, 구성과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는 이 책을 위한 논의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아주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고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을 들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해 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문에서 말한 대로 ‘다시 포용정책이 필요한데 이 포용정책은 기존의 포용정책 그대로가 아닌, 기존 포용정책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 한 단계 진화한 포용정책이어야 할 것’이라 했는데 기존 포용정책의 부족했던 점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포용정책에서 비판받을 것은 내용적 측면이라기보다는 이를 시작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덜 정치적이었어야 하고, 국민과 반대편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많이 기울였어야 했다는 집행과정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편 진화한 포용정책의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아쉬움이다. 그렇지만 포용정책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이 난무한 현실을 고려할 때 그 자체로써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하기야 스스로 이 책은 진화한 포용정책의 모습을 내놓은 것은 아니라고 미리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발전된 포용정책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또한 충분히 공감이 간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게 했다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의 진리이다. 이 진리를 외면하고 MB 정부는 강풍 작전으로 형제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 하였는데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는커녕 통째로 중국으로 날려 보내고 말았다. 중국으로 날아가 버린 나그네를 다시 불러오려면 더 강한 햇볕으로 유인하는 도리밖에 없는 형국이 되었다. 바람을 세게 불었더니 그 바람이 역으로 다가와서 MB 정부의 옷을 벗기려 한다. 더 바람을 불게 하려니 이제 풍차를 돌릴 힘도 떨어져 가고, 형제 나그네는 핵과 미사일 개발로 불어오는 바람에 거세게 맞서고 있다. 누가 보아도 이제 강풍 작전은 실패한 것 같다.

혹자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본때를 확실히 보여주어 남한을 다시는 함부로 볼 수 없게 했다는, 보이지도 증명할 수도 없는 업적을 강조하기도 한다. 혹 정말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었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남북관계는 형편없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중국에 북한의 모든 이권이 다 넘어가고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해지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상대방이 충분히 증오할만한 대상이더라도 이 세상에서 증오와 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정책치고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없었다. 이는 하늘의 이치다.

포용정책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불만을 가진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이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이유로 혹 포용정책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할지라도 분명 생각의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 만큼 이 책은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끝으로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보다 진화된 포용정책, 그리고 그 정책의 시행을 빨리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뒤 곧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2013년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비전과 과제”를 다시 내어 놓았다.

이 문건의 4대 목표 10대 과제는 진화된 포용정책의 내용을 충분히 담고 있다 해도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제안들이 제대로 작동하여 하루빨리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을 청산하고 이 시대 우리 민족의 화두요 과제인 통일로 힘차게 매진하여 마침내 세계 속의 평화한국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