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전 공동대표와 28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조준호 진상조사위 1차 보고서에서 밝힌 ‘총체적 부실.부정’이 모두 사실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는 그동안 짊어져야 했던 ‘진실의 아픔’을 이제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합진보당 당대표 후보 강기갑 선거본부 박승흡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2차 진상조사특위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조준호 진상조사위’를 각별히 언급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5월 2일 비례경선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통합진보당의 내분사태가 본격화 됐고, 5월 12일 중앙위원회 단상점거와 폭력사태의 중심에도 조준호 공동대표가 있었다.

지난달 26일 2차 진상조사특위(위원장 김동한)의 보고서를 접한 조준호 전 대표는 과연 ‘진실의 아픔’을 이제 내려놓고 있을까?

지난달 28일 낮 서울 합정동 한 음식점에서 만난 조준호 전 대표는 왼쪽 목에 남은 디스크 수술자국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조준호 진상조사위’가 명예회복이 된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전체 구조 자체가 부실.부정이었고 그 다음에 거기에 자유로운 사람이 사실상 없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빠르게 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석기.김재연 의원 등의 자진사퇴를 주문했다.

이미 두 주 전에 민주노총으로 복귀해 지도위원을 맡고 있다는 조 전 대표를 만나 그간 궁금했던 점들을 들어 보았다. 점심을 겸한 인터뷰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누가 더 했고 덜 했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5월 12일 제1차 중앙위원회는 단상점거과 폭력사태로 마감됐고 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통일뉴스 : 2차 진상조사특위 보고서를 어떻게 봤나?

■ 조준호 전 공동대표 : 1차 진상조사 한 것에서 구체적인 부분들에 조금 더 접근해 들어갔고, 결과로는 크게 흐름상 차이가 없다고 본다.

1차 조사 결과에서는 ‘누가’, ‘어떤 부분에서’를 빼고 이러저러한 유형별로 이야기했고, 총제적인 부실.부정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것이 더 밝혀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의혹을 많이 불식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한계는 수사권이 없다든가 진행과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내용들을 접근할 수 없다든가 여러 가지 한계들이 있다. 하지만 조사한 내용으로 보더라도 충분히 그러한 정황과 또 확인된 부분들이 존재한다.

□ 2차 조사 결과에 대해서 총체적 부정.부실이 재확인됐기 때문에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포함한 비례경선 후보들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마치 구 당권파가 책임져야 된다는 듯이 분위기를 몰아왔는데 오히려 참여계 쪽이 심했더라. 온라인 투표의 경우 특별한 부정은 없었기 때문에 물러날 이유가 없다’라는 입장이다. 어떻게 보나?

■ 누가 더 했고 덜 했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우리가 시작할 때도 이것은 우리 당의 책임이었고 선관위의 책임이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선거 시스템 상 공정하게 선거를 진행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경쟁부문 비례대표에 출마하신 분들이 전부 같이 책임을 지자는 것이었다.

어떤 부분이 더한 후보만 책임지고 덜한 후보는 책임을 안 지고 이런 논리하고는 다른 것이다. 나는 그 결과를 빨리 수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전체 다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가?

■ 공동의 책임을 져야 되고, 그 책임에 있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책임지는 문제다. 좀 더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분들은 억울한 분들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 전체 구조 자체가 부실.부정이었고 그 다음에 거기에 자유로운 사람이 사실상 없다.

□ 일각에서는 김재연 의원은 청년비례로 온라인 투표로 당선됐기 때문에 다른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 김재연 후보 개인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맨 먼저 이 문제가 터진 건 청년비례부터 시작됐다. 청년비례에 있어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선거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안 돼 있다는 것은 다 공인돼 있었다.

그 다음에 청년비례 문제에서 발생한 문제가 똑같은 환경에 똑 같은 시스템으로 일반 경쟁비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시작된 부분은 제끼고 그 이후만 문제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명예회복이 된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 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조준호 진상조사위'가 명예회복됐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그동안 비판도 많이 받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2차 진상조사특위 결과를 받아 본 심경은?

■ 한쪽에서 1차 보고서가 ‘부실한 조작보고서’라고까지 문제를 제기했고, 그것으로 인해서 당내도 혼란하고 사회적으로도 물의가 이는 것을 바라보면서 굉장히 참담했다. 우리 당원들이나 국민들에게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는데 이번 결과를 보면서 큰 흐름에서 그런 의혹이 상당히 많이 불식됐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조준호 진상조사위’가 명예회복이 된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 2차 조사 결과 1차 조사와 일부 다르게 나온 것도 있는데.

■ 우리 1차 보고서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게 시간이나 여러 가지 여건이 미흡한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조사를 좀더 구체적으로 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우리는 준 바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그것들이 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이의가 없다.

□ 1차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 과정에서 조 위원장의 독단적 행보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많았다.

■ 독자적으로 한 바 없고 매번 대표단 회의를 거쳐 보고했다. 이정희 대표도 휴가기간에 비어 있다가 복귀한 뒤에는 계속 내가 보고했고, 공유가 다 돼 있는 상태였다.

공유가 돼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 논의했는데 ‘조사위원장이 알아서 하라’는 의결이 있었다. 그래서 발표했다. 마지막 발표하기 전에 대표단만 공유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전략위원회까지 공유를 다 했다.

□ 조사결과 발표 이후 반박 회견과 인터뷰도 논란이 됐었다.

■ 나는 보고서 책자를 바깥에 공개하는 것보다는 내부적으로 공유하자고 했는데 나머지 대표들이 공개하라고 요구를 했다. 그래서 공개를 한 거다. 그리고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뒤에 ‘부실하다. 구체적인 주체가 없다’ 이런 얘기가 계속되다가 급기야는 공청회를 열고 반박 자료집까지 나왔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조사위원회 회의를 통해서 ‘이것에 대해서는 대응해야 한다’라는 결정을 내려서 보완해서 발표했다.

그런데 보완발표 바로 뒤이어서 다시 반박 기자회견을 했고 그래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최초로, 일주일 정도 지난 이후에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것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빠르게 당을 정상화시켜야”

▲ 지난 5월 2일 진상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뒤 이틀 만에 소집된 제10차 전국운영위에서 조준호 당시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통합진보당의 당직선거가 진행 중 인터넷투표가 중단되고 재투표가 논의되고 있다.

■ 당이 계속 어려워지는 것 같다. 좀더 잘하려고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빠르게 기술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로 처리하고, 그 다음에 내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가 더 있다면 보완해서 빠르게 선거를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한쪽에서는 선거관리 부실을 책임지고 혁신비대위와 중앙선과위가 총사퇴하고, 투표관리업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는 다음 주부터 같은 업체의 투표관리시스템으로 재투표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이후 무기 연기됐음)

■ 총사퇴는 대단히 정치적인 요구이고 지금상황에서 요구하는 것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기술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로 처리해야 하고, 당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 선관위가 책임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

■ 선관위는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이 있다. 전국운영위가 열린다고 하니까 거기서 결정될 것으로 안다. 지금 선관위가 물러나야 할만한 책임인지는 모르겠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 평가해서 선관위가 그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벌을 받아야 될 상황이라고 본다.

□ 오늘 오전 11시부터 전국운영위가 진행되고 있다. 혁신비대위가 주장하는 대로 다음주 월~토 재투표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상황에서, 만약 ‘구 당권파’가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 그렇게 거듭해서 당의 공식기구, 당의 공식적 절차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들을 수용하지 않으면 당은 공당으로서 대단히 혼란으로 빠지게 된다. 나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정말 대승적 차원에서 빠르게 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보는 공당에 대한 시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진보가 정말 진보답게 새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 민족문제, “나도 동의할 수 없다”

□ 통합진보당의 ‘새로나기 특위’ 보고서에서 민족문제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 나도 깜짝 놀라 확인을 해보니까 공식적으로 어디에서도 채택된 바가 없는, 그 특위 자체에서 그냥 문제제기 차원에서 던진 것이라고 확인됐다. 그것이 우리 당으로서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문제를 좀더 심도있게 공식적인 논의절차 속에서 논의하고 채택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로나기 특위에서 문제제기했던 것들은 우리 진보진영에서 지금 확보한 것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 존재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진보정당이 통일문제에서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는 것은 6.15 10.4선언의 큰 흐름에 토대해서 북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남과 북이 통일로 지향하는 데 있어서의 여러 가지 현상적인 것보다도 큰 내용에 있어서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의 관점에서 고민을 해야 할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새로나기 특위가 주장한 것은 과가 크다. 많은 오해를 살 수 있는 주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동의할 수 없고 강기갑 비대위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노동의제, 노동정치 정립에 교두보 만들겠다”

▲ 조준호 공동대표가 지난 2월 23일 대표직 수락 기자회견 후 이정희.유시민 공동대표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5.12 중앙위원회의 단상점거 사태이후 어떻게 지냈나?

■ 목 디스크 수술을 했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마지막 치료를 받는 기간이다.

□ 목 디스크 수술은 단상점거 당시 폭력에 의한 것이었나, 아니면 원래 목이 안 좋았나?

■ 나는 정확하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병원에서 이야기는 본래 목 디스크가 좀 있었다고 하고, 그게 충격을 받으면서 내부의 수액이 터져서 수술을 받았다.

□ 당 공동대표를 물러났는데, 현재는 어떤 직책을 맡고 있나?

■ 당직을 그만 뒀기 때문에 2주 전에 민주노총으로 복귀해 현재는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맡고 있다.

□ 향후 통합진보당과의 관계 속에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아직은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한 고민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민주노총에서 당의 공동대표로 가면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도 대중적 정당을 통해서 하는 정치에 대해서 좀더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다음에 노동의제, 노동정치라는 것들이 정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했다. 민주노총도 거기에 많은 역량을 투여하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다면 그런 일들의 교두보를 만든다든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 현재 통합진보당이 어떻게 나아갔으면 좋겠다거나 이런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제3당으로서의 지위, 이런 지위는 일반 국민들한테 상식적이고 투명함을 요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적 관성에 의한 방식의 정당, 이런 것들은 불철저한 면들이 사실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러 가지 어려움이나 아픔은 있었지만 이걸 계기로 우리가 운동권적 정당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정말 국민정당, 서민정당, 대중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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