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12돌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도 남북 공동행사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해인 2008년에만 금강산에서 남북해외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6.15 8돌 기념 민족통일대회’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2008년 6.15행사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운동’에 대한 신(新)성장 동력에 따라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연장선에서 취해진 것일 뿐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6.15행사가 제대로 남북 공동으로 치러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남측에서는 정부 차원의 행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민간 차원만이 분산 개최로 명맥을 유지했을 따름이다. 올해의 경우 정부는 14일 김대중평화센터 등이 주관한 ‘6.15남북공동선언 12주년 기념식’에 통일부 차관을 보내 생색을 냈으나, 15일 6.15남측위원회가 주최한 기념식에는 주요 간부가 참석하지 않았다.

결국 올해도 6.15행사는 남북해외 각 지역별에서 분산 개최됐다. 남측 정부가 애초의 ‘금강산 민족공동행사’ 개최 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일부가 6.15남측위원회 소속 부문과 지역본부들이 6.15공동선언 12주년을 맞아 북측 파트너에게 보내는 연대사마저 전달을 불허한 일이 발생했다. 지금 상황에서 연대사란 일종의 안부 인사를 묻는 것이다. 남북 민간은 최근 만나기는커녕 연락도 제대로 못하면서 안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럴 때 남북의 통일 관계자들이 6.15라는 민족적 생일을 맞아 안부 인사를 나누는 것마저 남측 당국이 막는다니, 이런 행패가 어디 있겠는가? 14일 ‘6.15남북공동선언 12주년 기념식’에서 이희호 여사는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다”면서 “그 이유는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계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잃어버린 5년’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래서 ‘잃어버린 5년’의 막장은 스산하다. 올해 들어 6.15가 실종되면서 대신 그 자리에 ‘종북(從北)’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남측에서 부는 ‘종북세력 척결’ 광풍이 그것이다. 원래 6.15정신과 색깔론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6.15정신은 ‘민족화해’와 ‘민족공조’다. ‘민족화해’가 색깔론의 극치인 ‘종북주의’와 마주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오죽했으면 15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주최로 열린 ‘6.15공동선언발표 12주년 기념식 및 색깔론 극복과 남북평화를 위한 각계 시국회의’에서도 ‘색깔론’ 성토가 이어졌을까? 이날 발언자들은 물론 참가자들은 6.15남측위 결의문에서 “정부는 남북간 군사대결도 모자라, 최근에는 종북 색깔론의 광풍으로 이 땅을 다시 냉전과 파시즘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등 새누리당 주요 대선주자들이 이러한 시대착오적 색깔공세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해, 정치권의 색깔논쟁에 분노를 드러냈다.

올해 6.15선언 12돌을 보내면서 드는 씁쓸함은 단순히 6.15행사를 남북이 공동으로 성대히 치르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5년차를 맞이하면서 이 정도는 이골이 날 때로 났기 때문에 안타깝지도 서운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반통일 세력들이 ‘6.15’를 밀쳐내고는 그 자리에 ‘종북’이라는 괴물을 억지로 앉히려는 황망함과 역겨움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 시기 6.15선언의 정신과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니다. 남측의 경우, 6.15선언 12돌을 맞아 민간단체들이 지역에서 각가지 의미 있는 행사들을 진행했다. 이른바 ‘풀뿌리 통일운동’이다. 북측도 <노동신문> 15일자 사설에서 6.15공동선언이 ‘민족공동의 통일강령’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통일지향 세력들이 6.15선언의 기치를 붙잡고 있는 한 그 생명력은 지속되고 생활력은 퍼져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종북론’ 등 색깔론은 6.15선언이라는 햇볕이 비치면 자연히 고사(枯死)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6.15선언을 변함없이 고수 이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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