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국가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자행됐다. 그것도 법치국가를 수호해야 할 검찰 스스로의 손으로. 검찰은 21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통합진보당 당사에 난입해 강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관련업체에서 당원명부가 포함된 서버를 물리력을 동원해 압수해갔다. 한 마디로 검찰이 정당을 침탈한 사실상 헌법을 유린한 폭거를 저지른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문제삼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은 기존 정당들이 지도부의 내부 결정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해오던 한계를 뛰어넘어 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민주주의의 일대 진전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잡음에 불과한 사안이다. 박수는 쳐주지 못할망정 내부 문제가 발생한 것을 빌미로 검찰이 무슨 큰 범죄 혐의라도 있는 듯이 대대적인 강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한 자도 틀림없는 ‘권력시녀의 정치탄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통합진보당이 당내분에 대해 사과하고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진상 재조사와 경쟁명부 비례대표 일괄사퇴 등의 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검찰이 일개 보수단체의 고발에 기다렸다는 듯이 원내 제3 정당을 겁 없이 침탈한 것은 정치적 의도를 빼놓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다가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격돌이 예상되는 마당에 야권 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을 검찰이 무리하게 짓밟는 짓은 야권을 분열, 약화시키려는 여권 편들기가 명백하다.

검찰은 경찰을 동원해 강제로 통합진보당의 당원명부가 보관돼 있는 서버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해 격리했고, 박원석 당선인을 경찰서로 연행하기까지 했다. 강제압수를 막아 나선 당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연행하기도 했다. 과거 재야운동권을 ‘빨갱이’로 매도하며 폭력적 탄압을 가하던 검찰과 경찰의 모습 그대로를 오늘 제3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대로 목도하게 된 것이다.

독재정치 하에서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권력의 시녀 노릇을 앞장서 수행해온 것은 천하가 아는 역사적 진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해주고 정치검찰의 멍에를 풀어주기 위해 검찰권력을 내놓는 희생까지 기꺼이 감수했지만 결국 이명박 정권 하에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모는데 앞장섰다. 이같은 비열한 검찰의 역사가 오늘 다시 한 번 통합진보당 침탈이라는 역사적 오점으로 이어진데 대해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검찰청장은 강제 압수수수색에 항의하러 찾아간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과 당선인들을 만날 의사조차 없다고 짓뭉갰으며, 법무부장관 역시 청사로비에서 농성까지 벌이며 면담을 요청한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끝내 외면했다. 제3 정당의 대표를 만나지 않고 그냥 되돌려 보내는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국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 것인지를 그들은 생각이나 해보는지 궁금하다.

여기에 대검 공안부장은 한술 더 떠서 22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뿐 아니라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방침”이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행된 폭력행위와 공권력 유린행위에 대해서는 가담자를 끝까지 색출해 엄단하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다. 검찰 수뇌부가 작금의 사태에 대해 오독, 오판하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 셈이다.

개버릇 남 못준다는 옛말처럼 검찰의 권력시녀 노릇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스폰서 검찰’, ‘떡검’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정화가 절실한 판에 정치권을 탐욕스런 눈으로 기웃거리는 정치검찰을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잘못된 통합진보당 강제 압수수색을 원상 복구시키고 국민과 통합진보당에게 사죄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은 통합진보당에 맡기고 검찰은 권력의 시녀 노릇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정치검찰, 스폰서 검찰, 떡검이라는 불명예스런 딱지들을 떼어내기 위한 스스로의 혁신에 진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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