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성 발사가 실패했다. 북한은 13일 오후 12시경 발표를 통해 “조선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가 4월 13일 오전 7시 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되었다”면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가 궤도진입에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을 비롯한 한국과 일본도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로써 거의 한 달간 논란을 일으켰던 북한의 ‘광명성 3호’는 ‘위성은 발사됐으나 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북한은 이번 위성 발사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에 즈음해 ‘강성국가 진입’을 알리는 축포로 활용하고자 했다. 아울러 북한은 이러한 분위기를 계기로 최근 노동당 체계를 손질하고 김정은 ‘제1비서’를 추대함으로서 ‘김정은 시대’를 화려하게 열고자 했다. 그러나 위성 발사에 실패함으로써 다소 머쓱해졌다. ‘위성 발사’라는 과학적 영역과 ‘태양절 축제’라는 정치적 영역이 결합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북한의 위성 발사 실패를 두고 남측의 일각에서 북한을 폄훼하는 수준이 도를 넘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광명성 3호’ 제작 및 발사장 건립 등을 위해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투입됐다”, “그 돈이면 북한 6년치 식량부족분을 허공에 날렸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국가의 ‘위신’을 드러낼 수가 없게 됐다”, “강성대국 ‘헛꿈’만 꿨다”는 언사 등이 그렇다. 가히 하이에나 수준이다. 만약 북한이 위성 발사에 성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류의 비아냥이 나왔을 것은 불문가지다. 물론 북한이 주장해 왔듯이 겹경사인 최대 명절에 축포를 쏘아 올리려 했다가 실패했기에 스타일을 구긴 면은 있다. 그러나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듯이 우주개발에 있어서도 위성 발사의 실패는 흔한 일이다. 게다가 선진국들도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성공률이 30%도 안 될 정도로 실패율이 높다고 한다. 남측의 경우도 지난 2009년 8월 비록 러시아제이긴 하지만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우주를 향해 발사됐으나 궤도에 진입되지 못했다.

나아가, 일각에서 북측이 위성 발사 실패를 발표한 것과 관련 ‘이례적인 시인’이라는 폄하도 있다. 이는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 발사와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 발사 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은 두 차례 모두 성공했다고 단언했는데 미국 등은 실패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시인’이란 북한이 당시 실패했는데도 성공했다고 우겼는데, 이번에는 의외로 실패를 자인했다는 우회적인 비꼼이다. 외부세계는 북한이 성공을 성공이라 해도 믿지를 않고 실패를 실패라고 해도 비꼬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지난 광명성 1, 2호 때와 달리 실패임이 명쾌히 밝혀졌다. 문제는 한·미·일이 북한 위성 발사의 성패에 관계없이 대북 제재에 들어갈 요량이라는 것이다. 한·미·일은 북한의 위성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이며, 특히 미국은 ‘2.29합의’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한·미·일은 이 문제를 유엔에 가져가 새로운 대북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니 결의니 하는 방안이 나오지만 모두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핵심은 미국 등의 대북 제재에 관계없이 북한은 위성 발사를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성이 기상예보 등의 목적에 사용돼 농업생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이 멈출 리가 없다. 남한의 경우도 새로운 ‘나로호’ 발사를 준비 중이지 않은가? 물론 이번에 성공을 했더라도 북한은 향상된 위성을 계속 발사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위성 발사를 할 때마다 북한과 한·미·일 등이 매번 갈등국면에 들어간다면 평화에 대한 기회비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은 이번 위성 발사 모든 과정에서 외부 세계에 투명성을 최대한 보장했다. 그리고 위성 발사는 일단락이 됐다. 이제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무엇보다 남측이 북측에 강경하게 나갈 게 아니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북·미는 2.29합의 정신을 살려 그 이행에 나서야 한다. 한·미·일이 대북 제재에 나서면 ‘말이 씨가 된다’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북한의 ‘위성 발사’가 한반도와 동북아 안전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한·미·일의 대북 제재가 한반도 정세를 긴장국면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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