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 실현! 릴레이 공동행동’이라는 명칭으로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9일까지 거리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통일원로들의 농성은 지난 주로 마감되었으나 그 현장을 함께 공감하고자 늦게나마 글을 싣습니다. / 통신원 주

농성 아흐레째, 꽃샘추위가 기승 부린 날

▲ 농성 아흐레째  날에는 전국여성연대가 ‘한미합동 전쟁연습 중단 촉구 여성기자회견’을 개최해 농성을 대체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중단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거리 농성을 시작한지 아흐레째 되는 3월 6일은 강풍을 동반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통일원로 선생들은 기어이 농성을 하려했지만 젊은 일꾼들도 견디기 어려운 날씨다.

사월혁명회 정동익 회장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농성에 함께하기 위해 이른 걸음을 했지만 이대로 감행했다간 다음 농성이 어려워질 지경이다.

마침 전국여성연대가 ‘한미합동 전쟁연습 중단 촉구 여성기자회견’을 개최해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것으로 농성을 대체키로 했다.

전국여성연대는 지난 ‘2월 29일 북이 우라늄농축활동 중단 등을 하고 미국은 24만톤 영양지원을 하는 합의를 함으로써 대화의 물꼬를 텄음에도 동시에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 한미 당국을 규탄’하였고 또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안보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쟁연습을 3월에 집중한 의도가 우려된다고 했다.

나아가 ‘여성들은 전쟁연습이 민족을 공멸로 이끌고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짓밟을 수 있’고 무엇보다 ‘미국과 이명박 정부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에 성실하게 임해야’한다고 촉구하며 ‘평화를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연습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통일원로 선생들은 3.8여성절을 앞둔 시점에 전국여성연대가 전쟁반대, 평화수호의 목소리를 낸 것에 큰 의미를 두며 ‘전쟁연습중단’의 구호를 더욱 절절하게 외쳤다.

농성 여드레째,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겠다고?

▲ 농성 여드레째 날에도 꽃샘추위가 계속되었으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세찬 바람 속에서 농성장을 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농성 여드레째인 3월 7일도 꽃샘추위가 계속되었으나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아 세찬 바람 속에서 농성장을 폈다.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겠다는 소식에 오전부터 진보, 사회단체들이 규탄기자회견을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농성단도 전쟁연습 중단과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구럼비 바위 폭파를 규탄했다. 아름다운 제주 강정마을을 다녀간 적이 있는 시민들이 박수를 치며 지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며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남기고픈 마음을 담아 따뜻한 음료를 전해주는 시민들이 유난히 많은 날이었다. 심지어 음료의 개수가 부족한 것 같다며 더 사오는 시민도 있었다.

농성 8일째엔 언제나 앞장서는 통일광장, 민자통, 범민련 남측본부 고문 선생들이 참석했으며 특히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사회진보연대, 재능교육 해고노동자가 함께 했고 전국학생행진 회원인 대학생은 비어있는 수업시간을 이용해 농성장을 찾았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폭파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고 유가협 배은심 회장과 회원들,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이 농성에 결합했다.

재능교육 해고노동자의 거리 연설

▲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는 거리 연설과 동시에 ‘전쟁연습 즉각 중단’ 일인시위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는 거리 연설과 동시에 ‘전쟁연습 즉각 중단’ 일인시위를 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이 선거준비로 바쁘지만 진보정당이 선거운동만 열심히 한다고 그 결과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며 “노동자 민중의 뜻을 받아 길거리 투쟁을 할 때 그 결과도 좋았”던 경험을 돌아보며 “냉전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청와대에 앉아서 한반도 평화는 뒷전, 미국과 손잡고 전쟁연습이나 하는 대통령이 시급히 그 자리에서 내려가는 길이 한반도 평화실현이고 노동자 농민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여러분, 우리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사느라 바쁘고 수고스럽겠지만 전쟁이 나면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무너집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중동의 수많은 민중과 어린이들이 쓰러져가는 걸 언론을 통해 목격했습니다.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남의 나라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의 모습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며 그러한 “불행을 막기 위해,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해,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위해” 그리고 “냉전과 분단을 끝장내 노동자 민중의 평화로운 사람과 건강과 안녕을 보장하는 지름길”에 시민들이 함께 해주기를 호소했다.

수업이 잠시 비어있는 시간에 농성장을 찾은 전국학생행진 소속 대학생은 “고등학생 때는 ‘요새 세상에 무슨 전쟁이냐’ 관심도 없었는데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니 미국 중심의 경제에 따르는 것이나 전쟁연습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나 모두 민중들의 삶을 억압하는 것이라 깨닫게 돼 절망감”이 들었으나 이 땅 민중의 삶에 억압이 없고 평화로울 수 있게 공부를 열심히, 제대로 해야겠다고 했다.

이천재 고문의 거리 강연

▲ 범민련 남측본부 이천재 고문은 마이크를 잡고 거리 강연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범민련 남측본부 이천재 고문은 마이크를 잡고 거리 강연을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최고의 가치는 평화입니다. 우리는 1950년대에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경험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양심을 가지고 전쟁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전쟁이야 말로 지상 최고로 부끄러운 전쟁이고, 비극적인 전쟁이고, 전쟁과 상관없는 난민이 폭격으로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을 당한 게 1950년 전쟁이었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1950년 전쟁은 폭력이고 학살이고 고문이고 강간이고 굶어죽고 얼어 죽게 했던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실패한 사람들의 최후의 전술입니다.

정치적으로 실패한 미군정과 이승만이 출구를 전쟁에서 찾았고 분단을 이용해 강제로 집권한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그리 어수룩하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보십시오. 아프가니스탄 민중들이 그렇게 많이 죽고, 그렇게 참혹하게 죽어나갔습니다. 이는 아프가니스탄 인류의 악마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미제국주의의 침략 때문에 그런 사태가 생긴 겁니다. 누구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최고의 선이요 진리라 합니다만 세계 어디에서건 미국이 가면 파괴와 폭력과 전쟁이 일어나는 엄중한 진실을 봐야합니다.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동족을 겨냥한 전쟁연습이나 하는 정권은 욕을 먹어 마땅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평화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이들에게 정권을 넘겨줘서는 안 됩니다. 미국이 하자는 대로 전쟁을 벌이면 1950년 전쟁의 열배 백배의 비극을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해야합니다. 미군 해군기지를 반대해야한다. 미국을 반대하는 것은 원초적 양심의 표현이요, 애국심의 표현이요, 민주주의의 표현입니다. 독재정권을 뒤에서 받쳐주는 것도 미국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쪽을 지지해야 반미가 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농성장 앞을 아주 잠깐 지나는 이들의 가슴에 조금이나마 공감의 울림이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령의 통일운동가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 고령의 통일운동가들은 농성 마지막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전쟁연습 중단'을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이제 농성 막바지다.

한미FTA가 3월 15일부터 발효를 앞두고 있으며, 구럼비 바위 폭파로 미군 해군기지 공사가 더욱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키리졸브 훈련은 농성 마지막 날인 9일까지 진행되지만 남아있는 독수리연습, 상륙훈련 등 막을 수만 있다면 모든 수단을 다해 막아내자는 각오로 꽃샘추위에서도 전쟁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실현 농성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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