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원로들이 미대사관 앞에서 '전쟁연습 중단' 농성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 발걸음도 사뿐한 봄이 성큼 다가왔다.

몇 차례의 꽃샘추위만 견뎌내면 언 땅도 녹고, 눈 깜짝할 사이 주위는 신록으로 눈부실 것이다. 바야흐로 꽃망울을 터트리기 직전 물이 잔뜩 오른 시절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의 봄은 손꼽아 기다린다고 거저 오지 않음을 착잡하게 깨닫는 요즘이다.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발전을 시샘하는 미국과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라는 '가카'가 몰고 온 전쟁의 먹장구름이 이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두텁게 깔려있다. 역시 '가카'는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

오는 2월 27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 전쟁연습이 우리 땅 전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각계인사들이 '전쟁연습 중단, 한반도 평화실현'의 목소리를 모아냈다. 규모나 양상이 너무나 공격적이어서 연례적 방어연습이라는 한미연합사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비난하였다.

그리고 23일부터 미대사관에 인접한 교보문고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을 위한 실천을 시작하였다.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면 남아있는 모든 근력을 다해 나서는 통일원로들이 아직은 냉기가 다 가시지 않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외쳤다. "한반도 평화 가로막는 전쟁연습 중단하라!"

농성을 진행하며 참 많이도 다른 두 어른들을 보게 된다. "전쟁이 나야한다"는 과격한 어른들, "분단을 후대에게 물려준 것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어른들. 제법 일찍 한글을 익힌 냥 "전.쟁.연.습.중.단?"을 또박또박 읽는 아이의 팔을 가로채듯 당기며 갈 길을 재촉하는 젊은 엄마가 있는 한 편, 농성단 한켠에 전시된 홍보물들을 유심히 보는 엄마와 유인물로 종이접기를 시작한 아이.

후대에게 분단을 물려주고도 전쟁이 나봐야 정신 차린다고 핏대를 세우는 시민에게 끈질기게 유인물을 건네는 통일단체 젊은 활동가는 애절하게 말하기도 한다. "전쟁을 겪어보셨으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나요?"라고.

 

▲ 농성은 매일(주말 제외)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교보문고 앞에서 진행된다. [사진-통일뉴스 강인옥 통신원]

분주하게 오가는 시민들을 향해 연설을 하기도 한다.

"시민여러분,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은 일본침략자에 맞서 민중들과 함께 힘을 모아 물리쳤습니다. 그런데 도둑적으로 완벽한 가카는 약탈적으로 완벽한 미국에 붙어서 오히려 전쟁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을 항상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22일 진행한 각계 선언에서는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돈도, 희생도 치르지 않고 가능한데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침략패권에 젖은 사대매국 정권이기 때문에 경제적, 인적 피해가 막심한 전쟁으로 해결하려한다'고 강하게 비난하였다. 전쟁연습은 상대를 자극하고 오히려 위기를 초래하게 됨을 누차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전쟁의 근원을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전례 없이 대규모의 해병대 상륙훈련인 '쌍룡훈련'까지 실시한다고 전해져 촌스러운 북풍몰이가 재연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한반도의 봄을 준비하는 이들은 다가오는 총선을 통해 평화의 꽃망울을 터트릴 단단한 각오를 한다. 긴장은 곧 경직이다. 우리 몸도 그렇고 정세도 그러하다. 위기와 불안으로 딱딱하게 굳은 한반도의 근육통을 풀기위해 미약하게나마 첫 농성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농성을 비롯하여 매일 저녁 7시부터 광화문 KT 앞 촛불문화제, 1인 시위, 온라인 실천 등을 전개하며 전쟁연습을 중단시키고 선거에서 평화애호세력 당선시킴으로써 전쟁과 긴장의 기운을 거두어 갈 것이다.

농성은 매일(주말 제외)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교보문고 앞에서 진행되며 전쟁연습을 반대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각계의 적극적인 참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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