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어떤 식으로 추진되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는 정상회담이 하고 싶어서 이 사람이 와서 사진 찍어달라면 찍어주고, 저 사람이 사진 찍어달라면 찍어줬다. 이화영 의원이나 이런 사람들 북한에 갈 때 대통령 측근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야 하니 사진이라도 가지고 가서 관계를 설명하는 데 써먹으라고 찍어준 것이다.” 그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박선원!” 하고 불렀다. 1,0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연설 도중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른 것이다. “네!” 하고 벌떡 일어났다.
“박 비서관은 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놓을 거지?” 그러셨다.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드렸다. (255쪽)

▲ 박선원의 『노무현과 함께 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 -하드파워를 키워라』(열음사) 표지. [사진제공 - 열음출판사]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맡아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박선원 박사가 당시 경험을 담아 『노무현과 함께 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 -하드파워를 키워라』를 펴냈다.

박선원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어렵고 복잡했던 안보 현안과 참여정부의 꿈과 비전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진보를 추구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왜 국방을 중시했는지, 왜 하드파워를 중시했는지 그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참여정부는 초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들에게조차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을 내세운 미국 부시 행정부의 압력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고, 협력하되 그 모든 것은 노무현의 비전실현이라는 설계도 안에서 한미관계를 재구성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강조했고 국방력을 강화시켜 2012년 4월 17일까지 작전통제권을 가져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보통의 국가처럼 스스로 꿈을 꾸고, 스스로 장래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노무현 안보철학의 핵심인 셈이다.

이 책에는 2007년 제2차 정상회담에 관한 비화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와 아프간 인질사건이 정상회담 추진과정에 어떻게 얽혀있었는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측 입장은 무엇이었는지 그간 궁금했던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물론 공직 활동에서 체득한 모든 정보를 다 풀어놓을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10.4선언이 나오게 된 과정과 맥락의 대략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남북 정상회담 외에도 참여정부 시기 초기 북핵외교는 물론 주한미군 감축과 이라크 파병 등 참여정부 시기 각종 외교안보통일 현안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엇보다도 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한미동맹관이나 동북아균형자론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 등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저자의 책이 다가오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나와, 선거 시기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 외교안보통일분야가 정책 경쟁의 한 분야로 자리잡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무현과 함께 한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 -하드파워를 키워라』는 열음사에서 발간했으며, 264쪽에 정가 13,800원이다. 출판기념회는 10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CCMM) 빌딩 1층 코스모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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