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가 창간 11돌을 맞이합니다. 남북관계가 사실상 중단된 지금 통일뉴스는 새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금언이 있습니다. 과거에 미래의 귀감이 있기 마련입니다. 1960년 4.19혁명이 열어준 공간에 <민족일보>가 있었습니다. 그 민족일보를 통해 통일뉴스의 미래를 엿보고자 합니다.

민족일보(民族日報)는 제호 그대로 민족언론을 지향했습니다. 그런데 4.19혁명을 짓밟고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반민족 정권이었습니다. 이 반민족 정권이 민족언론을 탄압했습니다. 올해가 바로 민족일보가 강제폐간을 당하고 조용수 발행인이 법살(法殺)된지 5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어느 학자의 지적대로 이른바 ‘민족일보 사건’은 한국언론사 가운데 가장 가혹한 언론 통제 사례입니다. 이 나라 언론사에서 많은 언론인이 필화(筆禍)를 겪었지만 신문이 폐간되고 그 신문의 발행인이 처형당한 예는 민족일보 사건뿐입니다.

다소 시간은 걸렸지만 이는 곧 잘못된 일임이 밝혀졌습니다.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수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관심에 힘입어 민족일보 사건은 그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6년 11월 재심 권고를 결정했으며, 드디어 사법부는 2008년 1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를 두고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통일뉴스는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해인 2000년에 창간되었습니다. 통일뉴스가 오늘 50년 전의 민족일보를 꺼내는 일은 명확합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과거를 잊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이 시대에 민족일보의 가치를 되살리자는 것입니다.

통일뉴스는 4년 전인 2007년에 ‘민족일보의 얼을 이어받겠다’고 내외에 천명한 바가 있습니다. 민족일보의 얼이란 민족일보의 정신과 가치이고, 그 정신과 가치는 다름 아닌 민족일보의 사시(社是)에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민족일보의 저 유명한 ‘민족의 진로를 가리키는 신문, 부정과 부패를 고발하는 신문, 근로대중의 권익을 옹호하는 신문, 양단된 조국의 통일을 절규하는 신문’이라는 4대 사시 말입니다.

무릇 민족언론이란 민족의 이익을 지키고 옹호하는 언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우리 민족의 이익이란 남과 북의 이익이며, 남과 북의 이익이 만나는 최대치는 곧 통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 민족언론이란 민족과 통일에 반대하는 세력과 맞서 민족의 통일을 이룩하는 일에 복무하는 언론이어야 합니다.

4.19혁명 시기에 민족일보가 있었다면 6.15선언 시대에는 통일뉴스가 있습니다. 50년이 지났건만 양사(兩社) 사이에는 시(時)와 공(空)을 뛰어넘는 공통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날 민족언론의 발전을 위해 민족일보의 사시를 되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시기 민족일보의 가치에 대해 천착해보는 것도 퍽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마침 통일뉴스가 3일 ‘민족일보 조용수 50주기 기념 학술토론회’를 개최해 민족언론의 의미와 현재적 과제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통일뉴스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민족일보의 가치와 동행(同行)해 민족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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