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 반을 넘기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정치,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통일 분야 등 모든 면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도 않고 게다가 되는 일도 없다. 국내외적으로 신용을 잃다보니 대통령이 안팎으로 곱사등이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총체적 파탄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오죽하면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빈정거림마저 나오겠는가? 문제는 이 같은 현상으로부터 벗어날 탈출의 문은 보이지 않은 채 날로 달로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2지방선거와 올해 4.27재보선에서도 확인되듯 광범한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그간 줄곧 40%대 중반이던 것이 최근에는 2-30%대로 뚝 떨어진 게 확인된다. 체감 여론은 10%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에서조차 이 대통령에 대한 반발기류가 노골화되고 있다. 정부부처끼리는 서로 손이 안 맞고 공무원은 복지부동에 들어서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한 레임덕이 일고 있다. 역대에 이렇게 빠른 민심이반과 레임덕도 처음이다.

국제관계의 경우, 한미동맹에만 올인한 탓에 한중관계 등에서 그 후유증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중국의 영향권에 더 크게 속해 있는 게 현실이다. 한치 앞을 못 본 외교다. 게다가 남측이 외골수로 미국에 빠질수록 북측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민족적 정서를 무시한 처사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미 간에 대북정책을 놓고 미묘한 차이가 나고 있다. 남측은 미국더러 북측과 대화는 물론 인도적 지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미국 측에서 향북(向北)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이 정부가 1년 반이나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국내에서는 외면 받고 국제적으로는 고립을 당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대북정책의 실패에 기인하면 면이 크다. 알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대북정책으로 ‘비핵 개방 3000’을 내걸어 북측과 갈등을 초래했다. 남북갈등은 국내사회 전반과 국제관계에서도 대립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러한 갈등은 매년 계단식으로 상승되다가 지난해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까지 겪었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매년 최악의 상태를 갱신했다. 역설적으로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 지탱의 마지막 보루였는데 이마저 막장에 다다른 것이다.

여기서 남북관계가 마지막 보루라는 의미는 그간 이명박 정부가 단 한 번도 남북대화나 교류를 한 적이 없기에 언제든 남북대화를 계기로 국민적 지지와 국제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반전의 카드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북측이 ‘이명박 정부와의 상종 불가’ 선언을 했고 또한 남북 비밀접촉을 공개했는데도 아직 남북대화를 지필 불씨가 남아있을까? 물론 있다.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이니까 가능하다. 마침 6.15공동선언 11돌을 맞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6.15선언 지지와 이행의 표시를 하면 남북관계는 11년 전 6.15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6.15선언의 참된 의미는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 6.15선언 정신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갇힌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탈출구는 그래도 남북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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