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민 기자의 『행복한 통일 이야기』(도서출판 자리) 표지. [사진제공 - 도서출판 자리]
통일은 우리민족 누구나 바라는 지향일 수 있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 통일이란 ‘필수’ 사항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같은 무의식의 저변에는 무엇보다 이해하기 힘든 ‘북한의 실상’이 자리잡고 있다.

매일 언론을 통해 접하는 북한의 모습은 함께 통일을 이루어가고 싶은 우리와는 ‘다른’ 반쪽이 아니라 ‘잘못된’ 또는 ‘틀린’ 타인에 가깝다. 그러나 막상 우리와는 ‘다른’ 반쪽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기란 간단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북한을 자유로이 가서 볼 수 없는데다, 북한의 방송이나 신문도 볼 수 없다는 일차적 제약이 가로놓여 있다. 그나마 이전 정부에서 제한적으로라도 이루어지던 금강산관광이나 민간교류마저 현 정부 들어 끊기면서 북한은 이제 더욱 먼 존재로 남아 있다.

지난 10년간 월간 <민족21>의 기자로 북한을 20여 차례 다녀왔고 수많은 강연 경험을 가진 안영민 기자의 신간 『행복한 통일 이야기』는 이처럼 접하기 힘든 북한의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직접 북한을 취재하며 눈으로 보고, 북한 인사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에 토대했다는 점에서 요즘 이른바 ‘대북 매체’들이 쏟아내는 ‘반북 기사’들을 통해 접하는 북한의 실상과는 그 질이 확연히 다르다.

“고난의 행군 시절 우리는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인민들의 결속과 단결을 강하게 이끌어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민들 내부에서 극히 일부이지만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튕겨져 나간 사람도 없지 않습니다. 손 안에서 흙을 꽉 쥐게 되면 손가락 사이로 일부가 빠져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면이 불가피했다고 봅니다.”

저자가 방북 취재 중 만난 북측 ‘안내 선생’이 ‘탈북자’에 관해 묻자 답한 내용이다. 또한 이 안내원은 “조국을 떠난 이들이 돌아오면 과거를 묻지 말고 적극 포용하라는 방침을 내렸다”는 설명도 들려줬다고 전한다.

이처럼 이 책은 북한의 실상과 관련해 누구나 궁금해 할 문제들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저자는 전국 각지의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한 강연 경험을 통해 가장 적절하고 정제된 사례들을 풍부하게 선보이고 있다.

“북에서는 나라에서 노동자들에게 집을 공짜로 나눠준다는데 사실입니까?”
“나라에서 주택을 배정해주기는 하지만 공짜는 아닙니다. 사용료를 내야합니다.”
“그게 얼마나 되는데요?”
“방이 몇 칸짜리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월급의 2-3% 정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사회의 작동 메카니즘을 북한 내부의 시각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솜씨는 기존 북한학자들의 ‘내재적 접근법’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자가 캄캄한 밤 평양 보통강변 산책길에서 대여섯 명의 건장한 남자들과 함께 마주친 젊은 여성은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표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를 의아해 하며 북측 안내원에게 묻자 “왜요? 왜 긴장해야 되죠?”라고 되묻는다.

“우리는 이웃과 동료, 전체 인민들이 한 식구나 다름없습니다. 아니 자기 가족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밤늦은 시간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인민들 누구를 붙들고 물어보십시오. 밤길 걷는 게 왜 무섭냐며 오히려 안 선생을 이상한 사람으로 볼 겁니다.”

이 책은 1부 ‘사회주의 대가정’에서 북한의 교육이나 인권 문제, 종교의 자유 문제, 나아가 세습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15꼭지로 다루고 있으며, 2부 ‘유무상통의 길’에서는 주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한반도의 미래를 역시 15꼭지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결국 저자는 ‘다른’ 우리의 반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통일이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해에 도달하면 남과 북이 함께 나누면서 ‘행복한 통일’을 꿈꿀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짧은 글 속에 북한의 모든 실상을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그 역시 북측이 허용한 범주 내에서만 북녘 사회를 취재할 수 있는 한계를 가졌다는 점은 독자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또한 저자의 자의적 해석이나 확대해석이 거슬리는 대목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크기나 분량이 가볍고 북한 사진도 곁들여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년간의 취재과정이 응축된 결코 가볍지 만은 않은 책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정일용 전 한국기자협회장이 “그의 글은 통일에 대한 우리 내면의 왜곡된 인식을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다”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도 ‘통일은 행복한 것이여!’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평가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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