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남북 공동성명을 발표한 남측 노동단체에 통일부가 이례적으로 '주의 조치'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측 한국노총, 민주노총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은 지난해 '연평도 사태' 이후 군사적 긴장이 감돌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한.미군사훈련은 한반도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즉각적인 중단과 함께 남북 대화의 재개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은 '남북노동자평화선언'을 이메일을 통해 발표했다.

이 선언과 관련해 통일부가 지난 3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주의 조치'를 각각 통보했다는 사실이 9일 확인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방어적이고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군사훈련을 북한과 함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고, 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먼저 제의를 해서 이뤄졌다는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요청의 내용도 포함됐다.

통일부가 남북 민간단체들의 공동성명을 문제 삼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최근 사례로, 지난달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제의한 '3.1절 92돌 맞이 남북 여성공동선언문'은 통일부의 접촉신청 거부, 팩스 송출 불허로 공동채택이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남측 단체에 '주의 조치'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남측 단체들이 북한에 선제의했다는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남측 단체들이 한.미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북측에 먼저 제의한 부분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설사 북한이 훈련 중단을 촉구하더라도 자제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남측 단체들이 먼저 제의했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언론 보도 이후 항의 전화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단체 측은 정부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 먼저 보낸 것은 맞지만, 그동안 수년간 남북교류사업을 쭉 진행해 왔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고 남북 간에 군사훈련이 아닌 대화를 재개하라는 노동자들의 진정성에 대해 통일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유감"이라며 "통일부가 무슨 근거로 이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는 확실치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와 관련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주의 조치에 법적 근거는 없다. 현재의 남북 관계 상황과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이런 부분(단체들의 행동)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자체 판단에 근거한 조치임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9일 통일부의 '주의 조치'에 대한 '반려' 입장을 통일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우편 등으로 내부 입장을 통일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노동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이달 말 계획하는 남북 노동자단체 실무접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앞으로 북측과 실무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이런 마찰을 빚는 것이 난감하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이달 말쯤 남북 실무회담을 하려고 하는데, 아마도 쌍방 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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