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세계 주요 G2 국가로서 향후 국제사회의 질서를 재정립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로 급성장한 중국의 후 주석은 미국으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았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과 위안화 문제, 한반도 문제, 중국의 인권문제 등을 논의했다.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갖는 대목은 당연히 한반도 문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G2의 입장은 우리 민족운명의 진로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두 정상은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뤘다.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부분만 보자. 모두(冒頭)에서 “양측은 최근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진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혀, 연평도 포격전을 시사하며 한반도 문제가 비중 있게 논의됐음을 강조했다. 이어 남북관계와 관련 “미국과 중국은 남북관계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가 필수적인 조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알렸으며,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마지막에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양측은 2005년 공동성명 및 이와 관련된 국제적 의무와 약속에 위배되는 모든 활동에 반대한다”면서 “양측은 이러한 문제와 기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언급했다.

이 정도의 미·중공동성명이라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다룰 것을 모두 다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간 세간의 관심에 비하면 똑 부러지게 와 닿는 게 없다. 사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원론적 목표를 재확인하고 우선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두 정상은 큰 틀에서 원칙적인 상호 협력이라는 공감대는 마련했지만, 세부 분야에서 구체적인 진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는 한반도 문제만이 아니라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과 위안화 문제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한 두 나라가 자국문제와 상대국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 특히 한반도 문제에서 의견일치를 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반도 문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두 정상이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라고 합의했기에 향후 이를 둘러싸고 남북관계의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 남과 북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회담에 앞서 남북대화를 진행하라는 ‘합법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따라서 이제 남과 북은 대화국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역시 ‘합법적으로’ 우리 민족의 운명이 새로운 강자인 G2 국가로 넘어갈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남북이 대화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다른 방식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수를 찾겠다는 강대국의 일종의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초부터 대화공세를 퍼부었던 북측은 난감해 질 것이고, 대화를 기피해온 남측은 최악의 상황에 빠질 것이다. 마침 미·중 정상회담이 막 진행된 20일 오전 북측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한데 대해 남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길 기대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 민족의 운명을 강대국의 손에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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