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29일 보고한 ‘2011년 통일부 업무계획’은 한마디로 무책(無策)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대북정책 추진방향’이라는 주제에서도 엿보이듯, 내년도 대북 정책을 북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그 목표와 내용이 가관이다. 게다가 북한의 변화를 중국식 모델의 대외개방으로 주문하고 있다. 하나같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주요 내용을 일별해 보자.

통일부가 제시한 2011년 3대 정책 추진목표는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비한 준비 등이다. 아울러 이 같은 3대 추진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전략으로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지속 견지 △주민 우선 접근 △상호주의 강화 △국론결집 노력 확대 등 4개를 세웠다. 그리고 추진과제로 △북한의 근본적 변화 견인 △북한 당국의 책임성ㆍ진정성 견인 △북한 주민 우선의 대북정책 구현 △통일에 대비한 준비 노력 △남북교류협력 체계의 전면적 개편 △인도적 문제 해결 적극 노력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희망 프로젝트 추진 △전방위 국론결집 강화 등 8개를 내놓았다.

이 같은 통일부의 2011년 대북정책 3대 추진목표와 4대 추진전략, 그리고 8대 추진과제는 어디를 보아도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 공허하고 비현실적이다. 그나마 중점을 둔 게 ‘북한 변화 유도’이고 그 주요 내용은 ‘북한 주민으로부터 변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어떤 목표나 과제든 실현가능해야 한다. 가능한 한 자기 힘으로, 최소한 상대편과의 합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통일부가 제시한 이들 숱한 목표와 전략과 과제는 어느 하나 남측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릴없이 북측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북한의 ‘변화’를 직접 일으킬 수가 없어 그나마 변화를 ‘유도’하자는 데에서는 정정당당이 아닌 어떤 나약함이 엿보인다. 북한의 변화를 바라든, 통일을 준비하든 제 1의 순서는 북한과 만나는 것이다. 대화를 하는 것이다. 만나지도 않으면서 그 어떤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북한은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이미 ‘우리에게 그 어떤 변화를 요구하지 마라’고 외부 세계에 알린 바 있다. 이는 개혁이든 개방이든 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북한식으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외부에서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바람직한 북한의 변화는 중국과 같은 변화”라고 말했고, 이에 맞춰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북한이 적어도 중국식 모델의 대외개방을 통해서 만약 발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속심을 내비쳤다. 별로 신선하지도 않다. 고장난 레코드판마냥 예전 레파토리가 다시 나왔다. 시도 때도 없이 북한의 변화를 꺼내는 것은 무능력한 집단의 전형적인 핑계거리 찾기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고 남측은 이미 역사적으로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난 ‘북한붕괴론’이나 ‘북한변화론’에만 매달릴 것인가?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바란다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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