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암한 사고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부가 앞장서서 대북 압박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정부가 이미 천안함 사고를 북측 공격으로 단정짓는 분위기를 타고 통일부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경협업체들에게 대북사업 마무리를 지시했고, 14일에는 정부 부처에 대북사업 잠정 보류를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위탁가공업체의 원부자재 반출이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는 간염백신 북송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부는 “영유아 등 북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인 사업은 지속한다는 그런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거나 “보건복지부가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통일부는 당당하지 못하다. 대북 차단 조치가 언론에 보도되면 사후에 해명하듯 둘러대기 바쁘고 그나마 ‘통일부는 관계없다’는 식이다. 물론 청와대나 국정원의 총괄조정을 받아야 하는 통일부의 입장에선 억울한 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담당 주무 부처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통일부가 남북관계 차단에 앞장서는 것도 통일부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통일부를 해체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표하며 반대해 ‘연명’한 통일부가 이제 와서 남북관계 차단을 앞장서 수행해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천암한 사건에 관한 조사결과도 나오기 전부터 실질적 조치에 착수한 것은 위의 지시를 받았던 통일부가 알아서 움직인 것이던 간에 정부 스스로 ‘사고 원인에 대한 과학적 조사’를 하겠다는 전제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 발표가 미칠 영향을 고려해 예방 차원에서 미리 조치를 취했다는 해명도 마찬가지로 순서가 뒤바뀐 행보다.

심지어 지난 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등 외교 관례에도 어긋난 ‘위를 향한 오버 액션’을 보이기도 했다.

통일부는 북한을 상대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통일로 향하도록 선도하는 정부 기관이다.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해두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통일부의 할 일이다. 이대로 가다간 ‘통일부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울려퍼질 판이다.

현 정부가 대단한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G20 정상회의가 열릴 11월까지 지금과 같은 불안한 남북관계가 지속된다면 과연 회의를 무사히 치를 수 있을 지마저 의문이 든다. 통일부는 앞선 대북 차단조치에 나설 것이 아니라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디딤돌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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