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6자회담이 되살아나는가? 지난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선언해 6자회담을 사지(死地)에 몰아넣었던 북한이 최근 일련의 화해 제스처를 통해 수렁에 빠진 6자회담을 건지려 하고 있다. 6자회담의 명운을 쥐락펴락 하는 것이다. 지금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사이의 힘겨루기는 이렇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평화협정 회담과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북미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북한이 빈사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회생시키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반도 평화협정 회담을 위해서다. 그러기에 최근 북한이 평화협정 회담을 위해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섰고 이에 중국 측이 적지 않은 호응을 해주고 있다.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분위기 조성은 북한에 억류 중이던 로버트 박이 43일 만에 석방된 것과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북 특사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설도 일조를 하고 있다. 물론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6-9일)에 이은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중국 방문(9-13일)은 보다 구체적이다. 이번 북중 교차방문에서 6자회담과 관련한 주요 내용들이 쏟아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왕자루이 부장을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관국들의 성의 있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대북 제재 해제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중국에 간 김계관 부상은 우다웨이 6자회담 수석대표 등과 만나 “북중관계와 평화협정 체결, (대북) 제재 해제, 6자회담 재개 등 신뢰를 조성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모처럼 의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은 6자회담의 주요 당사자이면서도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최근 오바마 행정부는 대외적으로 아프간, 이란 문제와 대내적으로 보수세력의 반격 등으로 운신의 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6자회담과 대북 관계에 있어 아무런 창발적인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회담과 대북 제재 해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으며, 지어 북한과의 추가 양자회담조차 경계하고 있다. 최근 김계관 부상의 방미를 통한 제2차 북미대화 가능성이 대두되자 즉각 공식 부인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의 전술은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를 견지하겠다는 것뿐이다. 북한더러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것이다. 실지로 미국이 평화협정 회담과 대북 제재 해제는 물론 인도적 지원과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미국 공연까지 6자회담 재개 이후로 미뤄놓았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다.

이런 가운데 뒤늦게나마 북한이 지난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100억 달러에 달하는 외자유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아직 북한의 외자 유치 소식에 대한 최종 확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소식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외자 유치가 사실이라면 이는 그 액수의 방대함과 아울러 지난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가동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를 사실상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대형 사건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같은 중국의 대규모 대북 투자는 미국 등의 암묵적 동의 아래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어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평화협정 회담과 대북 제재 해제 중에서 하나가 해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협정 회담문제는 6자회담 재개에 맞춰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에 미국도 경직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야흐로 6자회담이 기사회생할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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