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이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측의 속심을 알 수 없어 종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2월부터 남북대화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북측이 지난 2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하 남쪽 해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27-28일 이틀째 해안포를 날리고 있다. 그런데 27일에 북한은 공교롭게도 유엔사 측에 2005년부터 중단됐던 미군 유해발굴을 재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15일은 북측이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를 통해 옥수수 1만 톤을 받겠다고 알려온 날인데 그날 동시에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측에 ‘보복 성전’을 선언했다. 이처럼 같은 날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일이 동시에 벌어지니 헷갈릴 만도하다.

그래서 이를 두고 ‘북한의 두 얼굴’이니 ‘오락가락 북한’이니 ‘엄포 놓고 실속만 차린다’든지, ‘정치군사 따로, 경제 따로’라느니 하는 비아냥조도 오간다. ‘북한의 정책’ 하면 비교적 일관하다는 느낌을 받아온 일반인들로서는 당황할 만도 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 북의 대외정책은 시시때때 다른 게 아니라 사실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신뢰구축이 그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8월 대외 유화공세 이후 지금까지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확인됐다. 아울러 연초부터 북한이 대미관계에서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회담을 제의하거나, 대남관계에서 14일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들이 그렇다. 북측의 대외 정책이 일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혼란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혼란스럽게 만드는 현안만을 간추려 보자. 지난 15일 북한은 남측에 ‘보복 성전’을 선언했다. ‘보복 성전’ 운운 이유는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남측 당국의 ‘비상통치계획-부흥’ 작성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또한 김태영 국방장관이 20일 ‘대북 선제타격론’을 밝히자 북측은 24일 이를 ‘노골적인 선전포고’로 간주했다. 그리고 25일 ‘항행금지구역’ 선포에 이어 27, 28일 해안포 사격을 가했다. 이는 NLL 무효화와 아울러 정전협정의 취약성을 알려 미국과 평화협정 회담을 열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보면 북측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되 ‘최고수뇌부와 체제’ 문제 또는 ‘원칙’(NLL) 문제에서는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이 소중하고 절실하다 해도 “우리 수뇌부의 절대적 권위와 사회주의조국의 존엄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털끝만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남측 당국의 대응이 중요하다. 일단 남측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즉, 북측의 대화 제의에 ‘북이 굴복했다’고 자찬(自讚)하거나 또 북측이 무력시위로 나올 경우 ‘북의 전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허세를 부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에서 27일 북측의 해안포 사격에도 남측이 남북대화 지속을 표명한 것은 잘한 것이다. 28일에도 개성공단 실무회담 대표단 명단을 통보한 것이나 대북 의료지원단체인 ‘장미회’의 방북을 승인한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측이 진정으로 북측과의 대화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동시에 북측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삼가야 한다. 대북 삐라 살포나 북 급변사태 규정, 그리고 ‘대북 선제타격론’ 등이 그렇다. 남측이 북측을 자극하면 결과적으로 북은 이중전술을 쓰게 되고 이는 남측에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북측의 대남 전술이 일관하듯 남측도 일관한 대북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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