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또 다시 대북 선제타격을 주장했다. 김 장관은 20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막고 대응하기엔 너무 큰 타격이 있기 때문에 (핵 공격 징후를) 식별하고 분명한 공격의사가 있으면 바로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선제타격은 합법성 논란이 많지만 북한이 핵 공격을 해올 땐 선제타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장관은 지난 2008년 3월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대북 선제타격론을 언급했다가 북한의 거센 반발을 받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 장관의 선제타격론은 ‘북한 핵무기에 대한 선제타격’으로서 북한이 남한에 대해 핵 공격을 할 징후(의사)가 보이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선제타격론의 해악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서 보이듯 잘못된 전쟁으로 판정된 ‘부시 독트린’과 유사하다는 점, 사실상 상대편의 공격 의사나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 그러기에 선제공격할 경우 방어가 아닌 침략이 되며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 나아가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볼 때 남한의 선제공격이 정당하다면 북한의 선제공격도 정당할 수 있다는 점 등등이다.

그럼에도 김 장관이 총대를 메고 대북 선제타격론을 리바이벌하는 이유는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의도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쓸데없이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최근 상황은 남측 당국이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통치계획-부흥’을 완성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북측 국방위원회가 ‘거족적인 보복성전’을 들먹인 참이다. 한창 민감한 시기에 이 같은 선제타격론의 기정사실화는 새로운 긴장을 조성할 뿐이다. 긴장이 고조되면 돌출사건이 터지고, 돌출사건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왕왕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더 이상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 게다가 북측은 핵무기 보유에 대해 수차에 걸쳐 ‘대미(對美)용’이자 ‘방어용’이라고 밝혀 왔다. 그런데 남측에서 자꾸 ‘북한 핵무기에 대한 선제타격’을 주장하면서 기정사실화하면, 이는 위기의식을 느낀 북측으로 하여금 반대급부로 핵을 ‘대남용’과 ‘공격용’으로 전화시킬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다. 지금 북미간에는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돕지는 못할망정 새로운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김태영 장관의 ‘대북 선제타격론’ 발언으로 남북간 긴장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