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날짜가 나왔다. 19일 방한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뒤 “보즈워스 대표를 12월 8일 북한에 보내 양자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래 전부터 보즈워스의 방북 얘기가 나왔고, 예상보다 늦게 방북행이 잡혀졌기에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렇다고 현재 한반도 정세를 보건대 남다른 감흥이 없을 수 없다. 다만 오랫동안 양자가 신경전을 벌이다 성사된 만큼 묵은지와 같은 신뢰 관계로 만났으면 한다. 어쨌든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단절돼온 북미 양측이 처음으로 공식대좌를 하게 된다. 북미 양측이 이번 대화를 통해 국면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이번에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다. 특사란 통상 양측 관계가 험악할 때 파견된다.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였던 카터 전 대통령은 제1차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방북했고, 1999년 5월 윌리엄 페리 당시 대북정책조정관은 미사일 위기국면에서 방북했다. 현 상황과 비슷한 경우는 2002년 10월 켈리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때였다. 켈리는 부시 행정부 들어 첫 방북이었다. 보즈워스도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첫 방북이다. 켈리의 방북은 당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데 이어 대북 핵선제공격까지 명문화해 북미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지금 보즈워스의 방북도 북한의 지난 4월 인공위성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과 미국 등의 제재 국면 속에서 이뤄진다. 분명한 건 켈리 때 북한으로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보즈워스를 받아들이는 북한 측의 입장은 명확하다. 북한은 기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먼저 이번 양자회담을 통해 북미간 적대관계를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시키길 원한다. 그 다음 이 양자회담의 결과에 따라 다자회담(6자회담)을 저울질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있어 핵심은 북미 양자회담이고 6자회담 복귀는 조건부가 된다. 이에 비해 미국측은 이번 회담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오바마 대통령이 보즈워스 특별대표에게 이번 북미대화의 목적이 양자간 협상이 아니라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는 의미의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하지 않고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번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두고 시기와 일정, 의제, 면담자 등을 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요한 사안 중에 하나인 주요 면담자로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으로 잡힌 듯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북측의 의도다. 북측이 불렀으니 복안이 있을 것이다. 통상 북측은 손님을 불러서는 잘 해주는 편이다. 다만 7년 전 켈리 특사의 방북 때는 잘해주고 말고도 없었다. 당시 켈리의 주요 파트너도 강석주였다.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 켈리-강석주 대화 도중에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가 불거져 나와 회담은 곧장 파장이었다. 이후 북미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이번에 북한은, 정확하게는 강석주는 보즈워스를 어떻게 만날까? 북한측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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